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2.18 도둑 공무원
  2. 2008.09.09 슬픈 종족

도둑 공무원

충청로 2010.02.18 12:42
일선 공무원의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지난해 12일 충남도청에서 열렸다.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도둑놈도 울고 갈 ‘도둑놈들’이 있다. 충남의 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한통속’이 돼 예산을 빼돌렸다. 여기에 가담한 ‘도둑 공무원’은 100명이 넘는다. 이들은 빼낸 돈으로 회식하며 ‘니나노’를 불렀다. 전남 해남의 한 공무원은 친·인척을 동원해 5년간 복지급여 10억 원을 횡령했다. 이 돈으로 땅을 사고, 빚을 갚고, 자동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서울 양천구 공무원과 춘천시 공무원도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등에게 가야 할 예산 수억 원을 빼돌렸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경작자인 것처럼 신고해 쌀직불금을 타낸 이도 수천 여명이나 된다. 아픈 사람과 늙은 사람과, 못사는 사람과, 좀 덜 배운 사람들의 돈을 빼돌리는 것은 양아치 짓이다.

▶서울 사대문 밖에 우산각골이라는 지명이 있다. 이는 조선시대 정승이자 청백리(淸白吏)였던 유관의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억수장마가 내리던 어느 날 그의 집 천장에서 물이 샜다. 그는 우산을 펴고 처자식을 우산 밑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는 되레 못사는 사람들을 딱하게 여겼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우산이 없는 집은 어떻게 지내나. 우산이라도 있는 내가 너무 호사스러운 거 아닌가.” 경기 관찰사로 배임 받은 그의 아들도 청렴했다. 아들은 부임을 거부했다. 이유는 아버지가 관찰사를 통솔하는 직위에 있는데 자신이 부임하면 상피(相避)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상피는 지금의 ‘향피’로 친족이 같은 관청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최근 정부가 자기 출신지에서 근무를 못하게 하는 향피제(鄕避制)를 도입한다고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을 ‘공무원’이 믿지 못하는 세상이다.


▶중국의 톄판완(鐵飯碗)은 ‘철밥통’을 의미한다. 정부가 국민의 직장을 배당하기 때문에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는 데서 유래했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황금밥통, 지방성(省) 공무원은 은(銀)밥통으로 불린다. 중국 공무원들이 한 해 공금으로 탕진하는 돈은 120조 원이다. 촌(村)은 향(鄕)을 속이고, 향은 현(縣)을 속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중국도 달라졌다. 12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공무원들은 매년 품성, 능력, 태도, 실적, 청렴도를 평가해 결격자를 ‘집으로’ 보낸다. 철밥통이 아니라 해마다 털털거리는 ‘밥통’인 것이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정권을 잡자마자 연방정부 축소, 정부지출 삭감, 교육부 폐쇄를 외쳤다. 150개 교육부 사업을 120개로 줄였다. 그런데 8년 후 퇴임할 때 보니 사업이 208개로 늘어나 있었다. 이게 공무원 사회의 ‘두 얼굴’이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인기는 최고다. 7급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이 100대 1에 가깝다. 구직자의 90%가량이 공무원을 생각할 정도다. 이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전공과 상관없이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린다. 그러나 입신양명 후 그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민원에 목타는 국민만 90도 인사를 한다. 민(民)에게 관(官)은 역시나 두려운 존재다.(물론 묵묵히 공복의 소임을 다 해온 공무원들에겐 미안한 얘기다) 인생은 낙엽이다. ‘초록’으로 시작해 ‘낙엽’으로 진다. 낙엽은 가벼워서 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내려놓기 때문에 성스러운 존재다. 낙엽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무’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자신의 영양가를 덜어내고 몸을 비울 줄 아는 ‘낙엽정신’이 필요하다. 어디 국민이 허구한 날 ‘머슴 노릇’을 해야 하겠는가.
Posted by 나재필

슬픈 종족

충청로 2008.09.09 21:44
 

▶'철밥통'이 깨지고 있다. 관료사회 여기저기서 '방 빼' '짐 싸' 소리가 요란하다. MB 한마디에 치안공백을 비웃던 유괴범도 하루만에 잡혔다. 네티즌들은 '신출귀몰 홍길동 대통령', '현장 공무원 1호'라며 간만에 칭찬 릴레이가 쏟아졌다. 그래서 MB의 공직사회 군기잡기는 서슬퍼런 '칼의 노래'로 불린다. 이는 부처 통폐합과 공무원 3427명 감축에 따른 비가(悲歌)다. 그런가하면 출근시간을 1시간씩 앞당기는 얼리버드(early bird) 신드롬 때문에 '아침형 인간'이 양산되고 있다. 휴일에도 출근하는 '노 홀리데이'에 이은 제2탄 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하루가 27~28시간 같다고 하고,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산다고도 말한다. '서번트(servant·머슴)'라는 용어도 유행이다. 머슴처럼 섬김의 행정을 하자는 거다. 그러나 잇단 유괴·살인사건에 우왕좌왕하는 군기 빠진 공복(公僕)들을 보면 섬김은 둘째치고 자신들의 직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직장잡기는 더 괴롭다.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이후 듣도 보도 못한 신인류 종족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났다. 학기보다 더 바쁜 방학을 보내는 '공휴족(恐休族)'이 탄생했고, 쇼핑족(학점 따기 수월한 타 대학서 청강), 메뚜기족(명문대 편입),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이 생겼다.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을 미루는 대학 5년생인 '대5', 토익·취업강좌를 찾아 헤매는 노마드족, 사회진출에 실패해 학교로 돌아오는 유턴족, 편·입학을 거듭하는 에스컬레이터족, 연휴 때 귀향을 포기하고 0.5배의 수당을 받는 알바생의 이름 '점오배족'도 있다. 취직 대신 시집을 택하는 '취집' 붐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직장생활은 더 슬프다. 한때 숙취해소용 생선들이 이제 직장인들을 슬프게 하는 고기들로 명패를 바꿔달았다.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 동태(한 겨울에 명예퇴직), 북어(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난 사람), 생태(해고 대신 타부서로 전출), 노가리(입사도 하기 전에 정리해고)가 그것이다. 속을 달래야 할 생선들이 속을 아프게 하는 은어(隱語)로 바뀐 것이다. 그런가하면 직업 안정성과 보장성 때문에 전공을 버린 대학생들이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이 됐지만 이제는 '공포족'(공무원시험 포기족)이 돼가고 있다.


▶MB정부는 일자리 300만 개를 만들고 청년실업(100만 명 추정)을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88만원 세대'(20대 근로자 중 95%가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세대) 같은 변종의 일자리가 수만 개 생긴다면 그것 또한 비극적이다.

 총선이 코앞에 와 있다. 그 나라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 유권자의 수준과 같다는 말이 있다. 자기 지역구에 누가 출마하는지도 모르면서 소주집에 둘러앉아 정치인 품평회나 '뒷담화'에만 열 올려선 안 될 일이다. 달콤한 말잔치와 허울뿐인 공약으로 표심을 유혹하는 후보들을 이번만큼은 제대로 심판하자. 일자리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내는 국회를 만들어야 '슬픈 종족'들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는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