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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탓

충청로 2008.09.09 21:51
  ▶18대 국회의원 임기가 한 달 전에 시작됐지만 국회엔 '의원님'이 없다. 의장단도 구성하지 못한 채 '집밖'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식물국회, 공전국회를 거듭한 '지병'이 이번에도 도졌다. 무조건 국회로 돌아오라며 윽박지르는 여당이나 뒤늦게 거리로 나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며 고함지르는 야당이나 오십 보 백 보다. 그런 국회가 얼마 있으면 환갑을 맞는다. 환갑은 세상을 관조하고 품위와 덕망을 갖춘 '어르신'의 반열에 오르는 나이다. 그러나 정가는 고유가 대책 등 민생법안 처리를 방기한 채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입법부가 아니라 '위법부(違法府)'라는 쓴 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한 술 더 떠 여야는 당대표 뽑는데만 신경을 곤두세우며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다. 선량(選良)인지, 한량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그런가하면 3조 6000억 원의 재산가인 MJ(정몽준 의원)는 버스 기본요금을 70원이라고 말했다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말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잘나가는 당권주자이자 차기 대권주자의 서민물가 지식수준이 이 정도다.


 ▶야당의 등원 거부로 국회 개원이 가장 늦었던 때는 지난 1967년 7대 개원 때였다. 당시 야당인 신민당은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규정짓고 '집밖'을 떠돌다 142일 만에 등원했다. 98년 DJ정부 첫 총리였던 JP는 '서리' 딱지 떼는 데만 5개월이 걸렸고, 2002년엔 86일 동안 총리가 없었다. 이런 정치지만 금배지만 달면 '100가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일단 억대 연봉자가 된다. 국회의원 1인의 연간 세비는 1억 1300만 원, 매달 활동비 670여만 원은 별도 지급된다. 차량유지비, 통신요금, 사무용품 구입비 등 수당·지원경비만도 월 1619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4급 보좌관 2명(연봉 6400만 원)과 5급·6급·7급·9급 비서를 거느릴 수 있다. 이를 합하면 국회의원 한사람에 1년간 4억 6872만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물론 항공기, KTX, 카페리도 공짜다. 하지만 4년 후 낙선해서 처량한 '정치 백수'가 되지 않으려면 장외 난장(亂場)을 걷고 국회로 돌아가 민생을 챙겨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다.


 ▶"잘못되면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었다. 소주가 써도 노무현 탓, 돌부리에 넘어져도 노무현 탓, 로또가 징글맞게 안 맞아도 노무현 탓, 무조건 노무현 탓을 했다. 노무현이 싫어 MB를 찍었다는 말이 떠 돌 정도로 MB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사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 '네 탓'의 주인공은 MB다. 뭘 해도 MB탓을 한다. 이는 소통을 말하며 불통한 탓이고, 섬김을 말하며 어김을 반복한 탓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MB를 '부시의 공식 애완견 도전자'로 풍자했다. 아무리 '탓'을 한다 해도 MB가 미국 언론의 조롱을 받는 걸 국민은 원치 않는다. 취객에 매 맞는 심약한 공권력이, 촛불 든 12살 초등학생을 잡아가는 식의 어이없는 공권력을 국민은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취임 넉 달 만에 벌써 두 번의 반성문을 쓴 MB. 광화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북악산에서 수 십 만개의 촛불을 보고 눈물 흘렸다는 대통령의 드라마틱한 회견에 민심은 감동하지 않는다. 수렁 속에 빠진 대한민국을 방치하고 싸움만 일삼는 정치인들의 스릴러에 국민은 동감하지 않는다. 정치는 눈물나게 하는 신파극도, 쇼맨십 가득한 버라이어티도 아니다. 하루속히 국회 문을 열고 복귀하라. 장외서 '네 탓 타령'만 하기엔 나라꼴이 정말 개판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