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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8 1900년간 독재하에 살았다
사진=충청투데이 홍성후기자

 ▶독재타령이 요란하다. 화살은 DJ(김대중)와 MB(이명박) 전·현직 대통령에게로 쏠린다. DJ는 최근 현 정권을 ‘독재’라고 비난하면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분기탱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전직 국가원수가 노욕(老慾)에 가득 차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YS는 “틈만 나면 요설(饒舌)을 하는 DJ는 제발 입 좀 다물라”고 거들었고, 모 정치인 지지모임 회장도 “차라리 주소지를 북한으로 옮기고, 노 전대통령처럼 자살하라”고 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독설과 독선인가. 독재는 남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다. 경청하지 않는 것이다. 독재가 욕을 먹는 것은 민심이 떠들어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혼자 잘났다’고 설쳐대기 때문이다.
 독재자가 설치면 국민이 ‘개고생’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세계 최악의 독재자’ 3위에 올랐다. 북한은 3남 김정운(26)의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며 ‘100년 독재’를 선언했다. 악질 독재자 1위는 29년간 철권정치를 하며 163명을 살해한 짐바브웨의 무가베다. 다르푸르 대학살을 주도한 수단 대통령이 2위. 사이클론으로 14만 명이 숨졌는데도 태평했던 미얀마의 탄 슈웨가 4위에 뽑혔다.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49년간, 리비아 대통령과 최근 사망한 가봉대통령은 40여 년간 독재했다. 공포정치로 악명 높았던 러시아 이반4세는 성바실리 대성당이 완성되던 날, 건축가들의 눈을 뽑아버렸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을 만든 건축가들도 왕에 의해 손목이 잘렸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축물을 다시는 못만들도록 한 것이다. 독재란 이처럼 눈알이 뽑히고 손목이 잘리며 마지막 남은 가슴까지 찢어놓는다.


 ▶고구려는 동명왕을 시작으로 보장왕에 이르기까지 705년간 존립했고, 백제는 온조왕을 시작으로 의자왕까지 678년을 생존했다. 박혁거세가 시조인 신라는 박·석·김 씨가 992년간 56명의 왕위을 나눠먹었다. 박 씨가 10명, 석 씨가 8명, 김 씨가 38명이었다. 발해는 15명, 고려는 34명, 조선은 27명의 왕이 518년간 피를 섞어가며 세습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1967년여 동안 191명의 왕이 한반도를 지배한 셈이다. 그러나 ‘역사’에게 묻고 싶다. 세습왕조도 ‘독재’ 아니냐고. 부모 잘 만난 덕에, 못나도 왕이 되고 난봉꾼도 왕이 되는 게 세습이다. 외세를 불러들여 민족을 말살한 것이 삼국통일이 아니던가. 모든 역사는 승자에 의한, 승자를 위한,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우리는 '정통'이라는 번지르르한 허울 아래 1900년 넘게 ‘세습 독재’하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사실 ‘독재자 타령’을 하기 전에 제 가슴부터 열어봐야 한다. 사랑과 결혼, 돈과 출세, 권력과 편익을 위해서 누구나 ‘독재자’처럼 살고 있다. 가정도, 직장도 남의 의견은 무시하면서 비민주적인 행태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는 아집과 트집, 독선과 위선 사이에서 묘하게 뛰논다. “박정희 독재를 규탄하면서도 북한 독재에는 왜 침묵하느냐”고 질타한 두레공동체 김진홍 목사의 말이 떠오른다. 57년간 핵 주권을 말살해온 미국을 두고 ‘영원한 우방’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지도 되묻고 싶다. 우리는 언제까지 북한의 ‘핵타령’에 놀아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뒤집어쓰고 있어야 하나. 우리도 ‘독재’를 벗고 ‘독자적’인 핵을 가져야하는 건 아닌지 ‘위험한 상상’을 해본다. 세상의 독재자들은 우리의 뒤편에서 못난 우리를 비웃고 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