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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2 아줌마 짱이에요 (2)
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아줌마 손에는 시금털털한 김치냄새가 배어있다. 흥정의 달인으로 물건값 깎는데도 도사다. 바겐세일이라도 있으면 밤을 꼬박 새워 마트 앞에 제일 먼저 줄을 선다. 몸뻬(일바지)를 입고도 당당하고, 벤치에 앉아 젖을 물려도 당당하다. 그것은 부끄러움을 넘어선 아름다움이다. 돈에 원수라도 진 것처럼 바락바락 생청을 쓰며 치열하게 살기에 삶 또한 에누리가 없다. 젊었을 때 보송보송하던 피부와 날씬한 몸매는 주름과 함께 잔설 쌓인 골짜기로 퇴락한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고 떵떵거린 남편은 갱년기 너머에서 망을 보고 있다. 더구나 마나님 샤워소리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오만한 남자보다 ‘애덕(愛德)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억척녀, 아줌마가 진정으로 더 멋있다.


▶산악인 오은선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여성 최초)을 목전에 두고 꿈을 미뤘다. 그녀는 처음 에베레스트봉 여성원정대에 선발됐을 때 3년간 다니던 공무원직을 그만 뒀고, 학습지 교사를 할 때도 미련없이 짐을 꾸렸다. 설산에 텐트를 치고 몸속의 체온으로 몸 밖의 추위를 덥히던 그녀. 희박한 공기 속에서 헐떡거리고, 음식물을 토하며, 외로움에 떨었지만 그녀는 도전했다. 등산인구 1000만 명인 한국에서 안나푸르나는 신(神)의 영역이자 로망이다. 그곳에서 숨진 한국 산악인만 자그마치 16명. 모두들 안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13좌를 발로, 여자의 이름으로 걸어서 올랐다. 산과 ‘결혼’한 그녀의 악바리 근성은 역시나 토종 아줌마를 닮았다.


▶식당아줌마는 12시간 일하고 시급을 받는다. 손님 시중을 들고 음식을 나르고, 화장실 청소까지 혼자 한다. 직원들의 텃세에 사장의 구박, 손님들 타박까지 겹쳐 눈물·콧물 빼는 하루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후 손에 쥐는 돈은 삼겹살 불판보다도 차갑다. 1만 2000원짜리 간장 게장을 먹으려면 2시간 40분, 1만 8000원짜리 소갈비 1인분을 먹으려면 4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 1000원짜리 공깃밥을 추가하면 1시간 노동 추가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간장게장과 소갈비를 뜯지 않는다. 식당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안일이다. 아내로, 엄마로, 딸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다. 그들은 1인다역을 하는 만능슈퍼우먼이다. 아줌마로 산다는 것은 ‘도전’이다.


▶전업주부의 노동가치(14시간 기준)를 돈으로 환산하면 월 3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2006년의 전체 직종 시간당 평균임금 1만 172원을 적용한 수치다. 전업주부들의 예상 연봉은 캐나다가 1억 2000만 원, 미국 1억 1000만 원 가량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500만 원이라니 참으로 박복하다. 여성들은 일생 중 287일이라는 시간을 옷 고르는데 고민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아줌마들은 자신의 화장품값과 옷값을 줄여 아이들에게 투자한다. 자식을 기르고 가정을 지키는 데 아줌마는 언제라도 앞장설 준비가 돼있다. 그래서 그녀들은 가족과 사회의 건강한 '주류'(主流)다. 남자들이 아내를, 아줌마를 '이효리'처럼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억지다. 장동건, 배용준 같지도 않은 ‘수컷’들이 몸뻬바지, S라인을 따지는 것은 코미디다. 여자는 파도와 같다. 사랑 받는다고 느낄 때 여자의 자부심은 최고조에 이른다. 아줌마는 스태미나 타령보다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아줌마는 그래서 '여자'보다 예쁘다. '남자'보다 강하다. 아줌마 파이팅.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