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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0 비를 너무 사랑한 술 (5)


그림 속 멀리 보이는 모퉁이 쪽에서 사랑하는 님이 걸어올 것 같지 않나요? 그럼, 우산을 집어 던지고 달려가세요. 빗물에 세상살이 고달픈 눈물이 가려지도록….

눈물 나게 그리운 날
나는 비가 된다.
우산이 된다.
혼자 걷다 눈물 나면 우산 접고 비를 맞고
비를 맞다 눈물 나면 마음 접고 비를 맞고

눈물 나게 보고픈 날
나는 새가 된다.
창가로 간다.
노래보다 살가우면 날개 접고 노래하고
노래하다 보고프면 창문 열고 살 부비고

눈물 나게 서글픈 날
나는 술이 된다.
망각이 된다.
거나하게 술 취하면 마음으로 다스리고
다스리다 못 견디면 망각으로 앓아야지

아, 눈물 나는 날
난 비가 되고 술이 되고 우산이 된다.



 雨~~悲(비)...............

 비가 오는 날엔 술 생각이 난다. 가끔 그런 것이 아니라 무시로 그렇다. 때문에 우기(雨期) 때면 술 먹는 날이 잦아진다. 비가 술이고 술이 비다. 비가 안주고, 빗물이 술잔이다. 왜 비 오는 날 술이 당기는 걸까. 촉촉이 젖은 비가 축축하게 마음을 적시기 때문일 것이다. 술집 중에서도 멋들어진 레스토랑이나 호프집보다는 비가 보이는, 빗소리가 들리는 선술집이 좋다. 바깥 풍경을 보며 비에 젖는 상념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우산을 쓴 나무들과 우비를 입은 처마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고즈넉한 세상 밖의 풍경과 넉넉한 세상 속의 풍경들이 오버랩 되면서 술잔은 달디 단 풍류가 된다. 실연당한 청춘과 시련의 중년들이 모여 한 순배 두 순배 인생의 고단함을 마신다. 술엔 지짐이가 제격인데 그 중에서도 파전이 으뜸이다. 지글지글 볶아대고 삶아대는 세상처럼, 지짐이는 모든 아픔들을 지지고 볶아 ‘아름다운 보름달’이 된다. 요즘 들어선 두부에 김치를 말아먹는 것도 제법 웰빙스럽게 느껴진다.

 요즘엔 비가 오면 무조건 우산을 뒤집어쓰지만 옛날엔 그냥 비를 맞았다. 비를 맞으면 처음과 끝이 달랐다. 처음엔 추비할 정도로 폼도 안나지만 조금 맞다보면 체온과 섞여 안온했다. 사람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터벅터벅 걸으며 우울한 심사를 털었다. 머리에 오염물질을 뒤집어써야 하는 요즘의 비와는 색깔이 달랐다. 맞고 싶고, 젖고 싶은데 그런 비가 사라진 것이다. 이류 대폿집에서 일류 시인의 시집을 한쪽에 놓고 삼류사회의 기득권을 안주삼아 독주를 들이켜던 낭만은 이제 사라졌다. 비주류(非主流)속 주류인(酒流人)의 애환일 뿐이다.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대폿집에서 돼지고기를 썰고 있는 여자를 훔쳐보면서 빈속에 소주를 들이켜는 나를 만난다. 주독(酒毒)이 올라 음주 횟수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 만나면 쓴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다. 물론 예전만큼 비가 올 때마다 날궂이를 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이 없으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비스듬한 우산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둘이 쓰는 우산이 비좁아도 상대방이 젖을까봐 우산을 기울여주는 아름다운 배려, 넉넉한 희생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의 어깨는 젖어도, 당신은 어깨는 봄볕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오늘도 비가 내린다. 막걸리에 파전 하나 먹으며 로또 얘기를 하면 금상첨화일 듯한데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래서 빗소리를 들으며 비를 구경한다. 그런데 술이 빠지니 영 기분이 안난다. 역시 비엔 술, 술엔 비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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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Angella 2009.06.21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가 내립니다.
    나선생님 계신곳에두 비가 내리나 봅니다,,,,

  2. 雨비 2009.06.21 1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막걸리에 파전 먹으려 했는데 몸이 안좋아 접었답니다.
    그런데....뭔가 빼먹은 듯한 찝찝함이 드네요.....
    비엔 술, 술먹는덴 비가 안주죠.

  3. 까칠 2009.06.21 1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때 생각 난다...
    비만 오면...
    후배한테 전화해서..
    언제나 술을 마셨는데..ㅋㅋㅋ
    선배도 역쉬.. 비를 보면 술을 생각하시는 군요..ㅋㅋㅋ
    그렇잖아도..
    어제 하나랑 선배 만나려고 했었는데....
    주말이라 비지할 거로 알고...연락 안드렸더니...
    아숩다....ㅜㅜ

  4. 雨비 2009.06.21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어제는 술이 생각나는데도 컨디션이 안좋더라.

  5. 우주회 2009.06.24 16: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雨酒會]
    전 그날 수목원에서 비 구경 했습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