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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9 오은선, 더 오를 산이 없다
  2. 2010.04.22 여자, 여자, 여자의 눈물은 무죄입니다 (2)
사진=KBS캡처

▶이상산(1909~34)은 아비 손에 이끌려 열여덟 나이에 홍등가(紅燈街) 기생이 됐다. 이후 자신을 차버리고 떠난 애인을 행여 볼까 상하이로 간 상산은 되레 독일 남성과 사귄다. ‘될 대로 되라. 내 운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심사였다. 그러나 독일인 처(妻)로부터 모욕을 겪은 뒤 영국인과 다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둘은 빗나간 질투심에 사로잡혀 권총자살로 끝을 맺는다. 1926년 8월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은 일본 유학생 문인 김우진과 현해탄에 투신(投身)한다. 둘은 정사(情死)할만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각자의 고뇌 때문에 저승길에 동행했다. 윤심덕은 평소 '세상 남자들은 모두 악마 같다. 나는 언젠가 한 놈은 죽이고 죽는다'고 말하곤 했다. 여자들의 사랑은 때론 치명적이다. 오로지 한쪽 방향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천재시인 이상은 금홍과 헤어진 뒤 일종의 도피처로 신여성 지식인 변동림을 선택했다. 소설 ‘실화(失花)’에서 이상은 변동림이 사귄 남자의 수(數)를 캐묻는다. “몇 번?” “한번” “정말?” “정말 하나예요” “말 마라” “아뇨 둘” “잘 헌다” “셋” “잘 헌다, 잘 헌다” “넷” “잘 헌다, 잘 헌다, 다섯 번 속았다.” 이상은 아내가 간음했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조관념에 엄격한 도덕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둘은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셋방에서 신접살이를 시작했다. 변동림은 이상의 폐결핵 약값을 벌기 위해 일본인이 운영하는 술집에 나갔다. 그러나 결혼생활 불과 넉 달만에 둘은 갈라섰다. 사별(死別)이었다. 변동림은 얼마 뒤 화가 김환기와 재혼했다. 그토록 정조를 원하던 이상의 사랑은 끝내 ‘관능’으로 무너졌다.

▶여자들이 화장(化粧)을 하는 것은 수준 높은 지적활동이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꾸밈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거울은 나를 비추지만 결국 타인을 향한 시선이다. 사랑이 거울에 비쳐지면 여자들은 꽃으로 피어난다. 그 꽃은 남자의 사랑에 의해 만개한다. 꽃을 꺾는 것은 아름다움을 꺾는 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부부 중 12만 4000쌍이 남남으로 갈라섰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의 시구(詩句)는 사랑의 시선을 얘기한다. 마음은 있으나 눈이 멀었고, 눈은 있지만 마음이 없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거다. 상처와 고통을 이겨낸 여자의 DNA를 아는 남자라면 지금 당장 그녀를 사랑하라.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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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모계사회다. 기나긴 전쟁으로 많은 남자들이 죽자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여자들이 일을 도맡아하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 농촌의 남자들은 게으른 편이라 거의 놀고먹는다. 농사의 시조, 신농씨께서 온화한 날씨를 주어 1년에 3모작을 한다. 사시사철 논을 놀리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노동의 강도도 세다. 넌라(non·베트남 삿갓모자)는 여자의 경우 16바퀴의 테가 둘러져 있다. 이는 여자나이 16세면 결혼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 넌라의 용도는 더위와 비를 피하는 데 사용하지만, 특히 일을 하는 여자들이 논밭에서 용변을 볼 때 가리기 위한 용도로도 쓴다. 화장실 갈 틈도 없이 농사일에 전념해야 하는 ‘슬픈 앞가림’이다. 이처럼 노동현장에 내던져진 여자들은 평균 몸무게가 45㎏으로 빼빼하다. 노는 남자와 열심히 일하는 여자. 이 묘한 공존이 베트남을 울리고 있다.


▶식모(食母)는 남의 집에 고용돼 주로 부엌일을 맡아 해주는 여자를 말한다. 식모는 급격한 이농(離農)사태가 낳은 여성 잉여 노동력을 도시가 저비용으로 흡수한 경우다. 웬만큼 먹고살만한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시집갈 때 장롱을 사주는 조건으로 그녀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식모는 주인에게 도벽을 의심받고, 술주정에 시달려야 했으며, 주인집 자식들에게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가난했기에 찬밥때기를 먹어야 했던 중산층의 눈물인 셈이다. 식모자리마저 없으면 방직공장·전자공장의 '여공'이 됐다. 얼마 전 끝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주인공이 전형적인 70년대식 식모다. 하지만 이제 능력 있는 주부들은 더 이상 밥을 하지 않는다. ‘밥’보다는 ‘밥벌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와 웃음을 팔지 않고 백년낭군과 해로함이 소원일세. 차라리 실오라기 같은 삶을 스스로 끊어서 근심을 잊으리로다.' 나이 일곱에 기생이 된 산골 출신 강명화는 '오입쟁이 놀음판 최고 명기(名妓)'라 불렸다. 그러나 그의 단심(丹心)은 오직 장병천에게 있었다. 장병천은 백만장자 아버지와 훗날 총리까지 지낸 삼촌(장택상)을 둔 명문의 자식이다. 평양·서울 화류계를 석권한 그녀는 병천의 한없는 구애에 무너졌다. 그녀는 병천과 함께 도쿄로 도피해 단지(斷指)까지 결행하며 사랑을 바치지만, 지체 높은 장 씨 집안의 반대로 끝내 죽음을 택한다. 명화는 병천과의 마지막 여행지 온양온천에서 쥐약을 먹고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는다. 물론 병천도 독약을 먹고 임을 따라 박행(薄幸)한 생을 마친다. 치명적인 사랑이었다.


▶천안함이 물속에서 어둠의 나날을 보낼 때 '여자'들은 눈물로 지샜다. 그 눈물은 강물이 되어, 공포에 휩싸인 바다를 울렸다. 아내로 살아온, 엄마로 살아온, 여자로 살아온 나날들이 그토록 슬픈 적은 없었다. 오매불망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는 여자는 이미 ‘꽃’이 아니었다.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기꺼이 버린 '남자'에 대한 한(恨)이자 그리움이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가 아니다. 고목(남자)은 바람에 쉽게 부러지지만 갈대(여자)는 흔들흔들 거리면서 꺾이지 않는 법이다. 변절자는 남성일 수도 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마음은 머무르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여자들은 속으로 울고 있다. 봄꽃을 즐길 여력도, 춘심(春心)도 없다. 여자는 한 송이의 '꽃'으로 태어났지만 그 꽃에 '향기'를 머물게 하는 것은 남자의 의무다. 여자의 눈물은 남자에게 유죄다. 여자를 위무하라.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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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montreal florist 2010.04.25 0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재밌게 잘읽었네여, 눈물나는 이야기인데, 맛깔나게 잘 쓰셨네여

    • 감사 2010.04.25 1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여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쓴 것입니다. 이번주 목요일자에 2탄이 나갑니다. 물론 오은선 대장이 안나푸르나를 등정하기를 바라는 간곡한 바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