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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충청로 2008.09.09 21:50
  ▶명상 공동체 활동으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은 분노와 스트레스 해소에 걷기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스 소요학파는 광장을 거닐며 철학을 논했고, 프랑스 사상가 루소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긴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며 걷기예찬론을 펼쳤다. 동의보감엔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이 낫고 좋은 음식보다 걷기가 낫다고 했다. 걷기를 즐기는 프랑스 여자들은 살찌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반해 베트남 여자들은 키 콤플렉스 때문에 보통 12㎝이상의 하이힐을 신는다. 물론 한국 여성들도 7~8㎝ 하이힐을 신고 아침부터 밤까지 '아름다운 고통'을 감내한다. 그러나 하이힐 각도가 1도 높아질수록 자존심은 배가 되지만 건강척도는 곤두박질친다. 체중의 2배를 무릎 혼자 감당해야하니 하이힐이야 말로 여성의 '콧대'를 세워줌과 동시에 S라인을 고장 나게 하는 원인인 것이다. 이제 26개의 뼈와 100개의 근육이 살아있는 맨발에게 자유를 주자. 더불어 고유가시대에 생체 나이를 10년 정도 되돌릴 수 있다는 '뚜벅이족'이 되어보는 것도 지혜일 듯싶다.


 ▶걷다보면 덤으로 얻는 게 있다. 그것은 한국 지명의 골계미를 만나는 일이다. 거제 망치리, 밀양 다죽리, 진주 압사리, 청도 구라리, 창녕 술정리, 고령 객기리, 예천 갈구리, 곡성 경악리, 완도 성내리, 순창 대가리, 익산 원수리, 임실 둔기리, 군산 술산리, 영월 조전리, 철원 이길리, 정선 골지리, 평창 마지리, 논산 노치리, 당진 부수리, 공포리, 장항 야인리, 용인 정수리, 파주 뇌조리, 팽성 객사리, 연천 고문리 등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진다. 그런가하면 문경 각서리, 포항 냉수리, 마산 고사리, 밀양 파서리, 의령 낙서리, 하동 목도리, 합천 사촌리, 광양 차사리, 신안 수다리, 해남 고도리, 정읍 후지리, 고창 광대리, 부안 소주리, 순창 무수리, 울주 지지리, 방기리, 삼척 오목리, 문막 보통리, 춘천 물노리, 인제 원통리, 홍천 유치리, 금산 요강리, 부여 주정리, 조치원 대박리, 제천 계란리, 증평 연탄리, 단양 장발리, 보은 상궁리, 안성 양복리, 용인 완장리, 파평 늘노리도 있다. 한반도를 걷다 보면 웃을 일 없는 세상, 웃을 일이 생긴다.


 ▶성인 남자는 하루 평균 2500칼로리(㎉)의 열량을 섭취한다. 이 중 신진대사에 1500㎉를 쓰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700㎉ 정도를 소모한다. 남는 300㎉의 열량은 운동을 통해 소진해야 한다. 300㎉는 보통사람 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 걸었을 때 소모되는 열량이다. 성인 걸음 보폭이 60㎝정도니 30보를 걸으면 1㎉가 소모된다. 최소한 1주일에 세 번, 30분 이상 걸어야 한다. 타박타박 걸어도 좋고 종종걸음으로 가도 좋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마치 발레의 토슈즈를 신은 양 발걸음을 뗀다. 발밑에는 밤새 끙끙 앓던 번민들이 낙엽처럼 스러진다.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 마음을 비우기란 쉽지않다. 숨통을 죄여오는 뻐근한 세상살이 통증이 그대로 감전되기 때문이다. 비우려고 몸부림칠수록 마음속엔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들'만 주검처럼 쌓여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비움' 자체마저 체념했을 때 마음속 그늘은 양지쪽으로 고개를 든다. 하심(下心), 마음을 내려놓으면 가슴속 한가운데 태양이 뜬다. 그럴 때 걷고 또 걸으면 잊혀지고 비워진다. 특히나 요즘 같이 세상만사 근심이 촛불처럼 타오를 때 무상무념으로 걷다보면 마음속에 환한 등불이 켜지게 마련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