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07 부자 나라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1)
  2. 2009.08.09 절망이여 파이팅

▶우리나라 국민은 34억 원은 있어야 부자(富者)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10명중 2명은 부자를 존경하지도 않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뭔가 ‘투기(投機)’한다는 선입관 때문이다. 하지만 34억 원의 꿈은 둘째 치고 34만 원도 없어 빚잔치 하는 게 국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734조 원이었다. 1인당 1500만 원의 빚을 짊어진 셈이다. ‘돈 없이’ 집을 샀기에 그렇고 ‘돈 꿔서’ 가르치다보니 그렇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이들중 절반 이상이 부(富)를 늘렸고 1인당 평균재산은 30억이 넘었다. 김세연 의원의 경우 주식으로 634억 원이나 불렸다. '불만·불신·불안'을 떠안고 사는 3불(三不) 계층인 서민 중산층은 그들이 부럽고 부럽기만 하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


▶부자나라일수록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 행복 총합이 감소하기에 그렇다. 돈을 벌수록 사람들은 부유층을 흉내 낸다. 하지만 진짜 부자는 '있는 척'을 안하는 법이다. 미국 내 백만장자들은 머리 손질에 16달러를 지불하고, 열 명 중 네 명은 10달러 미만의 와인을 즐기는 짠돌이다. 여성 백만장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두는 명품이 아닌 대중적 브랜드 '나인웨스트'고, 가장 좋아하는 의류 역시 중저가의 '앤테일러'다. 성경 잠언에도 '부자인 척 행동하는 사람은 가진 것이 없고 가난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부자다'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부자들은 으리으리한 집과 고가의 자동차에 관심이 없다.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가정이 집을 잃고 파산한 이유도 '부자인 척 하는' 습관 때문이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함께 점심을 먹는다면 누가 밥값을 낼까? 정답은 가난한 사람이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만나 밥을 같이 먹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부자에게 밥을 사면서 노하우를 배운다. '철강왕'이 된 앤드루 카네기는 공장 노동자였다. 그는 일주일치 급료를 모아 부자들이 가는 레스토랑에서 그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엿들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수업료'를 지불하고 그들의 습관과 행동을 배워 부자가 된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런가하면 인도에 사는 1200만 명의 아이들은 노예처럼 산다. 그들은 사창가에 팔려가지 않기 위해 하녀로, 막노동꾼으로 일한다. 노예처럼 일한 대가는 한 달에 2500원이다. 장난감 대신 삽·괭이를 들고, 놀이대신 구걸을 한다. 이들에게 가난은 처절한 비명이다.


▶이명박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1인당 9만 3000원을 감세했고, 고소득층에겐 437만 원을 감세했다. 5년간 88조 원의 부자감세로 인해 세수는 10조 원이나 줄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한국 부자들 3만 6000명이 지방세를 내지 않았다. 10억 원 이상 재산가의 체납액이 5530억 원이었다. 누구는 한 끼를 때우기 위해 ‘풀’을 뜯고 누구는 한 끼를 누리기 위해 ‘고기’를 뜯는다. 그러나 인생의 성공은 통장잔고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숫자라고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람이 없으면 가난하다. 가난한 사람은 희망을 꿈꾸며 살고, 부자는 절망하지 않기 위해 산다. 내일을 담보로 한 자신들의 인위적인 생존법이다. 가난은 인생의 담금질이다. 매달 월급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보며 희망의 풀무질을 하는 것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Posted by 나재필
충청투데이 김상용기자

 ▶밥만 먹고 어떻게 사는가. ‘밥’만을 위해서 어떻게 사는가. 때로는 진눈깨비 같은 여행길에 소나기도 맞고, 그럴싸한 레스토랑에 앉아 ‘칼질’도 해야 하지 않는가. 탕탕한 세상길에 말동무라도 만들어 질탕하게 마셔 봐야 하지 않는가. 별빛도 차가운 유곽 같은 방안에 처박혀 노동의 핏빛 영가(詠歌) 부르며 진한 사랑한번 해봐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가난은 어찌 이리 진드기처럼 몸에 달라붙어 비루먹을 유충을 낳고, 허구한 날 몸속을 짐승처럼 유영하는가. 겨울엔 더 춥고, 여름엔 더 더운 날을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가. ‘가난이 죄’임을 일찍이 알았지만, 가난을 떨칠 수 없음을 어찌 이리 일찍 깨달았을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것은 하나의 고행이다.

 ▶워킹푸어(Working Poor)는 절대빈곤층을 말한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일해도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월 132만 6609원)에 못 미친다. 저축은 상상도 못하거니와 일자리를 잃거나 몸이 아프면 곧바로 절대빈곤으로 떨어지는 계층을 뜻한다. 알뜰살뜰 아껴봤자 식비, 방세, 자녀들 학비를 내고 나면 통장 잔고는 ‘0원’ 내지 ‘마이너스’가 된다. 억척스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믿음, 없는 집 자식도 본인만 똑똑하면 명문대에 간다던 희망도 없다. 중산층으로 간신히 살고 있지만, 가족 중 한 사람이 실직하면 언제든지 워킹푸어로 추락하는 ‘빈곤층 예비군’도 있다. ‘인생역전’ 보다는 ‘인생유전(遺傳)’이 바로 이들이다. 대한민국 워킹푸어는 300만 명에 이른다.


 ▶전국에서 한 해 7만 5000명(2008년)의 학생들이 학교를 중퇴한다. 이들 대부분은 ‘가난’이라는 공통의 아픔을 갖고 있다. 소득의 차이가 성적의 차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과외 받아 좋은 대학 가는 시대를 끝내고, 대학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는 잘사는 동네의 과외 받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다니게 되는 ‘부의 세습’ 고리를 끊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미국도 100년이나 걸렸다는 입학사정관제를 임기 내 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교육 공화국’에선 공허한 얘기로 들린다. 요즘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학생 뒤에는 사교육비를 댈 수 있는 ‘부자 아빠’가 있고,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한 아빠’ 뒤엔 눈물만 있다. 공부로 인생역전 하는 세상은 갔다. 고용불안과 박봉에 시달리는 워킹푸어 시대에 고달픈 밑바닥 인생은 대물림마저 된다. 가난은 가난을 낳는다.


 ▶다산 정약용도 벼슬을 그만두고 산골짝에 들어가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낙향 예찬론’을 폈다. 일정한 수입 없이 비참하게 사는 딸깍발이의 삶이 별로라는 것이다. 연암 박지원도 사흘을 굶다가 도저히 굶어 죽을 것 같자, 다락방에 처박아 둔 경대(鏡臺)를 전당포에 팔려고 했다. 현감 벼슬에 있었음에도 생계를 꾸려가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빈부의 격차가 인격의 격차가 된 세상에 가난은 웃음까지도 갉아먹는다. ‘가난’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칠 때 더 큰 ‘고난’으로 다가온다. 그 고난이 힘에 겨울 때 ‘가난한 아빠’는 세상을 경멸하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해도 탈출하기 힘든 가난의 대물림. 오늘을 살면서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절망의 대물림. 그래도 마음만은 가난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옷의 가난, 음식의 가난은 견딜 수 있지만 마음까지 가난해지면 무엇에 기대어 살 것인가. 절망이여, 파이팅.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