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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노맨(2)

충청로 2009.01.17 22:52

 ▶찰리 채플린은 콧수염과 모닝코트, 지팡이로 눈물과 웃음을 자아낸 희극의 대명사지만 거절의 명수이기도 했다. 그의 영화가 히트하자 졸렬한 짝패들이 몰려들어 동업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유혹을 단호히 뿌리쳤다. 그가 ‘예스맨(Yes Man)’이었다면 창조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작품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이스라엘 건국 초기 대통령직을 제안 받았을 때 완곡한 표현으로 거절했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거절하겠다. 나는 우주의 법칙은 잘 알지만 인간에 대해선 모른다. 더욱이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도 해야 하는 위치다.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프로골퍼 1인자 최경주도 꼴찌 상금이 1억 5000만 원이나 되는 타깃월드챌린지대회 초청을 거절한 바 있다. 그는 착실한 동계훈련을 위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초청을 거절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 하비의 ‘애빌린 패러독스’는 ‘YES’가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한 실화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텍사스의 여름날, 하비의 장인은 ‘애빌린’으로 가족 외식을 가자고 제안했다. ‘펄펄 끓는 살인더위에 어딜 가나’ 다들 귀찮았지만, 눈치를 보며 ‘YES’라고 답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에어컨도 없는 고물차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왕복 4시간을 달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맛도 형편없었다. 애빌린의 외식 의사결정에서 가족들은 속으론 NO, 겉으론 YES를 외쳐 ‘최악의 하루’를 보낸 꼴이 됐다. 그런가하면 ‘괴짜 경영자’로 유명한 리차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당신이 보스라면 예스맨이 되어선 곤란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뚝심 있게 노(No)라고도 말할 수 있어야 훌륭한 경영자”라고 조언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말 잘 듣는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를 가리켜 ‘굿맨(Good Man)’이라고 불렀다. 국내·외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친미정책을 고수하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 대해서 언론은 ‘부시의 푸들(Poodle)’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일본이나 영국 정부는 이런 평판에 대해 철저히 ‘노코멘트’ 했다. 고이즈미나 블레어는 부시 추종자가 아니라 국익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는 예스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핵미사일이 자위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는 발언으로 ‘핵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미국과 부시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盧)의 NO는 국익에 치명상을 입히는 'NO'였다고 비꼬았다. 이는 NO에도 법칙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상사의 명령이나 의견에 무조건 딸랑이를 흔드는 ‘예스맨’과 함께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물론 스스로가 예스맨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50%가 넘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으론 ‘NO’ 입으론 ‘YES’를 외친다.
 
그러나 이 시대는 허리를 굽히는 ‘착한 사람’보다 입이 곧은 현명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똑바로 전할줄 아는 정치인이 필요하고, 그 민심에 토라지거나 비토하지 않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국민이 NO하는데 국가가 먼저 NO하는 것은 폭거다. 법을 세우고 법을 이끌어가야 할 국회가 허구한 날 민생을 방기하는 것은 ‘무법’이다. 국가는 민심에 '노'하지 않고 국민이 예스할 때까지 무조건 섬겨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사명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