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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3 이 시대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2. 2009.05.14 어떤 친구가 좋은가요?
▲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짧은 연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으로 향하는 민족 대이동이 예상된다. 경기불황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는 우리에게 고향은 항상 넉넉한 인심으로 반겨준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 가족이 밝은 표정으로 고향집으로 향하고 있다.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산 너머에 보름달이 휘영청 걸렸다. 바람은 고요를 차고 고향 뜰 멍석을 배회한다. 노랗게 익은 달무리는 햇곡식과 햇과일을 넉넉하게 비추고, 마을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밤(乙夜)까지 흥타령에 젖는다. 옛날에는 보름 전 3일 동안 반달일 때보다 달빛이 12배 정도 강해 여느 때보다 열심히 쟁기질을 하고 농작물을 돌봤다. 달은 달력(月曆)의 주체로 씨 뿌리는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 절기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한 달은 달님이 쉬지 않고 29.5일 동안을 열심히 돌아서 제 자리로 온 시간이다. ‘이태백이 놀던 달’, ‘해님이 살다 버린 쪽박’은 한가윗날 베일을 벗고 보름달로 차오른다. 그 달님은 진짜 고향의 얼굴을 빼다 닮았다.

▶니체가 말한 대로 20세기 초에 ‘신(神)이 죽었다’면 21세기는 ‘아버지’들이 죽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힘에 겹다. 남자는 약해선 안 되고 어떠한 고통이라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남성다움의 고통을 강요받기에 눈물도 흘릴 수 없고, 민주적이거나 다정다감한 아버지로의 ‘전향’도 꿈꾸지 못한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기에 ‘친구’ 같은 부자관계도 아니다. 엄하지도 친하지도 못한 이 ‘어정쩡한’ 아버지들의 슬픈 독백은 아프기까지 하다. 경기불황기의 3대 기호식품은 소주와 라면, 담배다. 남자들은 눈물로 끓인 라면에 소주와 담배를 몸 가득 쓸어 넣는다. 세상에 대한 토악질이 날 때까지 그렇게 진부한 ‘쳇바퀴의 삶’을 산다. 한 해 동안 소주 34억 병, 946억 대의 담배를 피우는 대한민국 남자들. 술잔은 남자의 무기력함을 감추기 위한 뜨거운 증류고, 담배 한 개비는 시름을 태우는 무서운 연소(燃燒)다.

▶명절 때 친정에 갈 수 없는 며느리들을 위해 한가위 전후에 ‘반보기(中路相逢)’라는 풍습이 있었다. 시집과 친정의 중간쯤에 있는 산이나 골짜기에서 어머니와 딸이 만나 음식을 나누며 안부를 묻는 눈물겨운 상면이었다. 지금은 ‘반보기’가 사라졌지만 음식노동에 던져진 주부들을 바라보는 눈은 여전히 ‘졸보기’다. 더더욱 슬픈 현실은 현대판 이산가족인 원(遠)거리 가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귀향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불구의 명절’을 보낸다. 취업, 가난, 돈벌이 등의 이유로 떨어져 사는 원거리 가족은 270여만 가구다. 처자식 유학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부터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홀로 떨어진 펭귄 아빠, 경제적으로 풍족한 ‘깍짓동’ 독수리 아빠, 홀로 지방에서 근무하는 갈매기 아빠, 아내와 아이를 외국에 보낼 재력이 없는 참새 아빠 등이 있다.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그릇은 넘친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독거노인은 118만 명이다. 도박중독에 걸린 사람은 359만 명에 이르고, 올 들어 8만 명이 개인파산 신청을 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 두 명 중 한 명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성인 10명 중 2명은 불면증을 앓는다. 미취업자, 생계 곤란자, 결혼적령기를 넘겨 아직도 미혼인 사람들에게 한가위는 한(恨)이다. 이들은 고향이 있어도 고향에 가길 꺼린다. 남이 추석이라 하니 그냥 추석인 것이고, 때때옷 입은 아이들이 추석이라 하니 그냥 웃는 것이다. 마을 뒷동산 솔버덩 위에 뜬 보름달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누구나 품을 수 없는 것은 저마다 느끼는 ‘달(月)’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 한가득한 한가위 되세요."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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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은 외국 생활 10년차다. 일본 J리그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을 거쳐 2005년 7월부터 세계 최고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다. 그는 ‘산소탱크’라는 닉네임처럼 쉼 없이 뛰어 프리미어리그를 열광케 한다. 다른 선수들이 음주 추태와 추문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 스캔들 한 번 낸 일이 없다. 일주일 중 4일은 팀에서 보내고 3일은 칩거한다. 영화를 보러 나가는 일도 없이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책을 읽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생활의 전부다. 술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범생이’다. 이처럼 팔팔한 나이에 수도승처럼 지내는 것은 자기 목표 때문이다. 키가 크고 싶어 개구리다리를 삶아먹고, 평발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악바리처럼 뛰었던 것도 그의 특별한 목표의식 때문이었다. 그의 목표는 축구를 잘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친구 또한 축구를 선택했다.


