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10 겨울과 아버지 (2)
  2. 2009.07.07 달이 처음 뜨는 동네, 수암골을 가다 (3)

겨울과 아버지

충청로 2009. 12. 10. 13:28
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작가 이외수를 보면 ‘앙상한’ 겨울이 연상될 정도로 말라깽이다. 그는 청년시절 자신의 몸을 모질게 연소시켰다. 됫병 소주 2개를 들이켰고, 담배는 하루 예닐곱 갑씩 태웠다. 3일 정도는 우습게 굶었고, 라면 한 개로도 일주일을 버텼다. 1970년대 이외수의 퀴퀴한 자취방은 작가 지망생들의 아지트였다. 손님들은 소주와 라면, 시래기나 비지를 사왔다. 겨울엔 돈이 없어 연탄의 ‘뜨거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체온으로 데운 이불로 버텼다. 애인에게 차인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차디찬 자취방에서 세상을 향해 외쳤다. “아! 쓰발, 외로워….” 45㎏의 깡마른 몸으로 쓴 그의 글들이 차디찬 골방처럼 저며 오는 것은 바로 ‘겨울처럼’ 살았던 인생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아버지도 ‘겨울’을 닮았다. 얼굴엔 세월의 깊디깊은 밭고랑이 생겼고, 앙상한 뼈마디엔 찬바람이 몰아친다. 화가 나면 두 눈에 불꽃이 튀던 아버지. 너무나 무서워 반항할 수도 없었던 아들이었기에 그 속절없는 꺾임에 눈물이 난다. 내 눈물을 내 아들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내 나이가 되면 아들도 내 눈물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도 울 것이다. 또한 아버지는 자전거를 잘 고쳤다. 10여 년을 통학하면서 자전거포에 갔던 기억이 없다. 지금 내게도 아들 자전거 두 대가 있다. 그 자전거를 이제 내가 고치고 있다. 편식을 탓하던 아버지처럼 나도 아들의 편식을 나무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성(父性)의 운명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계절, 사부곡(思父曲)이 절절해지는 이유는 이 시대 아버지들이 겨울을 닮았기 때문이다.


 ▶겨울이 따뜻해지고 있다. 최근 110개국이 모여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를 가졌다. 이들의 회동 목적은 지구 온도를 2도 내리자는 것이다. 2도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과학자들은 2도를 지구환경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문턱’으로 본다. 지금까지 온난화로 인해 지구 온도는 0.6도쯤 올라갔다. 1도가 오르면 만년빙이 사라지며 가뭄과 산사태가 일어난다. 지금보다 2도가 상승하면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바다에 흡수되면서 바다생물들이 소멸된다. 3도 오르면 우림지대와 정글이 무너진다. ‘떡방아 찧는 토끼’가 사는 달(月)도 매년 3.8㎝꼴로 지구서 멀어지고 있다. 달이 처음 생성될 때만 해도 약 2만 2530㎞ 지점에 있었지만 지금은 37만 149㎞나 떨어져 있다. 달의 낮·밤의 기온 차는 섭씨 200도 이상이다. 달이 지구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은 ‘봄 같은 겨울’이 오고 있는 징조인지도 모른다.


 ▶2009년 겨울은 어둡고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이 겨울의 우울은 시대의 불통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한 해를 노추(老醜)로 장식하지 않으려면 버려야 하고 비워야 한다. 겨울의 아름다움은 다 버림으로써 살아난다. 오래된 찻집, 창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찻잔의 커피보다 그들의 모습이 더 따뜻하다.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따뜻한 입김이 불어온다. 겨울도 마주하니 따듯한 것이다. 겨울은 헐벗기에 서정시를 낳는다. 개인적으론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금기시한다. 어디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해마다 다사다난이니, 다사다난이란 말은 아무짝에도 못 쓸 명사다. 이제 한 줌밖에 남지 않은 한 해를 후회 없도록 매조지해야 한다. 누군가가 ‘오늘 이 시간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며, 어제 죽어간 어떤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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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폴펠릭스 2009.12.10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 아버지... 항상 자식은 어머니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된 지금, 아버지란 그 호칭이 참 낯설기만 합니다. 그리운 아버지를 속으로 되뇌어 봅니다.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 ㅠㅠ 2009.12.10 15: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엔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짠했는데 요즘 들어선 '아버지'란 말에도 울컥합니다

수암골. 청주시 진산인 우암산 자락에 자리잡은 마을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수동’입니다.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며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60여 호 남짓의 집들이 살갗을 부비며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이곳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졌는데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풍경이 압권입니다. 동네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죠. 수암골 초입에 있는 구멍가게부터 추억여행은 시작됩니다.

