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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3 보수와 진보, 그 멍청한 대립을 보면서 (7)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1일 대전 시내 서점가에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충청투데이 홍성후 기자.

 ▶87년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대학생들은 '시대의 지식인'으로 불린 리영희 교수의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의 저서는 하나같이 불온서적으로 분류돼 빨간 딱지가 붙었다. 그는 DJ와 함께 80년 광주민주항쟁의 배후이자 '빨갱이'로 몰렸다. 이로 인해 다섯 차례 옥살이를 했고, 언론·대학에서 네 차례 추방당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통역 장교였던 리영희는 진주 시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따로 만나기로 약속한 기생이 보이지 않았다. 스물두 살의 혈기 넘치던 중위는 지프를 몰고 기생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리 중위는 언성을 높이며 권총을 빼들었다. 그러나 기생은 굴하지 않고 "젊은 장교님은 나중에 큰 분이 되겠지만 사람을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닙니다”며 되레 훈계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크기, 도덕적인 크기를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펜대 놀리는 인간'들이 노동자를 업신여기는 반인간적인 행동에 양심의 깃발을 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노동자와 민주를 위해서 '진보'를 택했다.

 ▶소설가 황석영이 '변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1989년 북한에 3년간 체류했다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4년 11개월간 옥살이를 했을 만큼 좌파 성향의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얼마 전 MB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하며 "광주사태 같은 사건은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더니 영국이나 프랑스도 있었고, 때가 되면 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MB를 '부패연대세력'이라 부르며, 시민단체들과 비상시국선언까지 했던 사람이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기억력이 2초인 금붕어'라며 비웃었다. 또 한 명의 '좌파 인물' 김지하도 산문집 '촛불, 횃불, 숯불'을 내면서 운동권이 순진한 청소년들의 촛불을 '제 고기 구워먹는 숯불'로 이용했다고 혹평했다.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황석영과 김지하. 그들의 '변절'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군사전문가 지만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보며 "무대 뒤로 사라졌던 빨갱이들이 줄줄이 나와서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까불어대는 모습이 참으로 꼴불견”이라고 했다. “파렴치한 죄를 짓고 그 돌파구로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운명을 다한 노사모들이 시체를 가지고 유세를 부리며 단말마적 행패를 부리는 것도 못 봐주겠다”고 했다. 여기에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비리를 저지른 노 전 대통령을 언론이 성자로 만들며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며 대한민국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이런 때에 노사모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느냐며 '반사모'를 선언했다. 이들의 막말은 그 잘난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냥 ‘막말’일 뿐이다.


 ▶98년 충북 증평에서 취재차 리영희 교수를 만났다. 그의 자동차를 몰고 세미나장과 호텔 등을 안내하며 1박2일을 보냈다. 그의 말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어눌했지만 좌(左)와 우(右)로 날며 다문박식했다. 한때 '빨갱이'로 몰릴 만큼 진보의 편에 있었지만 그의 자유로운 생각들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상생의 목소리였다. 요즘 내편, 네 편을 나누는 나라꼴을 보노라면 보수도 죽고, 진보도 죽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 진보타령에 사람이 죽고, 대한민국이 병들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두 패로 나뉜 대한민국의 보수·진보여, 이념논쟁의 굿판을 걷자. 퇴보하는 진보, 낡아빠진 보수. 서로 똑똑한 척 하지만 둘 다 아둔하다는 것을 각성하길 바란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