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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5 100년후에도 살기좋은 정뱅이 마을을 가다 (10)

▲정뱅이 마을 전경. 여느 시골마을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네사람쯤 손잡고 가면 딱맞을 것 같은 농로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동화마을'이 나타난다. 다만 규모가 작으니 너무 큰 기대는 금물.

▼아래 사진은 대전 둔산에서 정뱅이 마을로 가기 위한 갑천변 자전거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운동 삼아 타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쪽은 이동수단으로 타는 사람들이다. 난 그 어떤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 ‘그냥’ 자전거 타는 사람이다. 가까운 여행지에 가고 싶을 때 아들 자전거 안장을 높이고 ‘그냥’ 탈 뿐이다. 때문에 전조등, 후미등도 없고 물통게이지도 없다. 더구나 안전을 위한 헬멧, 장갑, 고글, 기능성 속옷, 방풍 재킷, 패드팬츠에 방풍 통바지도 없다. 이런 품목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인데, 2시간 이상 라이딩을 즐기다보면 왜 장비를 갖춰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엉덩이 꼬리뼈를 시작으로 전립선과 대퇴부를 종횡하는 아픔은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아차, 사설이 길었다).
 아무튼 오전 8시30분,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비웃으며 회사동료(車)와 라이딩을 시작했다. 대전 둔산에서 유등천, 갑천을 경유해 정뱅이 마을까지 다녀오는 여정이었다. 거리로 따지면 왕복 40~50km쯤 될 텐데 소요시간은 비공개로 남긴다. 속도의 미학을 잊었었고, ‘자탄풍’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갑천은 금산군 진산면 대둔산 북동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금강의 제1지류다.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청림골~다리골~벌곡면 수락리~양산~한밭벌을 거쳐 대전 오동 장밭탱이 마을에 이른다. 여기서 다시 평촌을 거쳐 용촌동 정뱅이 계룡산 암용추에서 발원한 두계천(豆鷄川)과 만난다. 갑천은 둔산의 관문인 도솔산을 돌아 힘차게 대전의 심장부를 향해 흘러간다.


 대전 용촌동 정방(정뱅이) 마을.
 ‘정뱅이 마을’은 정방(正方)마을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부르는 이름이다. 주변의 지세가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어서 붙어졌다고도 하고, 백제에 쳐들어온 중국 당나라 소정방이 머물렀던 곳이라고도 한다. 이 마을은 건교부에서 주관하는 ‘2008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범사업에 선정돼 3억 5000만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녹색체험마을로 변모했다. 대전시와 충남도 경계에 있는 정뱅이 마을은 26가구 67명이 거주하고 있는 소규모 자연부락이다. 이들 마을주민들은 4~5년 전 ‘이대로 가면 마을이 없어진다’는 위기감으로 마을회의를 열어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데 모두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우선 마을 주변의 산과 들을 이용한 들꽃 축제‘를 열었고 도시민을 끌어들였다. 거기에 염색체험, 농촌체험 등 해마다 각종 생태체험 이벤트를 열어 명성을 쌓았다. 이들은 지원받은 예산으로 오래되고 낡은 담을 개조했다. 마을엔 꽃길이 조성됐다. 낡은 집을 고쳐 역사,문화전시관으로 꾸몄다.

자~ 여기부터가 정뱅이 마을이다.

정뱅이 마을에는 자전거 20여 대가 놓여있다. 대전시의 ‘타슈’다. 타슈를 타고 갑천과 두계천 천변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주변 장태산 휴양림을 비롯하여 동춘당 송준길의 묘(宋浚吉 墓)와 그의 손자와 혼인한 덕수이씨의 정려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묘 등 유적지와 관광지를 둘러볼 수도 있다.


 이 마을의 별칭은 ‘100년 후에도 살고 싶은 농촌’이다. 독특한 모습의 담장들이 제일 먼저 반긴다. 통나무를 쌓아 올린 담장, 소나무가 큼지막하게 그려진 벽화 담장, 나무액자처럼 꾸며진 담장 위에는 목각인형이 놓여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담장’이다. 30년 된 새마을 담장을 헐고 목판 담장, 돌망태 담장, 꽃담장, 나무 담장을 만들었다. 담장 안엔 흑백으로 찍은 가족사진과 함께 숯불 다리미와 손저울 등 기억을 반추해낼 물건들을 전시해 놓았다. 마을의 역사와 애환이 담긴 물건을 담장 안에 담아 놓은 것이다. 벽마다 흐드러진 꽃들이 피어있다. 이 정뱅이마을은 영화 클래식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정뱅이 마을 가는 길은 대전 가수원 4거리에서 장태산 가는 길로 달리다 흑석 4거리에서 직진해 1분쯤 뒤에 나타나는 왼쪽 길로 꺾어 작은 저수지 샛길로 접어들면 금방이다.

