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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4 서울과 촌...세종로와 세종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야당과 충청권의 반발이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12일 충남 연기군 첫마을 건설현장 입구에 설치된 진입금지 교통 표지판이 세종시 상황을 대변해 주는 듯 하다. 연기=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서울특별시는 명칭 그대로 ‘특별한’ 도시다. 남한 인구 5분의 1을 ‘작은 그릇’에 담고 있으면서도 ‘큰 그릇’의 담대함을 드러낸다. 그 내면에는 그들만이 특별하다는 오만에 젖어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다수의 서울사람들은 뿌리가 ‘촌’이면서도 촌티 안내려고 애쓰는 천생 ‘촌사람’이다. 정도(定都) 600년을 넘긴 서울은 ‘특별시’이기 이전에 한국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들’이란 특권을 누려왔다. 이는 서울 자체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특별하게’ 살게 한 600년 정권과 ‘특별한 것’처럼 여겨온 원주민들의 자만(自慢)이 버무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에 100년만의 최대 폭설이 내렸다. 25.8㎝의 눈폭탄에 서울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모든 게 멈춰 섰다. 한강을 사이로 남북 간에 보통 1시간이면 갈 것을 6시간 이상 걸렸다. 1030만 인구가 눈(雪) 몇㎝에 마비된 것이다. 버스는 눈 속에서 헛바퀴가 돌고, 지하철은 선로에 꽁꽁 얼어붙었다. 이 눈대란(雪亂)을 보며 거리감에 둔해진 대한민국을 발견한다. 서울에서 ‘세종시’까지는 50분이면 당도한다.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남태령 고개를 넘어 과천 정부청사까지도 50분이면 된다. 서울서 서울을 가나, 서울서 세종시를 가나 시간상으로는 같은 거리다. 정부부처 이전을 두고 ‘효율’을 따지는 것은 고루한 생각이다. 한국은 198개국의 세계전자정부 평가결과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회의를 꼭 얼굴을 맞대고 하고, 동네를 왔다 갔다 하며 할 필요는 없다. 국회가 서울에 있으면서 허구한 날 싸움질을 하는 모습이 ‘효율’인가.


▶8도 체제는 조선 태종 때부터 시작돼 6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 기초단위 행정구역은 100여 년 전 갑오경장 때 만든 것이다. 교통·정보통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데 옛날같이 냇가나 강을 따라 구역을 나누는 것은 분명 역류(逆流)다. 행정구역개편은 여야, 정부가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는 칸막이 행정으로 일컬어지는 공공부문의 개혁을 뜻한다. 도(道) 폐지론자들은 통합시를 신설하면 경상도·전라도 등의 명칭이 사라져 지역감정도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과 세종시를 견주어보면 말도 안 되는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도(道) 경계는 허물자면서 서울과 지방을 철저히 분리하고, 균형발전을 되레 깨는 것이 행정의 효율성인가.


▶세종시, 이름 빼고는 다 수정됐다. ‘행정’ 대신에 ‘경제’가 왔고 ‘교육’은 예정대로 덤으로 왔다. 고용 24만 명(원안 3배), 투자 16조 원(원안 2배), 인구 50만 명(원안 3배), 대기업 4곳 유치. 그림만 보면 신안(新案)이 원안보다 훌륭해 보인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키드랜드의 말이 이 같은 정책을 역설적으로 깨우친다. 그는 “비록 훌륭한 정부라 해도 융통성(효율)보다는 원칙(신뢰)을 지킬 때 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신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황논리만 장황하고 원칙이 먹히지 않는 불신의 사회에서는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피력한다. 충청인들이 세종시 문제로 잃은 것은 신의(信義)다. 이들이 반발하는 것은 ‘역린’(逆鱗·군주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손익계산에만 몰두하는 모리배들, 세종시에 다 퍼주면 우리는 뭐냐며 대드는 지자체, 정당정치를 계파정치로 착각하는 사람들. 이들이 정신 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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