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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3 국회 원정대의 한심한 정복

 ‘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하고 산과 겨뤄서는 안 된다’
 “바람소리에 외로움을 느끼고, 밤새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미영씨의 비망록 내용입니다.

 이역만리 밖 설산을 오르던 대한민국 여성이 산의 품에서 끝내 잠들었습니다.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를 정복하고 숨진 고미영(청주대 중문과 졸업·상명대학원 석사과정) 씨. 그녀는 8000m 이상 고봉 11좌 등정에 성공하고, 박영석 씨가 보유하고 있던 14좌 최단기간 완등 기록에 도전했었습니다. 12년간 농림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서른 살에 산에 입문한 그녀는 고산(高山)을 휘젓던 ‘철녀(鐵女)’였지만 연약한 여자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녀의 꿈은 눈 속에 묻히고, 사랑은 눈꽃으로 남았습니다. 영원히 늙지 않고 기쁨이 넘친다는 지상낙원, 샹그릴라는 티베트와 가까운 히말라야 어딘가에 있다고 합니다. 꽃잎처럼 떨어졌을 고미영 씨, 이제는 그 곳에서 자신의 못다핀 이상향을 찾아 오르고 또 오를 것입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지구의 등마루이기에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 영산입니다. 그래서 티베트에서는 세계의 모신(母神), 네팔에서는 바람의 여신이라고 부릅니다. 에베레스트는 1953년 영국의 제9차 원정대에 의해 최초로 등정됐습니다. 이후 30개국 150여 개의 원정대가 깃발을 꽂았고, 한국은 1977년 고상돈 대원이 첫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이 중 세계 아홉 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바트(8126m)는 산악인들에게 ‘비극의 산’으로 불립니다. 1930년대 독일 원정대는 폭풍설(雪)과 눈사태로 이곳에서 30여 명이 몰사했습니다. 역시나,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산에 의해 정복당하는 것입니다.


 ▶넓고 높은 아파트를 선망하는 ‘소유의 시대’에 수목장(樹木葬)이 뜨고 있습니다. 육신을 화장해 나무 옆에 뿌리겠다는 것인데,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은 윤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묘지의 평균 넓이는 19평. 한 사람 주거 면적이 4.3평이라니 죽어서 차지하는 땅이 살아서의 4배를 넘는거죠. ‘현대판 쪽방’으로 불리는 고시원도 뜨고 있는데 이곳은 약 2~3평(6~10㎡) 규모입니다. 전국 6000여 곳에서 25만여 명이 고시원서 칼잠을 잡니다. 쪽방인구는 불황 탓에 3년 새 50%가 늘었습니다. 평수의 넓이만큼 행복의 평수도 늘어난다는 세상, ‘나무그늘’의 수목장과 ‘어둠의 그늘’ 고시원이 뜨는 것은 무한한 넓이에 대한 역설적인 사회현상입니다. 대한민국 민초들은 삶의 최정상을 위해 뛰는 게 아닙니다. 부자 0.1%와 기득권 1%를 위해 힘 없는 99%가 피땀을 흘리는 것입니다. 단지, 오르지는 못해도 간신히 절벽의 굳은살을 집고 힘겹게 사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입니다. 아~ 대단하군요!!!

 ▶국회는 '미디어 관련 3법'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법을 기만하고 법을 ‘날치기’ 했습니다. 날치기는 도둑놈을 말합니다.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은 탄식했습니다. 하나는 무법자처럼 법을 몰아붙이는 여당에 대한 분노이고, 또 하나는 악다구니 쓰며 ‘뒷북치는 야당’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그들의 해묵은 싸움에 민생은 저멀리 악산(惡山) 벼랑끝에 놓여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반대를 품지 못하는 도량으로 험산(險山)을 넘으려니 안 되는 것입니다. 산 앞에 겸손하지 않고 산과 겨루려고 하니 산울림(동감)이 일지 않는 것이고, 당리당략을 위한 ‘꼼수’이기에 감동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최상’을 향한 상생은 애초에 글러먹었습니다. 다만, 미디어정국에 묻힌 민생법안에 대한 최소한의 ‘매조지’를 당부합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