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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31 아듀 2009...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2. 2008.12.11 新자린고비

▶지식인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방기곡경은 ‘샛길’ ‘굽은 길’을 뜻하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할 때 많이 쓰인다. 이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삽질 공방, 미디어법 분탕질 등 정부의 독주(獨走)를 빗댄 말이다. 또한 굵직한 정책들에 대해 소통하지 않고 굽은 길로 ‘불통’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율곡 이이는 “제왕이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고식적으로 지내며 외척·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해 복을 구하려 하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했다. 결국 방기곡경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고언(苦言)이다.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중강부중’(重剛不中)도 거론됐다. 이는 서로 옳다고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갑론을박'(甲論乙駁),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이 믿음을 주기를 바란다는 ‘포탄희량’(抱炭希凉)도 회자됐다. 대통령과 정부 태도에 국민들이 섭섭해 하는데, 오히려 국민한테 섭섭하다고 말하는 적반하장의 격이다. 직장인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구복지루’(口腹之累)다. 구복지루는 ‘먹고사는 데 대해 걱정한다’는 뜻이다. 구직자는 ‘아무리 구하고자 해도 얻지 못한다’를 뜻하는 ‘구지부득’(求之不得)을 꼽았다. 올해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고되고 아픈 삶을 살았는지 사자성어가 울고 있다.


▶로또에 당첨되고도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2005년 이후 2009억 원이나 된다. ‘로또 1등’ 17명, 2등 당첨자 124명이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았다. ‘인생역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고 ‘인생여전’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인생 피박’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한때 ‘미국 최고부자’로 불렸던 카네기는 은퇴 후 전 재산의 90%를 기부했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배우 성룡은 1년에 750억 원을 버는 할리우드 톱스타가 됐지만 “죽을 때 통장에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가수 김장훈은 셋방에 살면서도 8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가수 박상민은 40억 원, 한류스타 장나라는 기업후원을 포함해 100억 원을 내놓았다. 매년 전주에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는 상자 안에 100장씩 묶은 5만원권 10다발, 100장씩 묶은 1만원권 30다발, 26만 5920원 상당의 동전이 든 저금통 2개 등 8026만 5920원을 넣었다. “어머니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도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그가 보낸 정성은 1억 6000만원이 넘는다. 세상사는 맛과 멋을 보여주는 천사다.


▶끝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 비갠 뒤의 시원한 바람과 맑은 달처럼 끝은 달콤한 시작이다. 땅의 끝이 바다가 아니라 땅의 시작이 바다다. 강물의 끝은 산봉우리고 산의 끝에서 강물은 다시 시작된다. 살다보면 발을 헛디딜 때도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설령 앞서 걸어간 사람들의 선혈을 밟았다면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 성찰해야 한다. 2009년과의 이별은 희로애락의 굿판을 걷어내고 2010년을 위한 성스러운 춤판이어야 한다. 지난 2월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말이 2009년의 이별사가 아닌가 싶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Posted by 나재필

新자린고비

충청로 2008.12.11 09:03


  ▶세계 최고의 쿵푸 배우인 성룡(成龍·청룽)은 1954년 홍콩의 빈가(貧家)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출산 병원비 26달러가 없어 성룡을 의사에게 팔려고까지 했다. 성룡은 곡예와 무술, 연기를 가르치는 오페라단에 들어가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잠자리와 풀떼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소룡의 '정무문'에 스턴트맨으로 참여했고 이소룡이 갑자기 죽자 주연 대타로 떴다. 코미디와 정극을 결합한 '취권'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몸 사리지 않는 연기를 통해 감독과 제작자로 성장했고 세계 액션계를 평정했다. 최근 성룡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며 30여 년간 모은 20억 위안(약 40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죽기 전 통장을 깨끗이 비우겠다는 그의 거룩한 뜻이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깍정이(깍쟁이)란 조선시대 구걸하던 사람들을 일컫는데 현대 들어 인색한 사람이란 뜻으로 통칭된다. 서울깍쟁이는 도·농이 혼재하던 60~80년 격동기에 탄생한 '서울 똑순이'의 상징적인 이름표다. 장삼이사들이 '공순이·공돌이'라며 폄훼할 때 그들은 공장 굴뚝의 매캐한 그을음을 마시며 돈을 벌었다. 힘들게 번 돈을 고향의 동생에게 부치고, 부뚜막에 앉아 외로움을 곱씹던 '누님'들이 바로 첨단 서울을 일궈낸 화수분이다. 서울은 그야말로 생선처럼 뛴다. 한쪽은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버버리, 구찌의 명품 부티크가 요란하지만 한쪽에선 땀으로 얼룩진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서 토스트로 끼니를 때우는 곳이다. 부자와 노동자가 지하철에서 머리를 맞대고 조는 '인간정글'이 바로 서울이다. 뛰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인조인간 도시이기에 그들은 수많은 세월을 '자린고비'로 살 수밖에 없었다.

 ▶장독에 빠진 파리 다리에 묻은 간장이 아까워 십 리를 쫓아가고, 며느리의 생선 만진 손을 씻어 국을 끓이게 하고, 천장에 굴비를 달아놓고 밥 한 그릇 비웠다는 얘기는 구두쇠의 얘기가 아니다. 평생을 부지런하게 일하고 절약해 만석꾼이 된 '자린고비' 조륵 선생의 얘기다. 그는 충북 음성 삼봉리 사람인데 전라·경상도에 심한 가뭄이 들자 그동안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베풀었다. 뭐 하나 허투루 쓰는 법이 없고 마른 수건도 다시 쥐어짜는 그였지만 불우이웃을 위해선 곡간을 풀고 재물을 털었다. 선생의 도움을 받은 백성들은 그 고마운 뜻을 기려 자인고비(慈仁考碑)라는 송덕비를 세웠다. 자린고비는 구두쇠와 다르다. 자린고비는 인색하지만 남에게 베풀고, 구두쇠는 남에게 무조건 인색한 사람을 가리킨다. 애옥살이 살림에 몸부림치는 세상, 조륵 선생의 자린고비 정신이 새삼 돈의 노예(수전노·守錢奴)가 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신(新)자린고비'가 탄생했다. 80년대 풍요롭게 자란 20~30대 젊은이들이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현명하게 쓴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들은 우수리라도 모으고 절약해 자신을 경영하고, 그 돈을 봉사하는 데 쓴다. 자판기 커피 값은 300원, 연탄 값은 대략 400원이다. 커피는 마시는 5분간 행복하고 연탄은 5시간 동안 행복하다. 한 잔의 커피 값이면 서민들의 구들장이 5시간 동안 행복해진다. 한 잔의 커피는 아깝지 않게 사지만 한 장의 연탄 값은 아까워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화를 보며 '아름다운 신종족' 신(新) 자린고비들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