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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노맨(1)

충청로 2009.01.08 04:22
연합뉴스사진=이명박 대통령이 2009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업무보고에 등장하자 관계자들이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다. 박수치는 손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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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콩을 지배하려는 미국의 야욕을 위해 1만 5000㎞를 날아가 사람을 죽이는 전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철학자이자 평화주의자였던 버트런드 러셀은 미국의 폭력에 단호하게 ‘노’(NO)를 선언했다. 투옥되면서도 NO, 대학 강단에서 쫓겨나면서도 NO, 심지어는 친구들에게 버림받으면서도 NO를 외쳤다. 1967년 20대 초반의 흑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징집명령에 ‘노’했다. 미국은 그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고 복싱협회는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했다. 남아공의 백인 앨런 넬슨은 인종차별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에 맞서 싸우면서 자기 땅을 흑인 노동자들에게 나눠준 ‘노맨(No Man)’이었다. 정신질환자들을 사슬로 묶는데 처음으로 ‘노’를 표명한 의사 피넬, 성서의 창조론에 대해 다윈 역시 ‘NO’했다. 소크라테스, 갈릴레이, 루소도 ‘노맨’이었다. ‘NO’는 칼을 겁내지 않고 자신을 희생시키는 진정한 용기의 외침이다.


 ▶얼마 전 국무회의는 ‘예스맨(Yes Man)’들의 말잔치였다.
 강만수 장관은 “과거 왕조시대 호조판서를 포함해서 역대 모든 재무 책임자 중 가장 돈을 많이 써본 사람이 나다. 원 없이 돈을 써봤다”며 비뚤어진 권력욕을 과시했다. 한승수 총리는 내놓고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그는 “대통령께서 워낙 대외관계 일들을 잘하시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나라로서도 복된 일”이라고 했다.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이 앞장서 뛰어주신 게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됐다”고 거들었고, 방송통신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말고 힘이 되는 각료가 되자”며 맞장구를 쳤다. 민심의 외침을 아는지 모르는지 ‘북 치고 장구 치며’ 예찬을 늘어놓는 대한민국의 예스맨들. 대통령의 주변엔 ‘노맨’은 없고 ‘예스맨’만 있는 듯하다.


 ▶노무현 정권 때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혼자서 총대를 메곤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선거법 9조(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가 위헌이 아니라고 ‘NO’를 당당히 밝혔다. 그는 친(親)기업 행보로 청와대 386들과 등을 졌고,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MB집권 2년차를 맞은 요즘 개각설이 떠돌고 있다. 대체로 내각은 친정세력, 개각은 탕평인사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NO하는 공직자’와 좌파 10년 ‘盧그림자’에 대한 물갈이도 거론된다. 그래봤자 말구종들이 떠드는 ‘하마평(下馬評)’ 수준이다.
 MB는 대선 1주년 기념식에서 “청와대 들어가서 연락 안 한다고 서운해 하는 분들 이해해 달라. 국민 눈치 보느라 그렇다”고 소회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인사정책을 보면 국민의 눈치를 봤다는 명쾌한 근거는 없어보인다. ‘강만수 집착증’이 그렇고 ‘NO맨’의 부재가 그러하다. 이번 개각에서 필요한 것은 ‘노맨’의 입성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예스맨이 아니라, 곡해없는 쓴소리도 하고 민심의 목소리를 대변할 줄도 아는 비겁하지 않은 ‘노맨’이 필요하다.

 ▶‘NO’란 메시지에는 양쪽 방향을 보게 하는 균형의 묘가 들어 있다.
 ‘예스맨’들의 주장만 듣다간 방향감각을 잃어 텍스트에 숨어있는 행간을 읽지 못하게 된다. NO는 듣긴 싫어도 역사를 진보시키는 아름다운 언어다. YES는 듣기엔 달콤해도 종장엔 역사를 퇴보시키는 ‘독설’이 된다. 비판 없는 YES보다 용기 있는 NO가 조직을 살릴 수 있다. 권력의 칼은 겁나지만 비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