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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7 달이 처음 뜨는 동네, 수암골을 가다 (3)

수암골. 청주시 진산인 우암산 자락에 자리잡은 마을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수동’입니다.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며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60여 호 남짓의 집들이 살갗을 부비며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이곳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졌는데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풍경이 압권입니다. 동네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죠. 수암골 초입에 있는 구멍가게부터 추억여행은 시작됩니다.

소지섭과 한지민이 앉았던 평상, 의자

가만히 있어도 배고프고 아득했던 대학시절의 자취방이 생각납니다. 찬거리는 없어도 모든 게 맛있었던, 안주는 없어도 모든 게 달콤했던 달동네의 허름한 집이 떠오릅니다. 비가 내리면 가난이 한숨되어 뚝뚝 떨어지던, 그래서 처마 밑 평상에서 김치 쪼가리 하나 놓고 소주를 들이켜던 젊은 날의 우울한 초상화 말입니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골목길은 이제 흑백사진처럼 낡고 닳았지만 가슴 속엔 왠지모를 애수가 새록새록 피어나게 합니다.


수암골에 그려진 벽화들은 청주민예총에 소속된 예술가들이 ‘수동 공공예술 프로젝트-골목길 광장을 품다’라는 주제로 그린 작품들입니다.
수암골 사람들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2년간 자취를 한 곳이기도 하고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이 교편을 잡았던 대성여상도 지척에 있습니다. '카인과 아벨'을 쓴 흥행작가 박계옥은 충무로에 있는 시나리오작가협회 영상작가교육원을 같이 다닌 동기생이기도 합니다. 박계옥 씨는 첫사랑사수궐기대회, 행복한 장의사, 천군, 댄서의 순정, 나두야 간다, 투캅스3, 박대박, 돈을 갖고 튀어라, 깡패수업 등을 쓴 훌륭한 작가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작가가 됐고, 저는 달동네의 그늘처럼 '나중'을 생각하며 '양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의 추억을 좇아 모두가 공감하는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손을 대거나 등을 기대지 마십시오. 담벼락이 무너집니다


골목길을 가면 또 골목길이 나옵니다, 휘어지기를 즐기는 그들의 습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남루한 환경에서도 희망은 싹틉니다. 꿈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이제 골목대장도 없고, 가장 먼저 떠오르던 달도 빌딩숲 네온사인에 고개를 숙입니다. 방 2칸 짜리 허름한 터전에서 꿈과 희망을 일구기 위해 언덕길을 오르내리던 서민들의 고달픈 흔적도 사라져갑니다. 그러나 다시 꽃이 피어났습니다. 유년의 무채색 골목이 해맑은 동심의 수채화로 살아났고, 가난과 연탄재가 쌓이던 골목길 계단에도 꽃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수암골. 우리가 유년의 기억을 곱씹듯 미래의 추억을 위해 보존해야 할 우리들의 애잔한 풍경입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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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옆짝꿍 2009.07.08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도 직접 다 찍으신거에요???와우 선배님 사진도 잘찎으시는구나아~ 못하시는게 머에요???

  2. 옆짝꿍 2009.07.08 1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인과 아벨 작가가 선배님하고 동기셨구만요?? 놀랍다..나 완죤 카인과 아벨 왕팬이었는데..선배님!! 동기작가분한테 말해서 저 소지섭 한번만 만나게 해주세요..가능하죠하죠??? 기대할께요 뿅!룰룰루~~~

  3. 기술의 힘, 동기의 힘 2009.07.08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카는 대충 눌러도 잘나오던데...
    그리고 박계옥(여자이름이지만 남자임)하고는 영상작가교육원 5기 동기생인데 그렇게 안친했어...김기덕 감독도 우리 교육원 출신인데
    말 한마디 못했는걸....내가 딴따라신문에 계속 남아있었으면 소지섭 소개해 줄 수 있었을텐데...아쉽군....쏘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