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2.04 입춘대길...모두에게 봄꽃 피기를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3일 논산시 연산면 양지서당에서 훈장과 학생들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글귀를 대문에 붙이며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논산=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봄이 오면 ‘냉전(冷戰)’을 이겨낸 풀들이 기지개를 펴고 푸른 꽃들을 피운다. 추운 겨울을 겪지 않은 나무가 봄볕의 고마움을 알 리 없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삭풍을 견뎌야 하고, 응달 안에서 눈물 나는 광합성을 해야 나이테를 만들 수 있다. 동면에서 깨어난 바람은 갖은 고초와 ‘냉풍’을 이겨냈기에 바람의 맛을 아는 것이다. 어떤 이는 청춘의 봄을 기억하며 여름을 살고, 어떤 이는 혹독했던 겨울을 생각하며 봄을 탐닉한다. 익어가는 맛, 인생도 나이 들면서 익어간다. 봄 같은 어린이, 여름 닮은 청소년, 가을처럼 영글어야 하는 청·장년, 노년은 겨울을 읽어야 한다. 소설가 박상륭은 “아름다움은 앓음다움에서 온 말”이라고 은유했다. 앓아야 한다. 겨울을 앓아야 봄맛이 제대로 난다.

▶커피는 쓰디쓴 겨울이자 달콤한 봄이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발자크는 커피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1년에 소설·콩트·정치논평을 145편이나 쓸 만큼 다작(多作) 문학가였다. 새벽 1시에 시작한 글쓰기는 오후 6시에 끝났다. 문장 하나를 100번씩 고치는가하면, 오자(誤字) 하나도 용납치 않았다. 이처럼 치열한 ‘글쓰기 노동’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커피였다. 그는 커피를 마시면 아이디어가 깃발처럼 펄럭인다고 했다. 하루 50잔, 평생 5만 잔을 마셨다. 중세 유럽 노동자들 또한 추위와 피로를 잊으려고 커피를 마셨다. 이들은 ‘커피’를 마신 것이 아니라 ‘코피’ 나는 노동을 잊기 위해 ‘겨울’을 마신 것이다. 카푸치노의 거품처럼, 우윳빛 라테처럼 봄이 다가오고 있다. ‘1000번의 키스보다 한 잔의 커피가 달콤하다’던 바흐처럼, 커피는 삶을 위무하는 노동요(勞動謠)다.


▶북한의 2월은 365일 중 가장 배부르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0만 명이 굶어죽은 1990년대 이후로 지금까지도 땟거리가 없어 아사(餓死) 직전에 와 있다. 김 위원장 자신도 “우리 인민이 강냉이밥을 먹는 게 제일 가슴 아프다. 흰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을 지어주어야 하는데”라며 탄식했을 정도다. 조선시대 황해도 백성이 흙을 먹고, 정선 사람이 쌀가루 한 말에 흙 다섯되를 섞어 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 북한에선 눈 앞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밥’ 대신 ‘포’를 쏜다. ‘흙 먹는 나라’ 아이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악명 높은 독재자 뒤발리에 부자(父子)가 29년간 집권하며 나라를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진흙 과자’로 배를 채우던 그들은 부실한 정부 때문에 20만 명이 개죽음을 당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삶은 봄날인가. 백수가 400만 명을 넘어서고, 청년실업 110만 명, 일할 수 있어도 그냥 ‘노는’ 사람이 1600만 명이다. 1500만 명의 노동자 중 800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어디가 ‘바닥’이고 어디까지가 눈물인가.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봄의 서막이다. 그러나 보통 입춘 땐 땅거죽에 서릿발이 서고, 북국 삭풍(朔風)이 몰아쳐 흙비가 언다. 100년 사이에 최저기온이 평균 3도쯤 상승했다지만 입춘 땐 칼바람이 분다. 사람의 얼굴에도 ‘날씨’가 있고 ‘표정’이 있다. 365일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흐린 나날이 계속돼도 봄은 온다.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오는 봄은 막지 못한다.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피는 매화꽃을 막을 순 없다. ‘겨울’을 이겨낸 자의 특권으로, 모두의 얼굴에 ‘봄’이 활짝 피기를 소망해본다. 
Posted by 나재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