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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4 세종시 두고 구라 까는 정치인들
화창한 날씨를 보인 가운데 대전 중구 문창초 가을운동회에서 어린이들이 힘차게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 어른들의 거짓말 세상, 이 맑은 동심들이 몰랐으면 좋겠다.
사진=충청투데이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정치적 거짓말의 역사는 40년에 가깝다.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에서 시작된 ‘거짓말’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노태우 씨는 대선 때 약속한 ‘중간평가’를 하지 않았고, 김영삼(YS) 씨는 3당 통합 때 합의한 내각제개헌을 까먹었다.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던 전두환·노태우 씨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92년 김대중(DJ) 씨는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약속 파기’라는 눈총을 무릅쓰고 복귀해 대통령까지 지냈다. 정몽준(MJ) 씨는 2002년 노무현 지지선언을 한 후 하루 만에 번복해 ‘말 바꾸는 정치인’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법과 원칙을 고수해 ‘대쪽’으로 불린 이회창 씨도 은퇴와 복귀를 반복, ‘제2의 DJ, 제2의 이인제’라는 비난을 받았다.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공약을 ‘밥’ 먹듯 하고 대권을 잡고선 ‘입’을 싹 닦는 파렴치한의 정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괴짜’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가 최근 디지털 싱글 ‘콜미’를 발표하며 가수 전업을 선언했다.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환갑’의 나이에 아이돌 가수처럼 랩을 불렀다. 그는 “내 뒤에 선녀 12명이 있다. 2012년 지구와 행성의 충돌을 막기 위해 왔다. 눈빛으로 병을 고친다. 잠들기 전에 허경영을 부르면 젊어진다. 암도, 신종플루도 자신 때문에 못 들어온다. 내 아이큐는 430이다. 축지법·공중부양을 한다”고 허구한 날 허풍을 치고 있다. 자신을 아시아연방의 대통령, 돌아온 광개토대왕이라고 떠들며 거의 ‘사이비 종교’ 수준의 발언도 한다. ‘허풍’ 허경영의 허무맹랑한 공약과 언동을 보며 대한민국의 ‘뻥짜’ 공약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거짓말의 강도는 확연히 다르지만 다 같은 ‘구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맴돈다.


▶역대 대선을 보면 ‘중원(충청)’을 장악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DJ, 노무현, 이명박(MB) 당선은 ‘캐스팅보트’라는 충청권 표심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MB는 지난 2007년 3월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지지율이 기대이상으로 높자 “국민들이 나를 보면서 약속을 하면 꼭 지킬 사람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9년 9월 충청도는 7번 이상 ‘세종시’ 공언을 했던 MB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정운찬 총리후보자의 헤아릴 수 없는 깜냥에 또 한번 놀라고 있다. 그는 충청도 출신이라는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았다고 공언했지만, 충청도를 대하는 말본새도 그렇고, 세종시를 다루는 품새도 영 마뜩찮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그는 ‘여당의 배후’ 아래 총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충청인은 암울하다. 그가 총리로 내정되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좋아했던 충청인은 이제 세종시가 ‘동네북’이 되지 않을까 개탄스럽다.


▶충청권은 세종시를 요구한 적이 없다. 두 차례의 대선과정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됐고 '그들만' 재미를 보았을 뿐이다. 대통령의 공약만 믿고 따라온 500만 충청인, 고향의 상처를 바라보며 이제나저제나 애타게 원안추진을 기다리는 700만 출향인들은 참담한 심경을 지울 길이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수박’보다 ‘호박’에 더 끌린다. 왜냐하면 달콤하지 않아도 솔직담백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은 국익의 논란을 떠나 민심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켜야 한다. 그저 표심을 얻기 위해 대수롭지 않게 던진 ‘공수표’였다면 차라리 고개 숙여 속죄하라. 그리고 ‘다시는 뻥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쓸지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