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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8 법정스님 무소유와 중생의 소유욕

▶평생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으로 산 법정스님이 ‘연꽃’이 됐다. 편백나무의 헛헛한 바람 곁에 피어난 ‘무소유’의 불길은 아름다운 향기를 남겼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강조한 것은 '가난'을 강조한 거와 같다. 절이나 교회에서 호사스러운 장례를 치르는 것에 죽비를 내리친 것도 가난한 도량이 되기를 소망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데 사용해 달라”고 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스님이 가지고 간 것은 일체의 번뇌와 육신이 아닌 바람 한 점, 가르침 한 줄이었다. 소유를 하지 못해 안달하는 중생들의 가슴을 ‘무소유’로 깨우친 것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18%인 300만 가구가 빈곤층이다. 이들은 가난해서 운다. 가난하기 때문에 울 일도 많다.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몰락하며 범죄도 증가했다. 형법범(刑法犯)의 경우 상류층이 0.6%, 중류층이 21.4%인데 비해 하류층은 43.9%나 된다. 소년 범죄자의 경우 하류층 자녀가 62%를 차지한다. 가난한 사람은 '소유'하지 못해 가난을 저주한다. 그들은 정신적으로도 가난하다. 10대에는 사교육, 20대에는 취업, 30, 40대에는 내 집 마련, 50대와 60대는 노후 불안에 시달린다. 이 모든 것에는 '소유'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아프고 시린 것이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내가 못사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남이 잘사는 것은 차마 두 눈 뜨고 못 보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가난한 자가 갈구하는 ‘희망’은 가난하다. 가난과 고난이 병립(竝立)하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그래서 중생들에게 '죽비'이자 ‘단비’인 것이다.


▶진시황과 측천무후는 권력을 소유하기 위해 피를 뿌렸다. 중국 황실은 성(性)을 소유하기 위해 여인을 농락했다. '누가 황제와 잤느냐'는 성의 문제만이 아닌, 권력에 대한 담론이었다.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성교육을 받았고 명 희종처럼 유모와 성관계를 가진 경우도 있었다. 황후는 스스로 예쁜 여성을 골라 황제에게 바쳐야했으며, 당 현종 때는 후궁이 4만 명에 달했다. 수양제는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는 칸막이 방을 만들고, 그 방에 거울을 붙여 성관계를 가졌고 결국 자신의 나라를 멸망케 했다. 중국 최초의 여황제인 측천무후는 후궁 시절 자신의 딸을 죽이고 그 죄를 황후에게 뒤집어씌워 폐위시켰다. 그녀는 황제가 좋아하는 궁녀의 손발을 잘랐고, 후궁을 빛 한 줄기 없는 독방에 가둔 후, 백 대씩 치고 술독에 넣었다. 이처럼 성(性)은 권력과 육신을 갖기 위한 ‘음란한 역사’이자 소유욕이었다.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또한 무소유로 왔다가 무소유로 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죽음을 향해 발을 내딛지만 발자국은 남지 않는다. 그러나 흔적도 없는 삶을 살면서도 '소유'를 위해 전쟁을 치른다. 여자를 소유하기 위해 악을 쓰고, 돈과 권력을 소유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보다 많은 자기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소유사(所有史)’다. 법정은 우리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주었다. 그러나 스님만큼 많은 걸 ‘소유’한 사람도 드물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을 ‘소유’했으니 말이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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