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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1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부부 (2)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높이기 위한 사랑새(잉꼬) 먹이주기 행사가 19일 청주랜드 동물원에서 열려 한 참가자가 손에 먹이를 놓자 새들이 날아와 먹이를 먹고 있다. 충청투데이 이성희 기자

 ▶오랜만에 아내와 대폿술 한잔을 걸치고 집으로 가는 길, 비가 ‘술처럼’ 내렸다. 슈퍼에 들러 맥주 두 병을 더 샀다. 전작(前酌)으로 마신 소주가 설탕물처럼 달았고, 빗물에 취기가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 둘은 술을 즐겨 마셨다. 취하면 그녀는 잘 웃었고, 이효리 보다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도 밤엔 라면을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자연스럽게 남편 앞에서 볼일 보는 아내, 벌거벗은 아내를 보고도 감흥이 없는 남편이 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우심방에 뜨겁게 흐르던 ‘연정’은 사라지고, 차갑게 식어버린 좌심방에 냉풍(冷風)만 분다. (하지만) 물 위에 떠 있는 방갈로 ‘워터빌라’서 비취색 바다를 내려다보며 네스프레소 커피를 즐기고, 테라스 야외침대에 누워 쏟아져 내리는 별을 보는 그런 ‘집’은 아니어도 가정은 힘들고 거친 인생길에서 훌륭한 안식처임에는 분명하다.

 ▶영국의 헨리 8세는 교황으로부터 ‘신앙의 옹호자’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가톨릭 맹신자였다. 하지만 젊고 예쁜 시녀와 결혼하기 위해 이혼을 금지한 교황청과 결별하고 성공회로 개종했다. 새로운 부인을 얻기 위해 국가종교까지 바꾼 것이다. 고려시대엔 ‘열녀(烈女)’란 말이 없었다. ‘절부(節婦)’라고 표현됐을 뿐이다. ‘절부’는 남편이 죽은 후 딴 남자에게 시집가지 않고 정조를 지킨 여성이다. ‘열녀’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세종 때 ‘삼강행실도’ 열녀편이 보급되면서부터다. 열녀는 국가가 여성을 속박하기 위해 만든 계획적인 족쇄이자 불평등 정책이었다. 은장도를 버린 지금 ‘무촌(無寸)’의 부부는 남남끼리 만나, 남녀로 살다가, 한순간 남남으로 헤어진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는 11만 6500쌍이 이혼도장을 찍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회장이 회갑선물로 준 명품시계 두 개를 내다버렸다고 했다. ‘내다버렸다’는 것은 경상도 말로 없애 버렸다는 뜻이다. 피아제 시계는 개당 1억 원을 호가하는 제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도 박연차 회장의 돈 40만 달러로 산 아파트 계약서를 찢어 버렸다고 했다. 검찰은 ‘황당하다’며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증거인멸을 시도한 거라고 본다.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곤란한 순간마다 자신은 몰랐다며 설레발을 친다. (그러나) 내다버리고, 찢어버렸지만 진실은 '삭제(Delete)'되지 않는 법이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고 구차하지만, 이젠 사실대로 가기로 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은 어쩌면 고해성사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진실게임, 우리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부부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21일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2007년 제정한 부부의 날이다. 부부란 마주보고 있을 땐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등 돌리고 잘 땐 가장 먼 사이라고 했다. 지구 한 바퀴를 돌아야 만나는 아주 멀고 먼 사이라는 거다. 소설 ‘태양의 계절’에서 한 남자가 소리친다. “나는 날고 싶어! 태양을 만지고 싶어” 그러자 그의 아내가 이렇게 대꾸한다. “먼저 계란이나 다 먹어요”(직역:꼴값하지 말고 달걀 드세요). 사랑이란 닮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닮도록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한 쪽을 비워두면 오라 하지 않아도 빈자리에 사랑이 소리 없이 앉는다. 꽃은 수수할수록 향기가 짙다고 했다. 아내란 멀미나는 향기다. 핸드폰 버튼 몇 개로 사랑을 전하는 디지털 연애시대, 오늘 밤 문자메시지 하나 날려보는 건 어떨까. “요즘 힘들지? 오뎅바 가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