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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8 400만원짜리 초등학교 전교회장 선거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한다. 천천히, 천천히 배워야 한다. 어른들 흉내내며 앞서 달리다보면 조로증에 걸릴지도 모른다. 애늙은이 소리 듣지 않으려면 부모님 손을 잡고 릴렉스하게 걸어야 한다.


 #1. 어른 뺨치는 어린이 선거판

 "어린이 전교회장이 된다면 전교생들에게 콜팝을 돌리겠습니다. 뽑아주십시오" 콜팝(콜라+치킨강정)의 가격은 대략 1500원. 만약에 정말로 콜팝을 돌린다면 전교생 2000여 명 기준에 400만 원의 돈이 드는 셈이다. 가뜩이나 어른들 선거판에 지친 대한민국에서 동심의 한표도 사례가 있어야 하나.
"아빠, 콜팝 먹고 싶은데 00번 찍어줄까요?"
 할말이 없다. 아니 할말을 잃었다.

 더 가관인 것은 '방귀깨나 뀐다'는 아줌마들이 몇몇 동원돼서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 교문 앞에서 아이들에게 "00찍어" "00찍으면 학교가 발전한대" "돈이 많으니까 학교에 많이 투자할 것 아냐"라며 동심을 유혹한다. 학부모들에게는 "기호0번 찍어주세요"라며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출마한 후보 아이들은 명함을 파서 선거운동에 나선다. 어디서 보긴 많이 봤다.

 #2. 어른 공약 뺨치는 어린이 공약

 서울에서는 웅변학원, 스피치학원과 피켓 제작업체 등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학원에선
학생회장 후보들에게 발성과 제스처, 유세, 원고손질, 카메라 테스트를 통한 표정짓기 등을 봐준다. 3일 정도 단기코스가 20~30만 원. 피켓 제작업체들도 대목을 맞았는데 2장 이상을 하려면 9만 원 정도 든다. 어느 도시에서는 투표 당일 아침 등교시간에 20대 여성 도우미가 손을 까불까불거리며 홍보전을 벌인다.
 “당선되면 학교에 PC방을 만들겠다”, "축구 골대를 설치하겠다", “체육관을 세우겠다” “스쿨버스를 마련하겠다”는 등 F4식 공약도 난무한다.

 #3. 어린이 뺨치는 어른들 욕심

 초등학교 회장 선거가 과열되는 것은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욕심이 많이 작용한다. 자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선거에 나가게 하고,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당선 사례’로 학생들에게 간식이나 선물을 돌리고 학교에 비품 등을 기증하느라 수백만원의 비용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비뚤어진 선거를 하다보면 어릴 때부터 ‘돈이 최고’라는 황금만능주의 의식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 어린이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배운다. 가뜩이나 선거판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들마저 어른들 흉내내기에 내모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아이들을 '까까'로 유혹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다.

박힌 썩은 나무 그루터기를 고주박이라고 한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결국엔 가지가 잘리고 밑동이 썩어 생장을 멈추게 된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어른들이 '큰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참뿌리' 교육이 중요하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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