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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7 대한민국 진짜 바보는?
김수환 추기경님이 직접 그린 자화상.

 ▶김수환 추기경은 만인이 우러러본 ‘바보’였다. 그는 2007년 모교인 동성고 개교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렸을 때 자신이 그린 자화상에 ‘바보야’라고 적었다. 추기경은 “제가 잘났으면 뭘 그렇게 잘났겠습니까.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는 것이 바보지. 그런 식으로 보면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라고 했다. 어린 시절 가난이 싫어 장사꾼을 꿈꾸다 추기경이 된 그의 ‘바보정신’ 핵심은 ‘사랑과 나눔’이다. 물질만능, 성공만능에 빠진 대한민국에서 때론 손해도 보면서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처럼 존경받는 어른이 되려면 몸을 낮출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어른’은 많지만 ‘큰 어른’이 많지 않은 것은 스스로 몸을 낮추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천재’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정조가 신하 심환지에게 보낸 ‘뒷담화 비밀편지(密札)’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정조보다 30여 년 앞서 비밀편지를 정략에 활용한 사람이 있다. 바로 청나라 옹정제다. 그는 지방관들과 1대1 밀찰 교환을 의무화했는데 일명 ‘주접(奏摺)’이라는 것이다. 주접은 지방관이 보낸 편지에 황제가 빨간 잉크로 답장을 쓰는 형식인데 파벌 척결, 부정부패 타파, 민심향방 파악에 활용했다. 때문에 주접의 내용이 부실하면 지방관들에게 ‘바보, 금수, 소인배, 거짓말쟁이, 사기꾼’ 등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으며 “이런 바보 같은 의견이 있나”, “바보는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다”며 일갈했다. 낮에는 국사를 돌보고, 밤에는 주접을 읽고 답장을 쓰느라 하루에 네 시간도 자지 못했다. 재위 13년간 1100여 명의 관료와 주고받은 편지가 2만 2000통을 넘었다. 때문에 그에게 ‘바보’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주접엔 민심의 뜻이 정직하게 실려 있어야 했다.


 ▶중종 때 특진관 이자건은 “강원도에 서리가 내려 보리가 얼어 죽는 등 여러 변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임금께서 성심이 지극하지 못하여 그런가 싶습니다”라고 충언했다. 어린 명종을 치마폭에 두고 수렴청정하던 문정왕후에게 남명 조식은 “왕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지만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은듯합니다”라고 직언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언(苦言)할 수 있었던 것은 상소(上疏)의 담대한 성격 때문이었다. 상소는 정책의 잘못과 양반들의 착취, 임금의 비정(秕政)까지도 쓸 수 있었는데 임금은 그것을 통해 백성들의 고통을 알았다. 그들은 목숨을 내놓고 정권을 비난한 ‘위태로운 바보’였지만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천재’였다.


 ▶‘섬진강의 기적’이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교육이 혼돈에 싸여있다. 인구 3만의 시골마을 임실이 1위를 했다며 야단법석을 떨 때는 언제고, 지금에 와서는 ‘성적조작의 도적’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조용했던 섬진강 마을을 들쑤셔놓은 것은 코 묻은 조무래기와 성적에 눈먼 시골교사가 아니다. 그 원죄는 무한경쟁에 매몰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에 있다. 송사리 잡고 염소 키우며 아름다운 유년을 보내야 할 섬진강 아이를 ‘바보’로 만든 것도, 그것에 속아 바보가 된 대한민국도 피해자다. 승진과 인센티브라는 '곶감'을 걸고 펼친 학업성취도평가 이벤트에 대한민국 모두가 바보가 된 것이다. 공부를 못하는 게 바보가 아니라, 멀쩡한 동심을 바보로 만드는 교육이 진짜 바보다.

"더이상 바보 같은 교육을 하지 맙시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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