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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7 예스맨&노맨(2) (2)
  2. 2008.09.09 기부

예스맨&노맨(2)

충청로 2009.01.17 22:52

 ▶찰리 채플린은 콧수염과 모닝코트, 지팡이로 눈물과 웃음을 자아낸 희극의 대명사지만 거절의 명수이기도 했다. 그의 영화가 히트하자 졸렬한 짝패들이 몰려들어 동업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유혹을 단호히 뿌리쳤다. 그가 ‘예스맨(Yes Man)’이었다면 창조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작품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이스라엘 건국 초기 대통령직을 제안 받았을 때 완곡한 표현으로 거절했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거절하겠다. 나는 우주의 법칙은 잘 알지만 인간에 대해선 모른다. 더욱이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도 해야 하는 위치다.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프로골퍼 1인자 최경주도 꼴찌 상금이 1억 5000만 원이나 되는 타깃월드챌린지대회 초청을 거절한 바 있다. 그는 착실한 동계훈련을 위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초청을 거절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 하비의 ‘애빌린 패러독스’는 ‘YES’가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한 실화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텍사스의 여름날, 하비의 장인은 ‘애빌린’으로 가족 외식을 가자고 제안했다. ‘펄펄 끓는 살인더위에 어딜 가나’ 다들 귀찮았지만, 눈치를 보며 ‘YES’라고 답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에어컨도 없는 고물차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왕복 4시간을 달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맛도 형편없었다. 애빌린의 외식 의사결정에서 가족들은 속으론 NO, 겉으론 YES를 외쳐 ‘최악의 하루’를 보낸 꼴이 됐다. 그런가하면 ‘괴짜 경영자’로 유명한 리차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당신이 보스라면 예스맨이 되어선 곤란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뚝심 있게 노(No)라고도 말할 수 있어야 훌륭한 경영자”라고 조언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말 잘 듣는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를 가리켜 ‘굿맨(Good Man)’이라고 불렀다. 국내·외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친미정책을 고수하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 대해서 언론은 ‘부시의 푸들(Poodle)’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일본이나 영국 정부는 이런 평판에 대해 철저히 ‘노코멘트’ 했다. 고이즈미나 블레어는 부시 추종자가 아니라 국익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는 예스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핵미사일이 자위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는 발언으로 ‘핵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미국과 부시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盧)의 NO는 국익에 치명상을 입히는 'NO'였다고 비꼬았다. 이는 NO에도 법칙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상사의 명령이나 의견에 무조건 딸랑이를 흔드는 ‘예스맨’과 함께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물론 스스로가 예스맨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50%가 넘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으론 ‘NO’ 입으론 ‘YES’를 외친다.
 
그러나 이 시대는 허리를 굽히는 ‘착한 사람’보다 입이 곧은 현명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똑바로 전할줄 아는 정치인이 필요하고, 그 민심에 토라지거나 비토하지 않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국민이 NO하는데 국가가 먼저 NO하는 것은 폭거다. 법을 세우고 법을 이끌어가야 할 국회가 허구한 날 민생을 방기하는 것은 ‘무법’이다. 국가는 민심에 '노'하지 않고 국민이 예스할 때까지 무조건 섬겨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사명이다.
Posted by 나재필

기부

충청로 2008.09.09 21:37
 

 ▶'기부천사' 김장훈이 3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해서 입이 쩍 벌어졌는데 '콧수염 가수' 박상민이 몰래몰래 4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해 또 한 번 입이 쩍 벌어졌다. 셋방에 살면서, 배고프게 살면서, 남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천사들이다. '장군의 핏줄' 송일국은 태안 외진 섬 가의도에서 남몰래 땀을 흘렸고, 탤런트 최강희는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했다. 보이지 않는 기부다. 김태희는 난치병 어린이 환자를 돕는 데 앞장서고 최수종, 하희라 부부는 굿네이버스 홍보대사로 자선의 삶을 살고 있다. 김제동, 이나영, 고두심, 서태지, 배용준, 문근영, 장나라, 비, 최경주도 버는 족족 기부한다.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인 김원희, 에릭, 차태현, 정준호, 안재욱, 장진영, 정선경 등도 '1004파'다. 톱스타들을 일례로 들었지만 이처럼 우리 이웃엔 천사들이 많이 산다. 허허, 엔돌핀이 솟는다.


 ▶충북은 올해 사랑의 모금 온도탑(1%=1도)이 100도를 넘었다. 펄펄 끓었다. 대전은 79.4도, 충남은 96.7도다.(16일 현재).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 모금을 시작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종방'을 미루고 모금기간을 연장했다. 신용카드로도 받아봤지만 그 또한 저조했다. 자선냄비 수는 늘었지만 자선의 종소리는 수줍게 딸랑거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간 그 자리에는 '나 하나도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의 고단한 눈물이 고였을 것이다. 세상살이에 구토하고 아파하고 질겁하여 줄행랑 친 '가난한 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겨울의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36.5의 체온이 비등점(100℃)의 온정으로 데워지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태안으로 달려간 100만 명의 천사를 보지 않았는가. 그들은 진정한 기부자요, 세상의 중심에 있는 옴파로스(배꼽)다. 우리의 마음 중심에 서서 아름다운 마음을 이끄는 영웅들이다.
허허, 유쾌한 일이다.


 ▶한때 취재 차원에서 서울역 노숙자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초라한 행색을 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정치인 욕을 '단내나게' 했다. 종장엔 라면박스 거죽을 덮고 모골이 얼도록 아프게 잤다. 새벽녘에 일어나 화장실 거울을 보니 내가 거지고, 거지가 나였다. 그들의 아픔을 대변해 볼 요량으로 한 일이었지만, 그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는 없었다. 노숙자들에게 술과 음식을 주며 행한 그 '무례한 적선'은 오랫동안 날 괴롭혔다. 그들의 배고픔을 눈요기 삼은 죄였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냉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기부를 생각하고 안도현 시인을 생각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