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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6 가정의 달, 어버이를 생각합니다

 ▶조선의 왕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먹고, 놀고, 세상을 쥐락펴락 했을 것 같은 왕들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찬이슬 내리는 새벽부터 별똥별 떨어지는 밤까지 왕들은 신하들이 맞춰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였다. 이렇듯 왕의 업무는 ‘만 가지나 되는 기무’라는 뜻의 만기(萬機)로 불렸다. 세종은 새벽 2시 전후에 일어나서, 아침 조회에 이어 상소문을 읽고 비답을 내리는 일과를 보냈다. 하루 네 차례 공부하던 경연(經筵)에도 20년 간 2000여 회 참여했다. 그러나 세종은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을 만큼 과다한 영양섭취로 말년까지 비만·당뇨병으로 고생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신하들과 백성들은 항상 국왕의 안위와 건강을 챙겼다. 이는 왕의 심신이 건강해야 국가 역시 건강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임금은 ‘백성의 어버이’였다.


 ▶태조 이성계는 8남 5녀를 두었다. 정종은 15남 8녀, 태종 이방원은 12남 17녀, 세종은 18남 4녀, 성종은 16남 12녀, 중종은 9남 11녀,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는 14남 11녀를 두었다. 이때까지 궁궐은 다산(多産)해야 다복(多福)하다는 원칙이 지켜졌다. 이후 정조는 2남 1녀, 순조 1남 5녀, 헌종은 1남을 두었고, 강화도에서 농사짓다가 불려와 제왕이 된 철종은 1녀로 갈수록 자식이 적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남 2녀, 전두환 3남 1녀, 노태우 1남 1녀, YS는 2남 3녀, DJ는 3남을 두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남 1녀. MB는 1남 3녀로 정조 이후 핵가족화 된 출산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의 자식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격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부분이 '사고뭉치'였다. 이는 다산(多産)의 풍토가 무너지고 하나뿐인 자식을 ‘황제’처럼 떠받들며 산 부모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1.19명으로 ‘늙어버린 국가’ 일본의 1.34명보다도 적었다. 한국은 2005년 ‘1.08명 쇼크’ 이후 여전히 ‘아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다산(多産)은 세계적인 추세다. ‘여성은 부엌데기'라며 홀대했던 독일은 이민자까지 수용하는 신세가 됐다. 일본은 저출산 극복예산으로 55조 원, 프랑스는 150조 원을 쏟아 붓는 반면 한국은 3조 2000억 원을 쓴다. 스웨덴은 아이가 8세 미만이면 언제든지 16개월의 휴가를 쓸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가 있다. 휴가 기간 동안에도 소득의 80%를 받을 수 있고, 자녀가 아플 때는 120일까지 휴일을 쓰도록 돼 있다. 회사 눈치, 나라 눈치 안보는 문화가 있어야 아이도 많이 낳는 세상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성년의 날(18일), 부부의 날(21일)이 이어진다. 삶이 버거울 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가 가족이다. 둥지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 보금자리인 가정이 무너지면 둥지 안의 터전도 잃게 된다. 그러나 요즘 ‘어버이’로서의 어른들이 떳떳하지 못한 삶을 보여주고 있어 아이들에게 송구하다. 잘못된 일을 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어른들, 잘못된 일을 하고도 되레 큰소리치며 떳떳하다고 변명하기 바쁜 전직 대통령, 매일 320곳의 가정이 이혼하는 결별의 세상 속에 아이들이 놓여있다. 아이 웃음소리가 많아지면 국가도 웃음꽃이 핀다. 그러나 아이들을 많이 낳으라고 독려하기 전에 부끄럽지 않은 어른, 부끄럽지 않은 ‘어버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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