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벌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0.01 청어의 꿈

청어의 꿈

忙中日記 2008.10.01 13:23

비늘이 꿈틀거리고 심장박동소리가 둥둥둥.

고삐 풀린 어죽처럼 서성대는 발걸음.

생선가게 들러 청어(靑魚) 한 마리 사다.

청어는 문병 가는 사람 마냥 힘이 없다.

황인종에 잡힌 등 푸른 魚선생.

36.5도의 인간을 위해 희생한 365일의 여정.

집어등에 잡혀 내내 눈물만 흘렸으리.

희망보다 더 큰 꿈의 지느러미 파닥거리며

미지의 대양을 헤엄쳐 온 수고가 물거품 되었으리.

해풍 잔뜩 머금은 생선 한 마리 세상의 입안에서 파닥거린다.

부러진 돛은 절망으로 나풀대고 물컹한 살집은 피비린내로 그득하다.
물 고 기….

인간의 아가미서 살육된다.

그물코에 까무러친 바다의 꿈.

해풍이 그리울 청어.

그 청어의 바다를 생각하니

혈관 속에서 파도가 일렁인다.

멀미가 난다.


동물인 인간은 말한다. “우리는 양떼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한다. 양고기는 무지하게 맛있다”고. 요즘 사람들은 다 잘 먹고 잘산다. 예전에는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해 못 먹고 못살았다. 아니 쌀이 없어 시래기나 풀을 많이 먹으니 똥구멍이 찢어질 수밖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해 변비가 걸렸지만 지금은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똥구멍이 찢어진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이제 못 먹고 못사는 것만큼이나 아프다. 화려한 가난, 화려한 문명이다.


인천 월미도에서 영종도로 가는 유람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바로 괭이갈매기의 새우깡 받아먹기 서커스. 괭
이갈매기는 부역을 하지 않는다. 고기 잡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그들은 앵벌이를 한다. 새우깡과 건빵이 그들의 먹이다. 그들의 입은 철저히 인스턴트에 길들여져 있다. 그들의 어미와 아비도 여객선 뱃머리서 던져주는 건빵과 새우깡으로 배를 채운다. 때문에 어린 새에게 고기를 잡는 방법을 전수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자식들은 배꼬리를 따라 날며 앵벌이를 한다. 몇 번을 찾아 유람했는데 그들은 늘 앵벌이를 했다. 배고픈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탈무드의 근로지침은 그 곳에 없었다. 고기를 잡으면 투망을 잊는다. 한 두 번 볼 때는 상당한 개인기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슬펐다. 그들은 왜 어미에게서 고기 잡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대대손손 그들은 새우깡 받아먹는 법, 건빵을 놓치지 않고 낚아채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새우깡도 먹어보니 새우 맛이 난다던 어미의 가르침을 배웠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물고기는 바지런하다. 물고기는 잠을 자면서도 눈을 뜨고 있다. 풍경(風磬)은 부지런한 그 물고기 형상을 단순화 한 것이다. 물고기처럼 언제나 깨어있으라는 ‘소리 없는 법문’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