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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충청로 2008.09.09 21:50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 핀란드인의 국민성이다. 900여 년간 스웨덴·러시아의 통치를 번갈아 받은 그들이지만 '신뢰받는 소통의 정치'로 선진국이 됐다. 어느 핀란드인은 1마르카(핀란드의 옛 화폐단위로 약 175원)를 갚기 위해 눈으로 뒤덮인 산길을 5㎞나 걸어간 일도 있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빌려준 이에 대한 신용을 생각한 것이다. 그들에게 1마르카의 신용은 절체절명의 위험보다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에 비해 인도네시아의 한 사업가는 얼마 전 자신의 저서를 홍보한답시고 경비행기로 약 1억 루피(약 1000만 원) 상당의 현찰을 뿌렸다. '돈의 비'라는 이벤트였는데 쉽게 말해 '돈벼락'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 벼락부자의 저서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7월부터 유가환급제를 도입한다며 인심을 쓰고 나섰다. 이는 근로자·자영업자 1380만 명에게 매월 5000원~2만 원의 현찰을 통장에 넣어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돈벼락'이 아니라 '촛불'을 끄기 위한 물벼락일 뿐이다. 어디 촛불민심이 그 돈 받자고 밤을 새우고 목이 쉬도록 외쳤단 말인가. 10조 4930억 원이라는 그 돈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다시 나가야할 돈이다. 언젠가 MB는 "사람은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왕에 세금을 내는데 즐겁게 내도록, 돈을 뺏겼다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돈을 벌어 나라에 바쳤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세정을 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정부가 다른 정부로부터 맨 먼저 배우는 기술은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기술이라고 말한 아담 스미스의 명언이 머리속에서 교차된다.


 ▶신의(信義)가 두터운 선배 한 분이 미국 LA발령이 나서 서울서 환송회를 했다. 그는 내 아이가 아플 때 소줏집에서 함께 울어준 사람이고, 내가 직장을 나왔을 때 월급을 쪼개준 사람이다. KTX를 타고 상경하는 게 호사스러운 듯 보여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선배의 '장도'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가 보여준 믿음을 기억하기 위하여 140㎞의 거리를 달리기로 한 것이다. 유성-세종-연기-천안-성환-평택을 거쳐 송탄까지 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10시간 후 체력이 고갈돼 택배로 자전거를 부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전거로 80~90㎞를 내달려온 나에게 '좋은 선물'을 줘서 고맙다고 했다. 비록 거마비를 챙겨주진 못했지만 나성(LA)의 외로운 타향생활에서 가끔은 '무모한 후배'의 무한도전을 떠올리며 힘을 내리라 믿는다. 신뢰를 주면 '날 따르라'고 말하지 않아도 따르는 법이다.


 ▶부시 대통령의 월급은 3200만 원이다. 영국 총리는 2700만 원, 일본 총리는 3000만 원이고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38만 원, 쿠바 카스트로 전 의장은 2만 5000원의 월급이 책정되어 있다. MB는 대선후보 등록 당시 재산이 353억 원이었다. 서울 서초동에 142억, 101억짜리 빌딩 두 채를 갖고 있고 양재동에 85억 짜리 1채, 논현동에 31억짜리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당시 MB는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300억 원의 재산을 모두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은 유효한 것인가.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신뢰부족 탓도 있을게다. MB는 '거짓말 아킬레스건' 때문에 종로에서 금배지를 반납한 일도 있고 위장전입 홍역을 치른 적도 있다. 지금 MB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믿고 찍어준 민심 앞에 서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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