 정뱅이 마을의 애환
 정뱅이 마을은 정부와 지자체가 선정, 지원한 녹색체험마을이다. 입소문을 듣고 온 도시민들로 제법 북적이는 곳이 됐다. 그러나 그 유명세 만큼이나 동네사람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생태체험으로 얻는 쥐꼬리 수입보다 순박한 삶을 잃어버린 상처가 더 큰 듯 보였다. 말 그대로 유명해진 것까지는 좋았지만 조용하던 시골동네가 한가로운 도시민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해 버린 것에 대한 뼈아픈 회한, 뭐 그런거. 그곳에서 만난 한 노인은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일행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뭐하는 사람들이오? 뭐하러 사진을 찍습니까? 원 참~"
 그들은 밭에서 평화스럽게 일할 여유를 빼앗겼고, 집을 자유스럽게 오갈 보폭의 공간을 빼앗겼다. 사진을 찍고, 기웃거리고, 훔쳐보는 듯한 도시인의 '눈'이 싫어진 것.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아보이는 얼굴들. 좋았던 느낌들이 일순간 '고민'과 '반성'으로 점철됐다. 생태체험으로 얻는 돈이 많을 리 없다. 생계로 살아가는 터전이 아무런 인연없는 객들에 의해 북적인들 삶의 질이 나아질 리 없다. 그들은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용했던 동네를 되돌려 달라고.


보너스=뿌리공원
돌아오는 길에 장평보 유원지와 흑석리 유원지에서 물과 올갱이와 피라미를 만나며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갑천, 유등천을 지나 대전 남동쪽으로 오다보면 뿌리공원과 오월드를 접할 수 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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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Angella 2009.05.15 2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떠오른 화두가 "환경미술" "공공미술"일겁니다.
    100년후에도 살고 싶은 마을, 정뱅이마을은
    이 환경미술이 잘 도입된 마을루 보입니다.
    독특한 모습을 하구 있는 담장들이 인상적입니다.
    정뱅이 마을 입구의 대나무(?)로 만든 조형물이 상당히 근사해 보입니다.
    나무액자처럼 꾸며진 담장, 소나무가 그려진 담장, 장작을쌓아올린 담장, 나뭇가지로 사는 사람 이름이 새겨진 모습,,,
    공공미술 적용사례루 봐두 상당히 정성이 담겨 있는 모습입니다.
    자전거루 정뱅이 마을 여행을 하셨다구요?
    자전거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사진 분량두 상당히 많은데 사진촬영하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추천 버튼 꾸욱 누르구 갑니다.
    싱그러운 5월입니다.
    행복한 일이 더 많은 화사한 봄날되세요!

  2. BlogIcon 나재필 2009.05.15 2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자전거여행도 재밌었고, 정뱅이도 좋았습니다.
    사진으로 다시보니 그 마을이 눈앞에 삼삼합니다.

    • BlogIcon Angella 2009.05.16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충청투데이 홈페이지 따블뉴스를 통해 귀하의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두 따블뉴스 블로거랍니다.
      따뜻한 눈길루 바라보구 있습니다.
      좋은글, 좋은사진, 멋진 블로그 기대합니다.

  3. 길 따라 2009.05.17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길 따라, 철길 따라
    그곳으로 가는길이 아름다워 보이네요
    눈 감으면 자전거 타고 가시는 모습이 떠오를듯 합니다.
    편안한 갑천 풍경도, 정뱅이마을 정겨운 풍경도 알차게 봤습니다.
    하루 행복(?) 하셨나요?
    앞으로도 소중한 풍경 전하는 블로그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4. 감사 2009.05.17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십시오.

  5. BlogIcon 꼬치 2009.05.18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제동과 이곳의 공공미술 궁금했었는데
    덕분에 여행한번 잘~했습니다.
    자전거타고 그곳을 돌았다니
    바람의 감촉까지 근사했겠는데요~

    • 고맙습니다 2009.05.18 1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동행자가 있어 더 좋았습니다. 자전거...바람...그리고 근사한 마을....김밥 한줄에 컵라면까지!!!

  6. 2009.06.02 1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BlogIcon 나재필 2009.06.25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뚱땡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