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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2 여자, 여자, 여자의 눈물은 무죄입니다 (2)
▶베트남은 모계사회다. 기나긴 전쟁으로 많은 남자들이 죽자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여자들이 일을 도맡아하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 농촌의 남자들은 게으른 편이라 거의 놀고먹는다. 농사의 시조, 신농씨께서 온화한 날씨를 주어 1년에 3모작을 한다. 사시사철 논을 놀리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노동의 강도도 세다. 넌라(non·베트남 삿갓모자)는 여자의 경우 16바퀴의 테가 둘러져 있다. 이는 여자나이 16세면 결혼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 넌라의 용도는 더위와 비를 피하는 데 사용하지만, 특히 일을 하는 여자들이 논밭에서 용변을 볼 때 가리기 위한 용도로도 쓴다. 화장실 갈 틈도 없이 농사일에 전념해야 하는 ‘슬픈 앞가림’이다. 이처럼 노동현장에 내던져진 여자들은 평균 몸무게가 45㎏으로 빼빼하다. 노는 남자와 열심히 일하는 여자. 이 묘한 공존이 베트남을 울리고 있다.


▶식모(食母)는 남의 집에 고용돼 주로 부엌일을 맡아 해주는 여자를 말한다. 식모는 급격한 이농(離農)사태가 낳은 여성 잉여 노동력을 도시가 저비용으로 흡수한 경우다. 웬만큼 먹고살만한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시집갈 때 장롱을 사주는 조건으로 그녀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식모는 주인에게 도벽을 의심받고, 술주정에 시달려야 했으며, 주인집 자식들에게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가난했기에 찬밥때기를 먹어야 했던 중산층의 눈물인 셈이다. 식모자리마저 없으면 방직공장·전자공장의 '여공'이 됐다. 얼마 전 끝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주인공이 전형적인 70년대식 식모다. 하지만 이제 능력 있는 주부들은 더 이상 밥을 하지 않는다. ‘밥’보다는 ‘밥벌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와 웃음을 팔지 않고 백년낭군과 해로함이 소원일세. 차라리 실오라기 같은 삶을 스스로 끊어서 근심을 잊으리로다.' 나이 일곱에 기생이 된 산골 출신 강명화는 '오입쟁이 놀음판 최고 명기(名妓)'라 불렸다. 그러나 그의 단심(丹心)은 오직 장병천에게 있었다. 장병천은 백만장자 아버지와 훗날 총리까지 지낸 삼촌(장택상)을 둔 명문의 자식이다. 평양·서울 화류계를 석권한 그녀는 병천의 한없는 구애에 무너졌다. 그녀는 병천과 함께 도쿄로 도피해 단지(斷指)까지 결행하며 사랑을 바치지만, 지체 높은 장 씨 집안의 반대로 끝내 죽음을 택한다. 명화는 병천과의 마지막 여행지 온양온천에서 쥐약을 먹고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는다. 물론 병천도 독약을 먹고 임을 따라 박행(薄幸)한 생을 마친다. 치명적인 사랑이었다.


▶천안함이 물속에서 어둠의 나날을 보낼 때 '여자'들은 눈물로 지샜다. 그 눈물은 강물이 되어, 공포에 휩싸인 바다를 울렸다. 아내로 살아온, 엄마로 살아온, 여자로 살아온 나날들이 그토록 슬픈 적은 없었다. 오매불망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는 여자는 이미 ‘꽃’이 아니었다.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기꺼이 버린 '남자'에 대한 한(恨)이자 그리움이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가 아니다. 고목(남자)은 바람에 쉽게 부러지지만 갈대(여자)는 흔들흔들 거리면서 꺾이지 않는 법이다. 변절자는 남성일 수도 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마음은 머무르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여자들은 속으로 울고 있다. 봄꽃을 즐길 여력도, 춘심(春心)도 없다. 여자는 한 송이의 '꽃'으로 태어났지만 그 꽃에 '향기'를 머물게 하는 것은 남자의 의무다. 여자의 눈물은 남자에게 유죄다. 여자를 위무하라.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