 ▶소설가 김훈은 하루 2갑씩 40년간 친구처럼 지낸 담배를 끊었다. 그는 이제 꿈에서만 피운다. ‘골초’ 이외수는 하루 8갑까지 피웠던 담배를 콘크리트 벽에 머리를 찧어가며 35년 만에 끊었다. 소설가 이문열도 DJ 정부 시절 자신의 ‘책 장례식’이 벌어진 뒤 끊었다. 386세대의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도 단박에 끊었다. 이들에게 담배는 ‘친구’였다. ‘술 공화국’ 대한민국의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은 무지막지하다. 지난해 성인 1명이 마신 맥주는 107병, 소주는 72병이었다. 이는 화병 나는 경기침체 탓이 가장 컸다. 소주만 34억 5000만 병을 마셨는데 1년 전보다 3병을 더 마신 셈이다. MB정부가 출범하면서 유행한 소폭(소주+맥주) 음주문화도 이를 거들었다. 그러나 술과 담배처럼 치명적인 ‘친구’는 없다. 동시에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을 위로하는 친구도 없다. 건강을 해쳐 수명을 단축시키는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지독한 우정’. 이처럼 친구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검(檢)이 ‘대통령의 친구’를 향하고 있다. 검찰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수사에 나선 것이다. 대선 당시 MB 측은 각종 언론에 ‘대표적인 친구’로 항상 천 회장을 내걸었고, 고비 때마다 항상 함께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의 ‘집안’이 들끓고 있다. 친이(親李), 친박(親朴)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일종의 ‘친풍(親風)’이다. 여권 내에서는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도 새어나온다. 이 내전(內戰)의 진앙엔 ‘선거의 여왕’이자 ‘정치 9단’인 박근혜 전 대표가 있고 ‘경제 9단’ MB가 있다. ‘친구’처럼 손을 잡고 정권을 이룬 그 때나, 서로 말 안하고 등 돌린 지금이나 서로 친하지 않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꼼수를 쓰는 ‘잔머리 정치’도 눈에 보인다. 언제까지 ‘친구’와 ‘소통’을 가장한 불통의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그들의 ‘꽃놀이패’를 지켜보는 것에 국민들은 지쳐있다.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담배에 불을 붙였더니, 이제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 슬픈 일이 날아와 앉는다’던 시인의 노래가 떠오른다. 어쩌면 인생에 끝까지 친구로 남는 것은 모두 쓴맛을 지닌 것들인지도 모른다. 소주, 담배, 커피…. 결국은 정치도 쓴 맛이다. 이렇듯 쓴 것들만 찾고 쓴 맛을 즐기는 세태는 그만큼 세상 꼬락서니가 달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치 9단, 경제 9단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민심의 곁에서 쓴 소주 한 잔 기울여주는 그런 살가운 친구가 필요하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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