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5.27 누가 盧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2. 2009.02.25 3000권 모으는데 10년…
  3. 2008.09.24 소풍
사진=충청투데이 이성희 김상용 기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이 옷깃을 여미고 있다. 62년 9개월의 짧은 삶을 살다간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운명이다”며 14줄의 글을 벼랑 끝에 날렸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몇 줄의 글이 아니라 몇 톤의 질량으로 뭉쳐진 아픔이었다.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고향을 떠난 지 32년, 낙향 후 15개월 만에 파란만장한 삶을 끝낸 것이다. 그는 하야(下野)하며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떻습니까. 야, 기분좋다”며 웃었다. 2002년 대선서 승리했을 땐 형님 무릎을 베면서 "저, 대통령 됐습니다"라고 응석을 부렸던 그다. “시장이나 밥집, 극장에 가고 싶다. 대통령 하는 동안 그런 곳에 못 가서 답답했다”고 말했던 그다. 그는 비범했지만 평범하지 못한 '바보 노무현'으로 살았고 비애에 젖은 국민들을 뒤로 머나먼 ‘소풍’을 떠났다.


 ▶봉하마을은 '까마귀도 먹을 것이 없어 울고 돌아간다'던 빈촌이었다. 그의 사법고시 도전도 가난 탈출의 승부수였다. 봉화산은 그가 칡을 캐고, 진달래를 따고, 소몰이를 했던 곳이다. 더불어 토굴로 들어가 고시공부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봉화산은 자신의 꿈이 시작된 곳이자 세상과 이별한 장소가 됐다. 서거 전 그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내가 괜히 정치하고 대통령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007년 12월 28일로 돌아가보자) 당시 이명박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정기록유출을 문제삼았고, 그 뒤로 불편한 사이가 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죽음이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이 바보 같아서 훌륭한 지도자를 죽였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진짜 ‘바보’일지도 모른다.


 ▶대법원은 최근 국내 최초로 존엄사(死)를 인정했다. 말기 환자가 임종단계로 들어갔을 때 생명연장의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다. ‘죽음의 병동’ 호스피스(hospice)는 라틴어 ‘손님(hospes)’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호스피스에 있는 사람들은 비관 속에서 하루를 소비하지 않는다. 죽음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고 싶다가도 맨발로 작두에 올라서면 살고 싶어지는 게 인생이다. 때문에 죽음은 어떠한 경우라도 억울한 구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마무리' 웰다잉(well-dying)이 화두가 되는 것도 '품위 있는 죽음'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답게 살 권리’ 못지않게 ‘사람답게 죽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온 소풍길에 죽음마저 억울하다면 그게 무슨 삶인가,


 ▶시인 천상병은 목 놓아 외쳤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우리는 어쩌면 짧디 짧은 소풍을 온 것인지도 모른다. 희로애락이 뒤범벅이 된 소풍길에서 ‘손님’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객(客)인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이는 맛있는 도시락을 들고, 어떤 이는 초라한 수저를 들고 있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상에서 한 많은 ‘소풍’을 살다갔다. 그러나 천상에선 푸른 하늘, 맑은 바람과 벗삼으며 아름다운 ‘소풍의 삶’을 사시길 옷깃 여미며 소망한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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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딩들의 머리, 반삭을 아세요?'라는 글을 썼다. 그런데 사진에 비친 책장에 대해서 궁금하다는 문의가 들어와 몇 글자 쓰기로 했다. 
 3단 짜리 책장 40여 개에 꽂힌 책이 몇 권인지는 새보지 않았다.(대략 2500여권). 구닥다리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사실 볼 것은 많지 않다. 물론 다 읽지도 못했다. 책읽기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10여년 전부터 한 권, 두 권 책장에 꽂다보니 꽤 많은 분량이 됐다.(이사갈 때 아저씨들의 인상이 엄청 구겨진다.) 아마 버려야 할 책들을 솎아낸다면 쓸만한 것은 몇 권 되지 않을 것이다. 요즘엔 마음에 찬바람이 들어서인지 책읽기가 괜찮아진다. 물론 술 먹고 지친 날은 대부분 제끼는데 멀쩡한 날은 침대위에서 배깔고 책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주일에 한두번이지만.



 하루 15분씩 독서하면 40년 후엔 1000권의 책을 읽게 된다. 1000권의 책은 대학을 5번 졸업한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무릇 남아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책에 관한 한 특별한 철칙이 있다. 집에 있는 책은 가급적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는다. 헌 책이라 주는 마음도 그렇고, 받는 사람도 썩 내켜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하나, 책은 절대로 빌려 읽지 않는다. 빌려읽으면 그 내용들이 마치 '내것'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다. 물론 읽고 싶은 책은 그때 그때 한 권만 사서 읽는다. 두 권 이상 사면 두 권 모두다 읽지 못하고 먼지 구덩이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하나, 소설책은 절대 읽지 않는다. 심심풀이 같아서 싫다.(심심풀이는 기억소자에 흔적이 남지 않고 소멸된다.) 사진이 약간 곁들어진 에세이를 즐겨 읽는데 필이 꽂히면 날밤을 까서라도 하루만에 읽어버린다. 물론 시집도 읽지 않는다. 편집부 특성상 '시를 많이 읽어야 된다'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시집엔 손이 가지 않는다. 물론 천상병, 고은, 안도현, 기형도 같은 분들의 시는 'very good'이다.

