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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3 세종시와 4대강 삽질
                                                      사진=충청투데이 전우용 기자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엽록소 잔뜩 머금은 초록을 꿈꾸며 가지에 매달리고 싶어도 때가 되면 낙엽이 된다. 그러나 낙엽은 주검이 아니다. 봄과 여름이 바람과 햇빛으로 살갗을 태우고 추해지기 전에 자신을 버리는 성스러운 의식(儀式)이다. 낙엽이 떨어진다는 것은 무거워서가 아니라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가을을 타는 것’은 남성 DNA에 고독과 상처라는 인자가 각인돼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과학으로도 증명 못한 쓸쓸함의 잔상, 그것이 찬바람에 실려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그래서 상처 받은 영혼들은 강으로, 산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병약하고 외돌토리 같은 삶을 위로받는다. 강(江)은 그래서 어머니의 품을 닮았다.


 4대강 사업을 두고 민주당은 ‘5대 거짓말’이라고 했다. 민주당 백서에 따르면 5대 거짓말은 홍수 예방, 물 확보,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 강 살리기다. 예컨대 국가하천의 홍수 피해액은 전체 홍수 피해액의 3.6%에 불과하다. 낙동강에서 부족한 물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정작 물이 부족한 곳은 섬진강이다. 66개 구간 중 51개 구간이 이미 2급수인데 4대강을 2급수 이상으로 끌어올린다고 설레발이다. 죽은 강을 살린다고 하지만 4대강 내 640곳의 수질은 70%가 양호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4대강 예산의 반만 돌려도 등록금 5조 원 지원, 고교 무상교육(2조 4000억), 무상급식(3조), 장애연금(2조)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정규직 20만 명 전환(1조 2000억), 경로당 지원(2800억), 결식아동 16만 명(600억)을 도울 수 있다. 이런 판국에 4대강 예산은 1년도 안 돼 8배나 뛰었다.

 풍수(風水)에서는 물을 길로 본다. 그래서 물길이다. 물길은 유통과 소통의 길이다. 수나라 양제는 북경에서 항주까지 1800㎞에 이르는 ‘경항운하’를 팠지만 조선 태종은 ‘남대문 운하’를 파자는 건의에 대해 “우리나라는 모래와 돌이 많아 물이 머물지 못하므로 중국을 본떠 운하를 팔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치수(治水)의 본보기다. 두 도시 모두 100여 개의 섬과 섬 사이를 500여 개의 다리로 이었다. 또한 물길을 따라 집을 지었다. 맨땅을 파서 없던 물길을 낸 것이 아니라 물 위에 친환경 물길을 낸 것이다. 여기에 낙동강 공구 컨소시엄에 선정된 기업 여러 곳이 MB의 모교출신이라는 점과 4대강 사업이 낙동강에 집중돼 있는 것도 마뜩찮다. 잘난 체 하는 인간들이 녹색, 녹색, 녹색성장을 외치며 보, 댐을 만들고 산야를 파헤치는 것도 발상 자체가 모순이다.

 MB는 4대강 사업을 말하면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江山) 개조론’을 역설했다. “강과 산을 뜯어고쳐 산에는 나무가 가득하고 강에는 물이 풍만하게 흘러간다면 그것이 민족의 행복이다.” 한강의 기적과 청계천 기적 중심에 있던 MB가 4대강 사업을 서두르는 것엔 정책적 편향이 있다. 세종시가 21개월간 ‘수심’에 잠길 동안 4대강 사업은 5개월 만에 ‘물 흐르듯’ 일사천리다. ‘삽질’의 대명사 토목공사가 아니라지만 ‘불도저’는 자연과 풍광을 내시경 하기 위해 이미 시동을 켰다. 4대강 사업의 화끈한 추진을 보면서 느려터진 ‘세종시’ 추진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강변에 사는 촌부들이 습담(濕痰)과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걸망을 싸는 것은 강을 하늘의 뜻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입맛대로 성형(成形)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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