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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7 누가 盧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2. 2008.09.09 자유인
사진=충청투데이 이성희 김상용 기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이 옷깃을 여미고 있다. 62년 9개월의 짧은 삶을 살다간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운명이다”며 14줄의 글을 벼랑 끝에 날렸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몇 줄의 글이 아니라 몇 톤의 질량으로 뭉쳐진 아픔이었다.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고향을 떠난 지 32년, 낙향 후 15개월 만에 파란만장한 삶을 끝낸 것이다. 그는 하야(下野)하며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떻습니까. 야, 기분좋다”며 웃었다. 2002년 대선서 승리했을 땐 형님 무릎을 베면서 "저, 대통령 됐습니다"라고 응석을 부렸던 그다. “시장이나 밥집, 극장에 가고 싶다. 대통령 하는 동안 그런 곳에 못 가서 답답했다”고 말했던 그다. 그는 비범했지만 평범하지 못한 '바보 노무현'으로 살았고 비애에 젖은 국민들을 뒤로 머나먼 ‘소풍’을 떠났다.


 ▶봉하마을은 '까마귀도 먹을 것이 없어 울고 돌아간다'던 빈촌이었다. 그의 사법고시 도전도 가난 탈출의 승부수였다. 봉화산은 그가 칡을 캐고, 진달래를 따고, 소몰이를 했던 곳이다. 더불어 토굴로 들어가 고시공부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봉화산은 자신의 꿈이 시작된 곳이자 세상과 이별한 장소가 됐다. 서거 전 그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내가 괜히 정치하고 대통령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007년 12월 28일로 돌아가보자) 당시 이명박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정기록유출을 문제삼았고, 그 뒤로 불편한 사이가 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죽음이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이 바보 같아서 훌륭한 지도자를 죽였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진짜 ‘바보’일지도 모른다.


 ▶대법원은 최근 국내 최초로 존엄사(死)를 인정했다. 말기 환자가 임종단계로 들어갔을 때 생명연장의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다. ‘죽음의 병동’ 호스피스(hospice)는 라틴어 ‘손님(hospes)’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호스피스에 있는 사람들은 비관 속에서 하루를 소비하지 않는다. 죽음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고 싶다가도 맨발로 작두에 올라서면 살고 싶어지는 게 인생이다. 때문에 죽음은 어떠한 경우라도 억울한 구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마무리' 웰다잉(well-dying)이 화두가 되는 것도 '품위 있는 죽음'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답게 살 권리’ 못지않게 ‘사람답게 죽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온 소풍길에 죽음마저 억울하다면 그게 무슨 삶인가,


 ▶시인 천상병은 목 놓아 외쳤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우리는 어쩌면 짧디 짧은 소풍을 온 것인지도 모른다. 희로애락이 뒤범벅이 된 소풍길에서 ‘손님’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객(客)인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이는 맛있는 도시락을 들고, 어떤 이는 초라한 수저를 들고 있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상에서 한 많은 ‘소풍’을 살다갔다. 그러나 천상에선 푸른 하늘, 맑은 바람과 벗삼으며 아름다운 ‘소풍의 삶’을 사시길 옷깃 여미며 소망한다.
Posted by 나재필

자유인

충청로 2008.09.09 21:46
 

 ▶중국에 천샤오쉬(陣曉旭)라는 배우가 있다. '홍루몽'이라는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떠 국민배우 칭송을 받았다. 그녀는 베이징에서 큰 광고회사를 차려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이내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며 화려한 삶을 버린 것이다. 함께 백만장자로 살던 남편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부부로서의 인연은 이쯤에서 끝내자'며 도반(道伴)의 길에 동행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솜처럼 가벼운 자유의 깃털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지난해 이맘때쯤 42세의 나이에 세상과 결별하고 영원한 자유인이 되었다. 모든 걸 손에 쥘 수 있었던 달콤한 삶을 홀연히 떠날 수 있었던 그들의 선택, 자유인으로의 소망이자 용기였다.

 ▶"대통령 할 때는 욕만 하더니, 일 안 하고 노니까 욕 안 먹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그런 '노통'의 인기가 퇴임 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낙향한 지 67일째. 김해 봉하마을에는 일일 평균 약 3000~4000여명 정도의 방문객이 찾아 현재까지 2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왕의 귀환'으로 얻는 부가가치가 3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스로 촌사람이 다됐다며 껄껄껄 웃고, 농부는 '밥심'으로 산다며 국밥을 양껏 말아먹는 모습에 그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조차 호감을 느끼고 있다. 골프채 대신 호미를 들고, 비서의 양산(洋傘) 대신 밀짚모자를 쓰며, 방탄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포도주 대신 막걸리를, 풍성한 오찬 대신 새참을 먹는 전직 대통령. 손자·손녀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여유로이 시골길을 달리는 평범한 농투사니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일 반, 놀이 반, 먹는 거 반'이라고 근황을 전하는 그를 보면 정녕 자유인의 반열에 들어선 듯하다.

 ▶요즘 세간에선 지금의 MB보다 노통 때가 차라리 낫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혁신 없는' 혁신도시 흔들기와 균형잃은 지역균형발전 담론, 물가 못잡는 물가정책 등에 지친 탓일 게다. 이런 와중에 미국 소떼를 몰고 온 MB를 보고 한 정당인은 "그렇게 값이 싸면 대통령께선 국물까지 다 드시라"고 했단다. MB 정부여, 잠시 불도저를 세우고 주변을 돌아보라. 국민과 지방이 무슨 죈가. 참여정부서 땅 팔고 농사 접고 눈물 흘리며 고향 떠난 사람들이 터 잡기도 전에 세상이 바뀌고 있다. 한마디로 한쪽에선 땅 파고, 한쪽에선 땅을 치는 형국이다. 혁신도시 보상도 진척돼 불도저 밀일만 남았는데 이래저래 '스톱' 상태고 균형발전정책과 세종시도 '맨땅'을 헤매고 있다. 참여정부의 각본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시 쓸 판이다. 불과 2개월여 간극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처럼 정부정책들이 정권에 따라 계속 변덕을 부린다면 어찌 민심이 '행복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봄이 익고 있다. 초록의 채도가 높아지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계절이다. 이럴 땐 '마음의 감기'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 1년에 300만 명 정도의 한국인이 우울증에 걸린다고 하니 민심이 울병에 걸리지 않도록 정부여! 제발 스트레스 주지 말라.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