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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9 꽃은 남자, 남자의 눈물은 무죄 (2)
사진위는 스페인과 모로코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브랄타 해협. 마치 인생사를 보여주듯 반은 희망으로, 반은 먹빛 절망으로 점철돼있다. 태양을 삼켜라. 먼저 저 태양을 삼키는 자가 희망을 잡는다. 사진 아래는 유럽대륙을 쥐락펴락 했던 역대 스페인 왕들의 동상이다. 떵떵거리던 권력의 호사는 오간데 없고 사람들의 눈요기거리인 '돌'이 됐다.

 ▶꽃은 꽃잎, 암술, 수술, 꽃받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암술을 제외한 세 가지는 남성기관에 속한다. 결국 꽃은 75%가 남성이고 25%가 여성인 셈이다. 꽃을 두고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비약해 해석하면 꽃은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생식기인 셈이고, 꽃을 만지는 것은 상당한 결례다. 여왕개미는 1회에 6분 이상, 하루 90차례 수면(9시간)을 즐기고 일개미는 1분짜리 쪽잠을 하루 약 250차례(하루 평균 4시간 48분) 잔다. 이런 쪽잠은 여왕개미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한다는 숙명같은 거다. 수면은 수명에도 영향을 끼쳐 여왕개미는 6년 정도 살고, 일개미는 고작 9개월 안팎을 산다. 이처럼 자연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남성이란 존재는 지극히 연약하고 헌신적인 ‘개체’다.


 ▶베트남은 모계사회다. 전쟁으로 수많은 남자들이 죽자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여자들만 일을 한다. ‘농사의 시조’ 신농씨께서 온화한 날씨를 주어 1년에 3모작을 한다. 두 번은 벼농사, 한 번은 채소를 심는다. 사시사철 논을 놀리지 않기 때문에 밥맛이 푸석푸석하다. 경운기나 트랙터도 없다. 무거운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아예 구입하지 않고 오로지 맨손으로 한다. 베트남 전통모자 논(nonh)은 따가운 햇살을 가리는 차양(遮陽) 역할도 하지만 여성들이 논에서 바로 ‘볼일’을 볼 수 있도록 가리개 역할도 한다. 후텁지근한 날씨를 피해 놀고 먹는 베트남 남자들은 그야말로 ‘베짱이’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베트남 남자들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남자들이 기타를 치고 있을 때, 여자들이 가슴을 친다면 배짱 두둑한 ‘베짱이’가 뭐 그리 행복하랴.


 ▶요즘 일본에선 ‘초식남(草食男)’이 유행하고 있다. 일본의 배우이자 가수인 초난강처럼 화장하는 남자가 '초식남'이다. 20~34세 일본 남성 중 3분의 2가 초식남이다. 이들은 앉아서 소변 보는 여자를 봐도 무덤덤하다. 그들도 앉아서 소변을 보기 때문이다.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긴다. 브래지어도 착용한다. 초식남은 직장을 찾거나, 결혼해서 애 낳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연애와 섹스에도 무관심하다. 여자와 밤새 같이 있어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다. 이처럼 일본의 남성들이 연약한 여자로 변해가는 것은 아버지 세대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아버지 세대가 그토록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모습에 실망해서다. 남성우월주의, 성차별주의자로 악명 높았던 일본이지만 ‘닌자’의 남성상을 버린 것은 그만큼 가장(家長)으로서의 짐이 버겁다는 반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331억 원의 재산을 기부했다. 재산 헌납이란 공약을 내세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본보기를 제시한 지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MB는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분들이었다”면서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실행한 것”이라고 했다. 약속을 지킨 것은 ‘남자’의 책무를 지킨 것이다. 그러나 해고 대란이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요즘, 대통령의 기부가 비정규직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리로 내몰린 ‘외로운 유목민’들의 가슴엔 잡초로 살아온 지난 날들의 아픔이 남아있다. 비정규직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도 정치고, 남이 안보는 곳에서 남자들을 울게 만드는 것도 정치다. 남자들의 눈물은 니코틴과 알코올과 가부장제의 버거운 짐으로 쓰고 시리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은 ‘눈물’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