거실 한쪽 벽면에 있는 책장은 아이들 책이라서 무겁다. 책장이 휘고 있다. 리모델링할 생각.

 그럼 책에 관한 재밌는 기록들을 잠시 보자. 
이 세상에서 가장 '못말리는 독서광'은 누구였을까. 10세기경 페르시아 재상이었던 압돌 카셈 이스마엘은 여행할 때면 11만 7000여 권의 책과 헤어지기 싫어 400마리의 낙타를 동원, 서재를 끌고 다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성경. 1815년부터 25억 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은 1995년 10월에 첫 출판한 ‘기네스북’이다. 조앤 K 롤링의 네 번째 해리포터 시리즈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530만 부의 선주문을 받아 세계기록을 세웠다. 최고로 비싸게 팔린 책은 영국 시인 G.초서의 ‘캔터베리이야기’인데 이 오리지널본은 1998년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84억 5134만 5000원에 팔렸다. 세계에서 가장 따분한 책은 프랑스의 두 수학자가 1973년에 원주율을 소수점 이하 100만 단위까지 계산해 숫자로만 400여 페이지를 채운 책이란다.

"고백하건대 책은 장식용입니다"
사람이란 자고로 버리면서, 비우면서 살아야 하는데...


작은아이 공부방인데 책들이 두서없이 꽂혀있다. 난 책위에 책을 겹쳐놓는 레이아웃을 가장 싫어하는데 영 정리가 안됐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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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충청로 2008. 9. 24. 21:46
 ▶시인 천상병은 밥보다 막걸리를 더 사랑했다. 그는 '걸레스님' 중광, '춘천 거지'  이외수와 함께 3대 기인(奇人)에 속한다. 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된 그는 옥살이를 하면서 극심한 고문 후유증으로 기인에서 '폐인'으로 타이틀을 바꿔단다. 동백림 사건은 베를린 유학생들이 동베를린에 구경삼아 소풍을 갔는데 '간첩'으로 몰린 희대의 사건이다. 이들에겐 '반공법'이 적용돼 사형, 무기징역 등이 처해졌다. 그러나 그는 한 잔의 커피와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비가 남았다며 행복해했다. 친구에게 막걸리 값으로 100원과 500원을 '동냥'하면서도 가난을 즐겼다. 그는 죽는 날까지도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며 자신의 시 '歸天'(귀천)처럼 세상을 사랑했다. 그의 인생은 소풍이었다. 그에게 일상은 막걸리 한 잔이었고, 인생은 잠깐 놀러왔다 떠나는 아름다운 소풍이었다.


 ▶화가 고흐는 사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예술성에 천착했던 그의 작품은 생전에 딱 한 편만 팔렸는데 그것도 친동생이 몰래 산 것이다. 매일 독주로 소일하던 그는 단골 술집에서 고갱을 만났고, 화가 공동체를 꿈꿨지만 결국 흐지부지 됐다. 고흐와 고갱은 절교했고 슬픔에 빠진 고흐는 귀를 잘라버린다. 결국 고흐는 정신병동을 오가다 자신이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란 작품처럼 밀밭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그는 자살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장례식을 거부당했고 수레에 짐짝처럼 실려 동토(凍土)에 묻혔다. 그의 삶은 소풍이 아니라 광풍(狂風)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하루 평균 34명이 자살한다. IMF(외환위기) 때의 19.9명보다도 2배가량 뛴 수치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수는 1만 2174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뛰어넘었다. 게다가 20대가 전체의 26%를 차지할 만큼 '꽃다운 청춘'들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서도 단연 1위다. 이는 물질만능주의, 생명경시 풍조, 가난과 홀대, 실직과 실업, 성적지상주의 등 삶의 코너에 몰린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자살의 방조자는 국가일 수도 있고 사회일 수도 있다. 빈자(貧者)의 희망을 꺾는 부자 부동산정책, 가진 자가 없는 자의 것을 탐욕하는 수도권정책, 보수와 진보가 허구한 날 퉁바리 놓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끼리끼리 '꽃놀이패'로 산다.


 ▶1774년 발표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남의 약혼녀를 사랑한 베르테르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괴테가 절친한 친구의 자살과 자신의 실연(失戀)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 하지만 소설이 출간된 뒤 젊은이 사이에서는 '모방 자살'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안재환의 자살후 연탄가스를 이용한 '모방 자살(베르테르 효과)'이 생겼다고 한다. 개인 빚 780조 시대. 1인당 1600만 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사는 사람들의 삶이 즐거울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풍'을 떠나기 전, 남아있는 자의 눈물을 떠올려보라. 자신의 고통을 잊기 위해 생을 포기한다면 남은 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잘살아보자는 웰빙(Well-Being)보다 올바르게 죽는 웰다잉(Well-Dying)이 뜨는 이유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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