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0.22 아줌마 짱이에요 (2)
  2. 2009.07.23 국회 원정대의 한심한 정복
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아줌마 손에는 시금털털한 김치냄새가 배어있다. 흥정의 달인으로 물건값 깎는데도 도사다. 바겐세일이라도 있으면 밤을 꼬박 새워 마트 앞에 제일 먼저 줄을 선다. 몸뻬(일바지)를 입고도 당당하고, 벤치에 앉아 젖을 물려도 당당하다. 그것은 부끄러움을 넘어선 아름다움이다. 돈에 원수라도 진 것처럼 바락바락 생청을 쓰며 치열하게 살기에 삶 또한 에누리가 없다. 젊었을 때 보송보송하던 피부와 날씬한 몸매는 주름과 함께 잔설 쌓인 골짜기로 퇴락한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고 떵떵거린 남편은 갱년기 너머에서 망을 보고 있다. 더구나 마나님 샤워소리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오만한 남자보다 ‘애덕(愛德)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억척녀, 아줌마가 진정으로 더 멋있다.


▶산악인 오은선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여성 최초)을 목전에 두고 꿈을 미뤘다. 그녀는 처음 에베레스트봉 여성원정대에 선발됐을 때 3년간 다니던 공무원직을 그만 뒀고, 학습지 교사를 할 때도 미련없이 짐을 꾸렸다. 설산에 텐트를 치고 몸속의 체온으로 몸 밖의 추위를 덥히던 그녀. 희박한 공기 속에서 헐떡거리고, 음식물을 토하며, 외로움에 떨었지만 그녀는 도전했다. 등산인구 1000만 명인 한국에서 안나푸르나는 신(神)의 영역이자 로망이다. 그곳에서 숨진 한국 산악인만 자그마치 16명. 모두들 안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13좌를 발로, 여자의 이름으로 걸어서 올랐다. 산과 ‘결혼’한 그녀의 악바리 근성은 역시나 토종 아줌마를 닮았다.


▶식당아줌마는 12시간 일하고 시급을 받는다. 손님 시중을 들고 음식을 나르고, 화장실 청소까지 혼자 한다. 직원들의 텃세에 사장의 구박, 손님들 타박까지 겹쳐 눈물·콧물 빼는 하루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후 손에 쥐는 돈은 삼겹살 불판보다도 차갑다. 1만 2000원짜리 간장 게장을 먹으려면 2시간 40분, 1만 8000원짜리 소갈비 1인분을 먹으려면 4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 1000원짜리 공깃밥을 추가하면 1시간 노동 추가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간장게장과 소갈비를 뜯지 않는다. 식당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안일이다. 아내로, 엄마로, 딸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다. 그들은 1인다역을 하는 만능슈퍼우먼이다. 아줌마로 산다는 것은 ‘도전’이다.


▶전업주부의 노동가치(14시간 기준)를 돈으로 환산하면 월 3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2006년의 전체 직종 시간당 평균임금 1만 172원을 적용한 수치다. 전업주부들의 예상 연봉은 캐나다가 1억 2000만 원, 미국 1억 1000만 원 가량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500만 원이라니 참으로 박복하다. 여성들은 일생 중 287일이라는 시간을 옷 고르는데 고민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아줌마들은 자신의 화장품값과 옷값을 줄여 아이들에게 투자한다. 자식을 기르고 가정을 지키는 데 아줌마는 언제라도 앞장설 준비가 돼있다. 그래서 그녀들은 가족과 사회의 건강한 '주류'(主流)다. 남자들이 아내를, 아줌마를 '이효리'처럼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억지다. 장동건, 배용준 같지도 않은 ‘수컷’들이 몸뻬바지, S라인을 따지는 것은 코미디다. 여자는 파도와 같다. 사랑 받는다고 느낄 때 여자의 자부심은 최고조에 이른다. 아줌마는 스태미나 타령보다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아줌마는 그래서 '여자'보다 예쁘다. '남자'보다 강하다. 아줌마 파이팅.
Posted by 나재필

 ‘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하고 산과 겨뤄서는 안 된다’
 “바람소리에 외로움을 느끼고, 밤새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미영씨의 비망록 내용입니다.

