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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4 중딩들의 머리, 반삭을 아세요? (6)

원래 사진은 정면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사진을 보더니 초상권 침해라며 당장 삭제하란다. 그래서 뒷모습을 공개하는 것이다. 뒷모습마저 허락해주니 감지덕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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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삭이 뭐예요?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데리고 미용실에 갔다. 사자 갈기보다 몇 배는 더 긴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였다. 삭발은 일제 식민지사관과 군사정권 잔재가 남아있는 중학교 입학 통과의례 아닌가.
“시원하게 밀어주세요. 중학생 머리로요”
"짧게요?"
"네, 스포츠머리 있잖아요. 빡빡~~"
"요즘 대세는 반삭인데…. 반삭으로 해 드릴까요?"
"반삭요? 반까이도 아니고 반삭???"

 반삭은 ‘반삭발(半삭발)’의 줄임말로 머리카락을 9mm, 12mm, 18mm 등의 일정한 길이로 조금씩만 남겨놓고 다 잘라내는 것을 의미한다. '반삭발'이란 말은 투쟁적이고 거친 반면 '반삭'이란 단어는 그저 한글자 줄였을 뿐인데 나름 무척 귀엽게 느껴진다.

 미용사는 반삭에 대해 유창하게 설명하고는 앞, 뒤, 옆머리 길이가 똑같도록 바리깡(머리를 깎는 기구, 제조회사 이름서 유래함)으로 아이의 머리를 박박 밀기 시작했다. 물론 바리깡에 덧댄 플라스틱 기구 덕분에 머리 길이는 일정했다. 뒷머리와 옆머리를 치올려 깎고 앞머리는 뭉실뭉실하게 두고 정수리만 평평하게 깎는 상고머리와는 전혀 달랐다. 다 깎고 나니 마치 ‘밤송이’ 같았다.(원체 숱이 많아 ‘은초딩’ 머리 같기도 하고). 남자들 군대 갈 때 빡빡 밀면 눈물 콧물깨나 흘렸는데 아이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씩씩하게 잘랐다.

 반삭, 반삭…. 반삭만 했을 뿐인데 아이는 진짜로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이제 녀석의 코 밑에도 솜 같은 털이 자랄 것이고 이차성징도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질풍노도와 같은 사춘기가 들이닥칠 것이고 시베리아 바람이 가슴속을 휑휑 후비는 성장통도 찾아올 것이다. (그건 그렇고) 며칠 후 아이의 머리를 다시 점검했는데 허걱~ 이 녀석은 삼손이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머리가 너무 많이 자라 있었다. 아, 닷새후면 입학식인데 또 깎아야 하나!
 "미용사 아줌마, 반삭 말고 빡빡 밀어줘요. 머리가 너무 빡빡 자라요"

 위기의 '막장교육' 중딩 잡네

 여기까지는 더벅머리가 까까머리가 되는 얘기였다. 그러나 정작 하고픈 말은 한국의 막장교육이다. 졸속으로 시작해 졸속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 교육판에 자식을 내놓자니 걱정이 태산인 것이다. 인구 3만의 시골마을 임실을 '최고'로 만들었다가 '최악'으로 만든 한국의 교육판. 정부에게 칭찬 받으려고 아이들을 '뻥쟁이'로 만든 어른들의 무지막지한 이벤트. 그냥 보기 좋고 떠벌리기 좋으면 뻥좀 까고 야부리좀 까서라도 1등을 만들려는 'F4교육'이 문제다. 어디 학교를 ‘야바위판’으로 만들 작정인가.

 서울대도 막장교육이라는데…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서울대가 '막장교육'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출신의 세계적인 학자가 거의 없는 것은 단순 주입 암기식 교육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의 차이 때문인데 우리는 그것을 반성하지 않고 '막장교육'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책벌레 친구는 술 먹은 친구의 등 두드려주는 법도 잘 모른다"며 "서로 교류하고 협조하는 방법을 배우고 참다운 우정이 뭔지를 깨닫고 인생을 풍부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KY대 안가도 괘안타~

 밑줄 팍팍 그어가며 달달 외우기식 공부를 하고, 그 가운데서 가장 잘 외운 넘 순으로 짱짱한 대학을 나눠주는 게 한국 교육이다. 문제는 교육 막장드라마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 같은 막장드라마의 배경엔 60, 70년대식 일제고사에 의한 무한 학력경쟁이 있다. 이 속에서 무슨 인성교육 따위가 있겠는가.
 "아들아 그까이꺼 SKY대 안가면 어떠냐. 기 쓰면서 달달 외운 지식들이 어디 인생살이에 도움이 되더냐. 공부만 잘하고 사람 됨됨이가 형편없으면 그게 더 '즐'이다."

"1등만 강요하는 한국교육, 어른들이 미안하구나"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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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09.02.25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삭으로 깔끔이 밀어주는 센스..ㅎ

  2. BlogIcon 콕크 2009.02.25 0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삭발 = 건방져 보이고 대항하는 뜻.
    반삭 = 애교 ㅋㅋ

    아~ 그립다~ 나도 반삭하고 다녔었는데;

  3. ㅋㅋ 2009.02.25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뒷모습이 너므너므 귀여워요..까까머리..아웅~

  4. ㅎㅎ 2013.02.16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아버지시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