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04 연아, 여왕 되다
  2. 2008.09.09 세금

연아, 여왕 되다

충청로 2010.03.04 17:39


▶아직도 가슴이 저릿하다. 한국인임을 행복하게 만들고, 가슴 속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한 올림픽의 영웅들이 귀환했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드라마로도 쓸 수 없는 이 감동적인 서사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올림픽 챔피언은 하늘에서 내려준 사람만이 된다고 했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제작비는 약 58만 원이다. 태평양의 파도와 눈 덮인 산봉우리를 본떠 만든 메달로 500g중 6g정도만 금이다. 이 '가벼운 질량'의 메달을 따기 위해 대한 영웅들은 매일 10시간씩 마라톤(42.195㎞)급 빙판을 돌며 땀을 흘렸다. '스피드 퀸' 이상화의 경우 170㎏짜리 역기를 어깨에 메고 훈련했다. 헝그리 정신이 악바리 근성으로 바뀌었기에 가능한 영광이었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은 김연아의 것이었다.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F장조가 울린 4분 9초 동안 김연아는 한 마리 백조가 됐다. 4분 9초는 14년간의 눈물과 땀이 한꺼번에 발산된 예술이고 마법(魔法)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전 세계 피겨 팬들은 감동했다. 외신들은 찬사가 모자라 한편의 '시'를 읊었다. 김연아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자그마치 6조 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김연아는 단순한 스포츠 스타가 아닌 국가적인 자산이고 명품 브랜드다. 밴쿠버의 전설이 된 그녀는 행복전도사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선물했던 모태범은 울지 않았다. 오히려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는 이규혁의 그늘에 가려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무명인이었다. 올림픽 출정 전 태릉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도 아무도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는 무명(無名)이었기에 더욱 유명해졌다. 400m 빙상을 스물다섯 바퀴 도는 극한의 경기에서 금빛 드라마를 쓴 이승훈. 그의 삶도 '입에서 단내 나는' 끈기의 인생드라마였다. 한때 그의 부모는 스케이트 비용을 대기 어려워 운동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나 이승훈은 스케이트를 빌려 타며 링크를 떠나지 않았다. 대표 중에서도 '주전'이 아니라 '주전자'였다. 고난을 이겼기에, 가난을 이겼기에 이들의 금메달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13세에 태극마크를 달고 20년째 한국 빙상의 간판으로 살아온 이규혁이지만 밴쿠버는 금메달을 허락하지 않았다. ‘4전5기’의 꿈은 사라졌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에게 박수를 쳤다. 성과주의에 물든 세상에 진정한 용기를 주고,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를 가르는 ‘루저 문화’에 경종을 울렸기 때문이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이규혁 키즈(kids)'들이다. 이규혁 키즈들은 선배가 간 길을 따르고 배웠다. 한 세대를 접고 새 세대를 열어주며 돌아서는 이규혁. 그는 금메달은 못 땄지만, 금메달을 따게 한 챔피언들의 영웅이다.

▶'바보 광대' 배삼룡 선생이 별세했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살살이 서영춘, 땅딸이 이기동, 막둥이 구봉서와 함께 개다리춤을 추던 '비실이' 배삼룡. 그는 76세가 될 때까지 무대에서 넘어지고 깨지고 구르며 ‘서민의 웃음’으로 살았다. 그러나 80년대 신군부의 사회정화 조치에 따라 '저질 코미디언'으로 낙인찍혀 미국으로 떠났다. 한때 그를 스카우트하느라 백지수표가 난무했지만,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체납 병원비뿐이었다. 요즘 세상의 코미디는 온 가족이 웃지 않는다. 그냥 젊은 사람만 웃을 뿐이다. 중·장년층을 웃기고 울리는 코미디는 없다. TV에 ‘광대’가 사라졌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바보’가 없다. 그저 고액의 돈과 헤픈 웃음을 맞바꾸는 ‘거래’만 있을 뿐이다. 배삼룡은 대한민국을 웃긴 진정한 챔피언이다.


