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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1 정신 못차리는 지자체

 ▶‘머슴’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저마다 ‘크고, 넓고, 폼 나게’ 지으려고 경쟁 중이다. 한국판 ‘베르사유 궁전’으로 불리는 성남시 신청사는 3222억 원을 들였다. 서울시 신청사(2288억), 서울 용산구(1510억 원), 용인시(1974억 원), 원주시(999억 원)도 ‘대궐’이다. 도(道)단위 지자체 중 ‘못사는 동네’에 속하는 전북도(1758억)와 광주광역시(1536억)도 빚을 내 청사를 지었다. 안양시의 배짱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71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도 2조 2349억 원을 들여 100층 규모의 청사를 지을 계획이다. 건물이 아니라 ‘호텔’이다. 돈도 없으면서 떠세를 부리는 이들 지자체의 ‘궁전’ 건립을 보며 국민들은 ‘초가삼간’의 삶을 떠올리고 있다.

 ▶러시아 성바실리 대성당은 공포정치로 악명 높았던 이반 4세가 만들었다. 그는 성당이 완성되던 날, 건축가들의 눈을 뽑아버렸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더 이상 짓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다. 궁전보다 화려하고 보석보다 아름다운 무덤인 무굴제국(인도)의 타지마할. 평민의 여인을 사랑했던 샤자한 왕은 그녀가 죽자 22년에 걸쳐 지상 최고의 무덤을 만들었다. 이 건축물을 완성한 장인들도 손목이 잘렸다. 영원불사를 꿈꾸던 진시황제는 동서 2500m, 남북 1000m에 이르는 아방궁을 지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성남 공군비행장 부근에 호화 영빈관을 차렸다. 퇴임 후 각국의 지도자들을 만나며 우아한 말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공 비리가 터져 그의 말년은 ‘궁전’이 아니라 백담사였다. YS는 IMF 환란 와중에 8억 원을 들여 사저를 지었다. DJ도 ‘방이 여덟, 욕실이 일곱, 거실이 셋’인 사저를 지어 구설에 휘말렸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화 사저 ‘노방궁’도 잡음이 일었다. 그들이 꿈꾸었던 ‘집’은 결국 인생의 ‘짐’이 됐다.
 ▶2006년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는 빚더미에 깔려 파산했다. 12만 명이던 인구는 1만 2000명으로 감소했다. 절반으로 줄어든 공무원들은 한 해 1000시간 넘게 야근을 하면서도 한 푼의 수당도 받지 못했다. ‘부자 동네’ 미국 캘리포니아도 지난해 돈이 없어 형기(刑期)도 안 채운 죄수들을 석방했다. 부산시 남구는 지난해 말 지자체 처음으로 월급 줄 돈이 없어 20억 원의 빚을 냈다. 그런 ‘가난뱅이’ 지자체가 신청사를 짓기 위해 120억 원을 빌려 썼다. ‘그림자 부채’로 불리는 공기업 빚은 177조 원에 달하고 대한민국 국가 부채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을 넘는다. 이는 GDP의 60%에 해당한다. 이대로 가다간 국가가 ‘부도’날 판이다.
 ▶세금 한 푼만 안내도 길길이 뛰는 정부가 혈세 쓰는 데는 ‘도통’했다. 만약 자기네 지갑을 털어 쓰라고 했다면 ‘미친 놈’이라고 까무러쳤을 것이다. 국민 호주머니에서 꺼내 쓰니 ‘흥청망청’ 아깝지 않은 게다. 문제는 그들이 남긴 '빚'은 결국 국민들의 빚이라는 점이다. ‘머슴’인 척 하지만 정작 머슴은 국민이다. 빚을 내서 ‘집’을 짓고, 빚을 내서라도 자기들 월급은 꼬박꼬박 타간다. 늴리리 맘보다. 대한민국은 매년 1만 명씩 공무원 숫자를 늘려 내년이면 ‘중앙 공무원 100만 명 시대’를 연다. 그러나 ‘정부 효율성’은 세계 30위권이다. 빚은 빚을 낳고, 정부의 빚잔치는 국민의 빚잔치로 전가될 게 뻔하다. 공무원이 최고(最高)인 나라의 국민생활은 최저(最低)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아주 극소수) 공복(公僕)을 두고 하는 말이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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