소지섭과 한지민이 앉았던 평상, 의자

가만히 있어도 배고프고 아득했던 대학시절의 자취방이 생각납니다. 찬거리는 없어도 모든 게 맛있었던, 안주는 없어도 모든 게 달콤했던 달동네의 허름한 집이 떠오릅니다. 비가 내리면 가난이 한숨되어 뚝뚝 떨어지던, 그래서 처마 밑 평상에서 김치 쪼가리 하나 놓고 소주를 들이켜던 젊은 날의 우울한 초상화 말입니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골목길은 이제 흑백사진처럼 낡고 닳았지만 가슴 속엔 왠지모를 애수가 새록새록 피어나게 합니다.


수암골에 그려진 벽화들은 청주민예총에 소속된 예술가들이 ‘수동 공공예술 프로젝트-골목길 광장을 품다’라는 주제로 그린 작품들입니다.
수암골 사람들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2년간 자취를 한 곳이기도 하고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이 교편을 잡았던 대성여상도 지척에 있습니다. '카인과 아벨'을 쓴 흥행작가 박계옥은 충무로에 있는 시나리오작가협회 영상작가교육원을 같이 다닌 동기생이기도 합니다. 박계옥 씨는 첫사랑사수궐기대회, 행복한 장의사, 천군, 댄서의 순정, 나두야 간다, 투캅스3, 박대박, 돈을 갖고 튀어라, 깡패수업 등을 쓴 훌륭한 작가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작가가 됐고, 저는 달동네의 그늘처럼 '나중'을 생각하며 '양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의 추억을 좇아 모두가 공감하는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손을 대거나 등을 기대지 마십시오. 담벼락이 무너집니다


골목길을 가면 또 골목길이 나옵니다, 휘어지기를 즐기는 그들의 습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남루한 환경에서도 희망은 싹틉니다. 꿈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이제 골목대장도 없고, 가장 먼저 떠오르던 달도 빌딩숲 네온사인에 고개를 숙입니다. 방 2칸 짜리 허름한 터전에서 꿈과 희망을 일구기 위해 언덕길을 오르내리던 서민들의 고달픈 흔적도 사라져갑니다. 그러나 다시 꽃이 피어났습니다. 유년의 무채색 골목이 해맑은 동심의 수채화로 살아났고, 가난과 연탄재가 쌓이던 골목길 계단에도 꽃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수암골. 우리가 유년의 기억을 곱씹듯 미래의 추억을 위해 보존해야 할 우리들의 애잔한 풍경입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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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옆짝꿍 2009.07.08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도 직접 다 찍으신거에요???와우 선배님 사진도 잘찎으시는구나아~ 못하시는게 머에요???

  2. 옆짝꿍 2009.07.08 1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인과 아벨 작가가 선배님하고 동기셨구만요?? 놀랍다..나 완죤 카인과 아벨 왕팬이었는데..선배님!! 동기작가분한테 말해서 저 소지섭 한번만 만나게 해주세요..가능하죠하죠??? 기대할께요 뿅!룰룰루~~~

  3. 기술의 힘, 동기의 힘 2009.07.08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카는 대충 눌러도 잘나오던데...
    그리고 박계옥(여자이름이지만 남자임)하고는 영상작가교육원 5기 동기생인데 그렇게 안친했어...김기덕 감독도 우리 교육원 출신인데
    말 한마디 못했는걸....내가 딴따라신문에 계속 남아있었으면 소지섭 소개해 줄 수 있었을텐데...아쉽군....쏘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