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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7 호랑이와 타이거 우즈

2010년 경인년(庚寅年)은 동물의 왕 호랑이해다. 우리나라는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담지국(虎談之國)이라 불렀을 만큼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친숙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예로부터 산신 또는 백수의 왕이라 불리던 호랑이는 그에 걸맞게 번개 같은 도약력과 강력한 앞발로 먹이를 덮쳐 사냥을 한다. 새해 호랑이의 기백과 기상으로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한 번 세계 속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신부 가마 위에 얹은 호랑이 담요는 신부에 대한 시샘을 막기 위한 것이다. 까치가 앉은 소나무 아래 호랑이를 그린 호작도(虎鵲圖)는 나쁜 기운을 막는다는 의미다. 산길을 떠날 때는 여자의 살내가 스민 속적삼 한쪽을 오려 들고 가면 호랑이의 접근을 막는다고 했다. 호랑이 띠 사람들은 불의를 못 참는 혁명가 기질을 지녔다. 열사 유관순, 사회주의의 기반을 닦았던 마르크스, 중국국민당 창시자 쑨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등이 호랑이해에 태어났다.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신라 진흥왕, 조계종의 창시자 지눌을 비롯해 ‘컴퓨터 백신의 아버지’ 안철수 교수, 한국전쟁 휴전 조약을 이끌어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위대한 프랑스’를 부르짖었던 드골 대통령이 ‘호남(虎男)’이다. 시인 최남선, 김소월, 작곡가 현제명, 소설가 박경리, 악성(樂聖) 베토벤 등도 '호남호녀(虎男虎女)'다.

▶‘양’의 탈을 쓴 ‘호랑이’도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Tiger Woods)는 섹스황제였다. 그와 추문을 일으킨 여인만 10여 명이다. 그는 ‘풀타임 연인’에게 매달 팁으로 6만 달러 이상을 주었다. 그는 모든 여성들을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리고 마음껏 섭렵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입증해 보이고 싶어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그를 타이거(호랑이)로 변장한 치타라고 혹평하고, 나약한 여자를 잡아먹는 ‘종이호랑이’라고 폄훼한다. 우즈와 놀아난 대부분의 여성들은 섹스 중독자 ‘쿠거’(cougar·북미 퓨마)다. ‘쿠거’는 미국 속어로 어린 남자를 찾아다니는 나이 든 독신 여성을 의미한다. ‘호랑이’ 우즈를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뜨린 것은 천하의 맹수가 아니라 힘없는 ‘꽃뱀’이었다.

▶호랑이는 혼자 살아간다. 새끼도 생후 2년이 되면 어미로부터 냉혹하게 쫓겨난다. 멀리뛰기 4~5m, 높이뛰기 2m. 10m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2년 경상도에서 범에 물려 죽은 사람이 수백 명에 달했다. 영조 30년엔 경기도서 한 달 동안 120여 명이 범에 물려 죽었다. 이에 호랑이 포획을 전문으로 하는 군사조직 ‘착호군’이 조직됐고 호랑이를 잡으면 포상했다. 숙종 땐 호랑이 사냥 전문병사만 1만 1000명을 키웠다. 호랑이가 절멸된 때는 일제시대다. 그들이 호환(虎患)을 없애준다는 핑계로 토벌대를 만들어 신식 총으로 마구잡이 사냥을 했기 때문이다. 18년간 호랑이 97마리, 표범 624마리가 포획됐다. 1940년엔 고작 한 마리만 잡혔을 만큼 씨가 말랐다. 그 무섭던 호랑이의 발톱이 새삼 그리워질 정도로 한반도에서 ‘어흥’ 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열 살 아이는 1년을 인생의 10분의 1로 길게 여기고, 쉰 살 사내는 50분의 1로 짧게 여긴다고 했다. 하루하루를 붕어빵 같이 똑같이 살면 인생은 ‘하루’처럼 짧게 느껴지는 법이다. 바람소리처럼 흘러왔다가 곡(哭)소리 한 번이면 인생이 끝난다.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진실로 새로워지려면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하라는 뜻이다. 올해도 누구나 예외 없이 세월의 옹이에 한 살의 나잇살을 얹었다. 마흔 살이라면 1만 4600일을 산 것이다. 이때부터 삶은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해 달려간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그 결승점은 호랑이처럼 쏜살같이 다가온다.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랑이해, 호시우보(虎視牛步)의 교훈을 떠올린다. 생각은 범처럼 날카롭게, 인생은 소처럼 느긋하게.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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