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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1 김현희를 마타하리로 부르지 마라

  그녀의 이름은 마유미였다.
 87년 11월 29일 오후 2시1분 KAL 858기가  버마(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서 폭파돼 승객 115명이 전원 사망했다. 한국과 미국 등은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 인도양 뱅골만 등을 수색했으나 기체를 찾지 못했다. 추락하기 전  KAL기에는 하치야 마유미가 타고 있었다. 그녀는 바그다드에서 탑승해 아부다비에서 내렸다. 마유미는 13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12월 15일 서울로 압송됐다. 대선 국면전환용이라는 의혹이 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김현희였다.
 87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민주화항쟁으로 전국이 들끓었던 대혼란기였다. 사건당시 정부는 북한지령에 의한 공중폭발로 결론짓고 사건조사를 마쳤지만, 사망자들이 발견되지 않는 등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88년 1월 15일 하치야 마유미는 김현희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본인이 KAL 폭파범이며 북한 김정일의 사주로 88올림픽 방해, 선거분위기 혼란 야기, 남한내 계급투쟁 촉발을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그녀는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90년 사면됐고, 97년 안기부 요원과 결혼한 후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22년이 흘렀다.
 그녀는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가 짧아졌을 뿐 외모는 별로 변한 게 없었다. 87년 KAL 폭파범으로 지목돼 얼굴이 공개됐을 때 국민들은 테러리스트의 정체가 아리따운 여자였기 때문에 놀랐다. 모습이 공개된 후 공개처형을 외치던 여론은 곧 동정론으로 변했다. 심지어 "원죄는 북한이다. 그녀에게 돌을 던지기에는 너무 예쁘고 착해 보인다"며 미모론으로 몰고가는 사람도 많았다. 긴 생머리를 한 그녀는 졸지에 ‘한국의 마타하리’가 돼 버렸다.

 그녀는 범인(犯人)이자 범인(凡人)이다.
 평생 죄인이란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그녀 역시 피해자고, 그녀의 범죄로 인해 이유없이 죽어간 유가족도 피해자다. 
“나는 죽어야 할 사람,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던 그녀가 다시 나타나 "북한이 한 테러고, 저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또한번 그때의 상처를 보게 된다. 

 그녀의 외모에만 초점을 맞추는 언론도 잘못이고, 그녀의 외모만 바라보는 여론도 잘못이다. 기사마다 그녀의 미모를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것은 사안의 팩트를 놓치는 일이다. 그녀를 '마타하리'로 만든 것은 시대의 비극을, 분단의 비애를 간과하는 일이다. 죽어간 자의 넋을 위해서도, 속죄하며 아프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잣대다.

그런데 왜 하필 북한과 냉랭할 때 다시 등장했을까!!!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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