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11 아파트는 불행한 섬 '아파島' (1)
  2. 2009.02.11 베토벤도 가난에는 두손 들었었다 (1)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겄습니다. 배관이 터져서 공사중이오니 저녁 6시까지는 불편하더라도 참아주십시오"
 (대처방법:방송을 듣자마자 후닥닥 용변부터 보고 머리를 감았다)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겄습니다. 1층에서 불이 났으니 2층에서 15층내에 사시는 분은 대피해 주십시오. 함께 사는 길이오니 어쩔수 없사......"

 아파트 '아파島'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 하나로 여러가지 '사건'에 연루되는 일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따닥따닥 붙어 마치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지지고 볶고 사는 일,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평수가 좀 넓다고 해서 '행복의 평수'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땅덩어리가 좁다보니 서해바다까지 메워, 조금이라도 삐쳐나가려는 '허벌난' 간척사업이 말해주듯 대한민국은 '콩나물시루'다. 그 '인간시루'에서 살다보니 홀쭉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옆으로는 땅이 없어 뻗지 못하고 하늘만 우러러 쭉쭉 뻗는다. 중력의 법칙은 이미 아파트의 탄생으로 무너졌다. 아파트는 '스카이라운지'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돼 몸의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인간은 하루에도 천 개의 세포를 죽여 몸 밖으로 쏟아내고 쉴 새 없이 새 피를 만들어 혈관을 적신다. 집 안을 떠도는 먼지의 70%는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다. 이처럼 예민하고 청정한 것이 우리의 '몸'인데 중력을 어기고 그저 '잠시잠깐의 현기증'이라며 전망좋은 방을 찾아 마천루를 비싼 값에 찾는다. 어디까지 올라가나 지켜볼 일이다. 50층 아파트에 살면 공기도 더 맑고 전망도 더 좋겠지.(키 큰 사람이 항상 좋은 공기를 마시듯 ㅋㅋ). 
 
10층에서 담배피우며 내려다본 높이. 사진과는 달리 아찔하다.
 
 이웃간 프라이버시 두께는 30cm뿐

  그 살벌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부(富)의 척도가 되었다. 평수에 따라 인격의 지름도 달라진다. 그러나 어쨌든 평수갖고 웃고 우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잘사는 미주, 유럽을 보라. 성냥갑 같은 '못생긴' 집이 있는지. 그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집은 '아트'다. 아파트가 아닌데도 아트다. 땅이 넓은데다 행복지수를 만들어내는 '휴머니즘'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베니어합판 하나에 공구리(콘크리트, 양회반죽)를 치고 철근 몇 토막 넣어서 반죽한 석회덩어리가 2억을 하고, 4억을 한다. 30cm 베니어합판 한 장을 사이에 두고 '프라이버시' 없이 사는 똑같은 인생인데 말이다.
서울 사는 사람들이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콧노래를 부르고, '대통령님' 잘한다고 떠드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앉아있어도 아파트가 연봉을 벌어준다. 아니 연봉의 더블더블을 벌어준다. 몇년 전 서울 외곽에 사는 어떤 선배의 경우 1년에 2억까지 올라 다른 곳에 아파트 한 채를 더 장만하는 걸 봤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재테크다. '사람보다 나은' 집 잘지키고, 돈 잘버는 효자다. 정부가 허벌난 부동산정책을 많이 써서 조금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지방은 미분양투성이고, 서울은 없어서 못판다.

누구에게는 '아트' 아파트고

누구에게는 '아픈' 아파트다.

