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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9 '대통령 노무현' 아닌 '인간 노무현'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2009년 5월 29일 우리는 ‘위대한 평민 대통령’ 한 분을 떠나보냈습니다.
 만장이 휘날리고 태극기가 휘날리고 국민들의 가슴이 펄럭였습니다. 먹먹한 아픔으로, 멍멍한 그리움으로 24시간이 눈물이었습니다. 좌(左)로 날고 우(右)로 날던 모든 사람들이(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하나가 돼 울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던 그의 마지막 글귀가 하나하나 뼛속 울음이 되어 공명(共鳴)을 때렸습니다.

 그가 남긴 것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지역과 지역간의 허울을 벗기는 '인간장벽'의 개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영결식에 나온 다수의 정객들이 가증스러운 눈물을 보이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목도하면서 아직도 '멀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또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기에 옷깃을 여미며 반성했습니다. 너무 늦어 용서를 빌 수는 없지만 살아생전 '바보 노무현'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탄핵’했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대통령이 됐고, 다시 고향의 아들로 돌아갔지만 결국 ‘죽음의 강’을 건넌 사람. 자전거 뒤에 손녀를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도 한 사람의 자식이고 아비이고 남편인데 그 순박한 미소가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모두들 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가슴 속에 영원토록 잊혀 지지 않을 비석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가슴 속에 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열정으로 남기겠다고 울먹입니다. 생전의 모습처럼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르고 있습니다. ‘고마워요…미안해요…일어나요’라며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불의에 대한 분노와 정의를 향한 열정, 원칙과 상식을 지키던 모습을 모두들 기억하려 합니다. 풍찬노숙의 야인을 기억하려 합니다. 편한 길, 쉬운 길을 가지 않던 ‘독불’의 모습을 기억하려 합니다. 이제는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 그리고 모든 것 툭툭 털어버리시고 편히 쉬십시오. 한때 ‘대통령 노무현’을 싫어했지만 ‘인간 노무현’을 사랑하게 된 한 사람으로써 고해합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몇백억의 분식회계 혐의를 받던 대기업 전 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두얼굴입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