Posted by 나재필

세금

충청로 2008.09.09 21:58
 ▶올림픽으로 제2부흥기를 연 중국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 쪽에선 올림픽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오성홍기(五星紅旗)를 휘날리고 한 쪽에선 피눈물을 흘린다. 지방정부들은 자금 확보책의 하나로 농민들의 피를 사들여 백신제조용으로 되팔고 있다. 마을마다 매혈소(賣血所)를 세우고 고혈팔이에 나선 것은 지방세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한 달 내내 피터지게 버는 돈보다 피 한번 팔아 받는 돈이 더 많다는 것. 매춘부는 세금을 내기 위해 몸을 팔고 서민은 피를 파는 형국이다. 고혈짜기로 악명높은 루이 14세는 자신을 '태양왕'이라 칭했다. 그는 72년간 프랑스를 통치하며 혈세 30조 원을 들여 베르사유 궁전을 30년 동안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연산군은 국고를 탕진하며 광희니 흥청이니 하는 수천 명의 기생집단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지방으로 채홍사를 보내 자색 있는 여성을 납치해 들였다. 황폐한 묵정밭에서도 세금을 받았고 죽은 자에게도 백골징포(白骨徵布)를 거둬들였다. 러시아 표도르 대제는 수염을 깎지 않는 남자들에게 고액의 수염세를 내게 했다. 영국 찰스 1세는 과도한 세금징수가 화근이 돼 자신의 왕궁 앞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여긴 군주치고 제대로 된 인생은 없다.


 ▶세금을 꼬박꼬박 냈다는 '컨추리꼬꼬' 신정환은 2004년 밤무대 1회 출연료로 405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하룻밤 출연료가 아니라 '몇 탕'을 뛰어준 대가였다고 에둘러 해명했지만 하루하루 박봉으로 입에 풀칠하는 샐러리맨에게는 '꿈나라' 얘기다. 오락프로그램의 잘 나가는 MC는 몇 마디 떠들고 회당 1000만 원을 받는다. 얼굴값이 몸값이다. 그런가하면 어느 결혼정보업체의 신랑후보 분류법도 가관이다. 연봉에 따라 신랑후보를 8등급으로 나누는데 2700만~3300만 원을 받는 사람은 7등급이다. 1등급은 최소 8000만 원 이상이다. 사람에게도 돼지 등짝에 불도장을 찍듯 등급이 있는 세상이다. 주당 45.2시간을 일해 월 평균 247만 원을 받는 741만 명의 정규직이나, 똑같이 일해 놓고 124만 원을 받는 858만 명의 비정규직이나 우리는 한 지붕 아래 두가지 색깔의 세금을 내며 아프게 살아가고 있다.


 ▶고위공직자 100명의 부동산 재산은 총 8099억 원이다. 1인당 평균 89억 씩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MB도 330억 원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이는 10명 중 3~4명이 셋방에 살고 있는데도 주택보급률은 116%를 넘어선다는 대한민국 통계를 비웃는 것이다. 이번 8·21 부동산 정책도 부자 공직자들의 머리에서 나온 '부자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판국에 오늘도 '소금 같은 세금' 인생을 산다. 6개 세금이 붙은 담배 한 갑을 사고 기름을 넣으며 10%의 세금을 낸다. 쌀 한 톨, 찬거리 하나에도 세금을 물고 물세와 전기세, '똥세'를 낸다. 발 한 발짝, 입 한번 벌릴 때마다 세금이다. 이에 반해 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현재 530여억 원밖에 내지 않았다. 41조 원을 분식회계 한 '사면(赦免) 4관왕'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돈 대신 몸으로 때우고 있다. '29만 원'이라고 우기는 그는 자유롭고 2만 9000원을 못 내는 서민들은 전기가 끊기고 가스가 끊긴다.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행여 이번에 추진 중인 정부의 감세(減稅)안이 왼쪽 호주머니에 돈을 넣어주고는 오른쪽 주머니서 돈을 빼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유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