 베니어합판 하나 사이서 X도 싸고 밥도 먹고 '옷'도 벗는게 아파트다. 체온이 없고 풍경이 없으며 情이 없는 곳이 아파트다. 만약 그 콘크리트 덩어리가 투명하다면 참 볼만할 것이다. 인간들이 가장 편리하게 만들어놓은 위대한 건축물 '인간 개미집'. 아니, '인간 개집'일 수도 있겠다.
 아, 봄이다. 이 아침에 정원에 있는 꽃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은 오늘 키가 얼마나 컸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 왈 "아빠, 우리 넓은 아파트로 이사좀 가자"
Posted by 나재필


 170여년 전 베토벤도 가난한 삶엔 두 손, 두 팔을 들 수밖에 없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하자 그는 엄청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동생 요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동생의 답변은 매정했다.
 “형이 선택한 직업은 원래 생활을 곤궁하게 하는 것 아닙니까. 형의 궁핍은 형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책임도 형 스스로 져야 해요"
 베토벤은 서투른 산수 실력에도 불구하고 가계부를 쓰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위대한 악성(樂聖) 베토벤도 '입에 풀칠해야 하는' 경제문제는 비켜갈 수 없었던 것이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데 '콩나무 대가리'가 팍팍 그려질리가 있었겠는가. 그도 생활인이었고, 돈 얘기만 나오면 고개가 숙여지는 비루한 삶이었다. 악성(樂聖) 베토벤 바이러스는 가난한 악성(惡性)바이러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가난을 딛고 세상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명곡의 神'이 되었다.

 슈베르트의 인생도 베토벤보다 나을 게 없었다. 피아노 한 대 살 수 없었던 슈베르트는 일종의 팬 카페인 '슈베르트 음악을 사랑한 친구들의 모임'에 기대어 근근이 먹고 살았다. 그러나 평생 빚더미에 시달리면서도 기부는 잘했다.
 
오선지를 구걸해 작곡하면서도 자유시민으로서의 자존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모차르트나 쇼팽 역시 실속 못 차리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이들 음악가들은 레슨 수입에 매달리거나 곡을 팔고 후원자를 찾는 방법으로 살아갔다. 고급스러운 클래식을 하면서 저급한 밥벌이로 연명했지만 끝끝내 음악은 그들에게 부(富)를 안겨주지 않았다. 물론 '부잣집 도련님' 멘델스존은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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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가계 부채 4000만 원시대. 금융권 전체로 볼 때 가계 부채 총액 650조 원 시대다. 이는 대한민국 1년 예산의 3배가 넘는 액수다. 요즘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모두들 죽는 소리 뿐이다. 못살겠다고들 한다. 나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정말 '답'이 안나온다. 어젯밤 우리집 가계부 감사를 예고없이, 맨정신으로 '전격' 실시했다. 한마디로 세무감사였다. 내역을 보니 
중딩 아들 학원비가 한 달에 30~40만 원, 초딩 아들 17만 원, 식비 30만 원, 경조사비(여러가지 포함) 20만 원, 아파트관리비 평균 21만 원, 은행권 이자비용 40만 원, 용돈(술값 포함) 00만 원, 보험료 38만 원, 핸폰비 10~12만 원(4인 합계. 중딩, 초딩도 빅뱅 노래를 들어야 하고 꽃남 F4 사진을 캡쳐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구비 장비란다), 생활비 20만 원 등등이었다. 뭐 따지고 뭐 따지다보니 정말 남는 게 없었다. 아니, 남을리가 없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이를 어쩌리. 결국엔 머리가 아파서 '세무감사'를 때려치웠다.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
이런 된~장"이었다. 

 돈에 관한 한 남부러울 것 없는 '넘'들이 은행에 돈 넣으러 갈 때, 난
로또 사러 24시 편의점에 간다. 비까번쩍한 아파트 사놓고 '얼마나 오르나' 손 꼽는 '넘'들을 부러워하며, 난 은행 이자비용 대느라 쎄빠진다. 그러나 비관하지 않는다. 잘 살 수 있는 자신이 있기에. 지금은 가난한 베토벤 바이러스지만 '부잣집 도련님' 멘델스존처럼 잘살 수 있는 '부자 바이러스'가 내게 내재돼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노홍철 목소리로)그 날을 위해 간다. 가는~~거야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