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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5 강호순 그리고 살인의 추억
 ▶대한민국이 때 아닌 '살인의 추억'에 빠졌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판국에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 민심은 걱정이다. ‘강호순 사건’은 선량한 웃음을 띠며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던 이웃이 ‘인간 백정’으로 돌변한 사이코 얘기다. 그는 인간의 몸을 빌린 사악한 ‘짐승’이었다.
 잠시 조선시대로 거슬러가보자. 조선 세종 때 향약집성방을 편찬한 권 채는 집현전 학사였다. 그러나 그는 4명의 여인을 성고문 해 죽인 살인마이기도 했다. 여종의 몸에 있는 힘줄과 핏줄을 도려내 죽이는가하면 불에 달군 쇠로 음부를 지지고, 개의 변을 먹게 하는 등 성고문 방법도 잔인했다. 의금부에 잡힌 권 채는 되레 '내가 뭘 잘못했냐'며 법을 꾸짖기도 했다. 강호순과 같은 ‘사이코패스’ 기질을 보인 것이다. 조선시대 성폭행범 처벌은 엄했다. 강간 미수는 장(杖) 100대에 귀양, 강간은 교수형, 근친 강간은 목을 베는 참형에 처했다. 이유불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2일 오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이틀째 현장검증이 열린 경기도 수원시 구운동 황구지천변 일대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고, 소도둑이 살인마가 된 강호순은 2006년 12월부터 25일 동안 5명을, 짧게는 닷새 만에 3명을 살해했다. 그는 군대 휴가 기간에 소를 훔치다 불명예 제대한 전과9범이다. 준수한 외모와 선량한 미소로 여자들을 유인해 '짐승'의 욕구를 채웠고, 살인극이 끝나면 싹싹한 30대 동네 청년으로 돌아가 태연하게 트럭을 몰고 가축을 길렀다. 네 번의 결혼을 통해 세 명의 자식을 둔 그의 외딴 집은 여자들로 들끓었다. 1978년 미국 시애틀대 법대생이었던 테드 번디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말솜씨로 여성을 유인해 30여 명을 살해했다. 그가 타고 다닌 차 위에는 언제나 보트가 실려 있었다. 강호순의 '에쿠스 전략'처럼 부를 자랑하며 여심을 꼬드긴 것이다.

 ▶독일의 아민 마이베스는 인터넷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나에게 먹힐 건장한 남성 구함.' 이 글을 보고 430명이 재미삼아 지원을 했고 그 중 한 명이 뽑혔다. 마이베스는 지원자의 시신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먹으며 캠코더에 녹화했다. '일본의 한니발'이라고 불리는 사가와 잇세이는 소르본 대학교의 영문학도였다. 그는 학급동료를 총으로 살해한 후 인육을 먹었다. 미국 밀워키에서 15명을 살해한 제프리 다머도 냉장고에 시체를 넣어두고 살점을 뜯어 먹은 '식인인간'이었다. 희생자는 주로 흑인들이었는데 두개골을 냄비에 끓여 전시하거나 시체를 강간하기도 했다. 그는 957년형을 선고받고 수형생활을 하던 중 흑인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됐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하찮은 목숨'이란 것도 없다. 한 명의 '라이언일병'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자를 내는 것은 코미디다.

강호순이 2004년 이전부터 넷째 부인과 개와 닭을 키우면서 음식장사를 한 안산시 팔곡1동 야산 중턱에 있는 개 사육장. 이곳은 강이 원두막 가건물에서 장사를 했다는 군포시 둔대동 반월저수지와 서해안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600m, 강이 최근 살던 안산시 팔곡1동 연립주택과는 2㎞ 정도 떨어져 있으나 진입도로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야산 중턱에 있다.

 '근심은 애욕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며 죄는 참지 못함에서 생기느니라.' 강호순의 집 거실에서 발견된 격언이다. 그는 매일 아침 그 격언을 보고도 '살인의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얼굴이 공개되자 자신의 자식들이 충격받을까 두렵다고 했다. 범행 관련 책자를 발간해 자식들에게 인세를 주고 싶다고도 했다. 자신의 자식은 소중한 줄 알면서도 남의 목숨은 가벼이 여기는 그의 핏빛 ‘야누스’에 소름이 돋는다. '범죄의 싹'을 없애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몫이다. 피도눈물도 없는 살인마에게 얼굴공개를 두고 ‘인권타령’을 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다. 그들에겐 사형마저도 아깝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