 이역만리 밖 설산을 오르던 대한민국 여성이 산의 품에서 끝내 잠들었습니다.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를 정복하고 숨진 고미영(청주대 중문과 졸업·상명대학원 석사과정) 씨. 그녀는 8000m 이상 고봉 11좌 등정에 성공하고, 박영석 씨가 보유하고 있던 14좌 최단기간 완등 기록에 도전했었습니다. 12년간 농림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서른 살에 산에 입문한 그녀는 고산(高山)을 휘젓던 ‘철녀(鐵女)’였지만 연약한 여자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녀의 꿈은 눈 속에 묻히고, 사랑은 눈꽃으로 남았습니다. 영원히 늙지 않고 기쁨이 넘친다는 지상낙원, 샹그릴라는 티베트와 가까운 히말라야 어딘가에 있다고 합니다. 꽃잎처럼 떨어졌을 고미영 씨, 이제는 그 곳에서 자신의 못다핀 이상향을 찾아 오르고 또 오를 것입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지구의 등마루이기에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 영산입니다. 그래서 티베트에서는 세계의 모신(母神), 네팔에서는 바람의 여신이라고 부릅니다. 에베레스트는 1953년 영국의 제9차 원정대에 의해 최초로 등정됐습니다. 이후 30개국 150여 개의 원정대가 깃발을 꽂았고, 한국은 1977년 고상돈 대원이 첫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이 중 세계 아홉 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바트(8126m)는 산악인들에게 ‘비극의 산’으로 불립니다. 1930년대 독일 원정대는 폭풍설(雪)과 눈사태로 이곳에서 30여 명이 몰사했습니다. 역시나,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산에 의해 정복당하는 것입니다.


 ▶넓고 높은 아파트를 선망하는 ‘소유의 시대’에 수목장(樹木葬)이 뜨고 있습니다. 육신을 화장해 나무 옆에 뿌리겠다는 것인데,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은 윤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묘지의 평균 넓이는 19평. 한 사람 주거 면적이 4.3평이라니 죽어서 차지하는 땅이 살아서의 4배를 넘는거죠. ‘현대판 쪽방’으로 불리는 고시원도 뜨고 있는데 이곳은 약 2~3평(6~10㎡) 규모입니다. 전국 6000여 곳에서 25만여 명이 고시원서 칼잠을 잡니다. 쪽방인구는 불황 탓에 3년 새 50%가 늘었습니다. 평수의 넓이만큼 행복의 평수도 늘어난다는 세상, ‘나무그늘’의 수목장과 ‘어둠의 그늘’ 고시원이 뜨는 것은 무한한 넓이에 대한 역설적인 사회현상입니다. 대한민국 민초들은 삶의 최정상을 위해 뛰는 게 아닙니다. 부자 0.1%와 기득권 1%를 위해 힘 없는 99%가 피땀을 흘리는 것입니다. 단지, 오르지는 못해도 간신히 절벽의 굳은살을 집고 힘겹게 사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입니다. 아~ 대단하군요!!!

 ▶국회는 '미디어 관련 3법'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법을 기만하고 법을 ‘날치기’ 했습니다. 날치기는 도둑놈을 말합니다.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은 탄식했습니다. 하나는 무법자처럼 법을 몰아붙이는 여당에 대한 분노이고, 또 하나는 악다구니 쓰며 ‘뒷북치는 야당’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그들의 해묵은 싸움에 민생은 저멀리 악산(惡山) 벼랑끝에 놓여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반대를 품지 못하는 도량으로 험산(險山)을 넘으려니 안 되는 것입니다. 산 앞에 겸손하지 않고 산과 겨루려고 하니 산울림(동감)이 일지 않는 것이고, 당리당략을 위한 ‘꼼수’이기에 감동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최상’을 향한 상생은 애초에 글러먹었습니다. 다만, 미디어정국에 묻힌 민생법안에 대한 최소한의 ‘매조지’를 당부합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