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3.05 나이 마흔 두 개, 잔차맨의 추억

파란색은 큰아들, 빨간색은 작은 아들 자전거. 대당 14만원쯤 한다. 왼쪽 파란색 자전거로 대전~송탄까지 간 적이 있다. 내 다리를 대신해 애써준 고마운 자전거다. 말처럼 묶여있는데 어쩔수 없다. 파란색 자전거는 한번 잃어버렸다가 되찾았다. 안장까지 빼가는 세상이니 모두들 도둑놈 조심~

 아버지가 불혹을 맞았을 때 내 나이 12살이었다. 불혹이던 아버지는 칠순을 이미 넘겼고 내 나이도 마흔 두 개다. 화가 나시면 두 눈에 파란 불꽃이 튀시던, 그 강골의 아버지가 이제는 약골이 되셨다. 너무나 무서워 반항할 수도 없었던 학창시절. 밭고랑으로, 야산으로 줄행랑치던 아들이었기에 그 속절없는 꺾임에 더 눈물이 난다. 십 오리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했던 우리 집엔 자전거가 세대였다. 나와 형, 아버지의 자전거. 그야말로 ‘잔차맨(자전차맨)’ 가족이었다. 아버지는 체인이 엉키거나, 빵꾸가 나거나, 고장이 났을 때 기술자처럼 고쳤다. 구리스(grease, 윤활유)를 바르고 브레끼(브레이크)를 단단히 조이는가하면 뒷바퀴에 있는 복잡한 다마(구슬) 조합까지도 거뜬히 해냈다. 때문에 자전거포 갈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내게도 자전거 세 대가 있다. 두 명의 아들에게 각각 1대씩 배속하고 나머지 한 대는 심심풀이용으로 내가 타고 있다. 이제는 아버지가 해왔던 것처럼 아들의 자전거를 내가 고치고 있다.(그러나 아버지처럼 고치지는 못한다). 별로 말이 없었던 나에게 말 좀 하라고 다그치던 아버지처럼 이제 나도 아이들에게 대화를 독촉하고 있다. 편식을 탓하던 아버지처럼 나도 아들의 편식을 나무라고 있다. 커서는 아버지처럼 잔소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나도 아버지처럼 닮아가고 있다. 이제 아버지의 얼굴에도 세월의 깊디깊은 ‘밭고랑’이 생겼고, 앙상한 뼈마디엔 찬바람이 몰아친다. 창백한 햇살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참으로 가슴아픈 '훈장'이다.

원래 임자는 와이프것이었다. 열심히 타고다니더니 궁뎅이가 아프다고 포기한 자전거다. 요즘은 내것이 됐다. 아파트밖에 세워놓았더니 녹이 슬어 기어등을 고쳤다. 그래서 아파트 계단으로 모셔왔다. 그런데 뭔가 외로워보인다.

 하드 파는 짐발이 아저씨가 나타나면 그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달짝지근한 하드 국물이라도 얻어먹고 싶었던 추억과, 학창시절 계집애를 뒷좌석에 태우고 가던 추억이 봄바람처럼 기억소자를 끌어내는 자전거. 아파트 계단에 말처럼 묶여있는 자전거를 보노라니 주전부리 같은 추억들이 떠오른다.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계속 페달을 밟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넘어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 떨어지고 다시 올라타고, 또 떨어지고 다시 올라타고…. 그런 과정을 되풀이 해 자전거를 배우듯 힘들고 어려운 요즘, 다함께 페달 밟는 심정으로 꿋꿋하게 맞바람을 견뎌보자.

“가장 큰 실수는 실수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