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0.28 세종시와 청계천이 이렇게 다른가
  2. 2008.09.09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원안 추진 의사를 밝히며 세종시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다가선 가운데 25일 유한식 연기군수를 비롯한 군의회의원들이 군청 현관앞 임시천막에서 세종시 원안추진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기=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요즘도 일부에서는 대통령을 ‘각하(閣下)’라 부른다. 물론 공식 호칭은 ‘대통령님’이고 사석에서는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을 딴 ‘MB’나 VIP로 불린다. ‘각하’는 원래 ‘전각(殿閣) 아래서 뵙는다’라는 뜻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붙이는 존칭이다. 과거엔 국무총리, 장관, 군 장성도 각하라 했는데 박정희 정부부터 대통령에게만 붙이는 존칭이 됐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까지도 각하로 불리다가 권위적이라는 이유로 DJ정부 때부터 '대통령님'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대통령 각하님'이라며 존칭에 극존칭을 더해 굽실거리는 자들도 있다. 하기야 ‘각하’라 부르면 어떻고 ‘대통령님’이라 부르면 어떠랴만, 그 저의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에게 ‘사바사바’ 하면서 고언하고 직언할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은 한국정치의 불행이다.

▶박정희 정권 이전의 한국인은 게으르고 의타적이었다. 때문에 스스로를 ‘엽전’,  ‘짚신’이라고 폄훼했다. 깨어있는 지식인 장준하·함석헌도 국민성을 개조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박정희 정권의 피해자인 재야운동가 백기완도 “박정희는 정치적 반대자 3만 명을 못살게 했지만, 다른 정치인들은 국민 3000만 명을 못살게 했다”고 회고했다.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새벽종’이 울리자 국민들은 싫어했다. 그러나 초가집이 헐리고 새마을이 되는 걸 보면서 사고방식이 ‘해도 안 된다’에서 ‘하면 된다’로 바뀌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민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제 서민을 위해 현장에서 직접 챙길 것”이라며 입버릇처럼 되뇌였다. 요즘 ‘박정희 재평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장정치’를 했던 박정희는 욕하면서 전두환에게는 ‘관대한’ 한국사회의 이중적 잣대, 이것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부모를 총탄으로 잃었다. 1974년엔 문세광의 총탄에 어머니를 잃었고, 5년 뒤엔 김재규가 쏜 ‘배신의 총탄’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녀는 22세에 퍼스트레이디가 돼 5년을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다”고 토로했다. 요즘 박 전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만한 ‘세종시’ 살리기에 나섰다. 주변의 정적(政敵)들과 중앙언론, 당정이 나서 세종시 백지화를 주장할 때 ‘약속’을 외치는 것이다. 권력의 배후에서 간신배처럼 밑이나 닦는 정치현실을 벗어난 박 전 대표의 행보는 강력한 결사(決死)다. 그것이 설령 정치적 계산일지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은 남자의 그 어떤 가벼움보다도 낫다.


▶세종시를 놓고 충청도 사람들이 분통 터지는 것은 ‘충청도는 어찌해도 괜찮다’라는 태도 때문이다. 세종시가 경상도나 전라도의 문제였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MB는 ‘현장의 달인’이었다. 서울시장 때 모두가 반대했던 청계천 복원사업을 위해 ‘책상’을 박차고 몸으로 뛰었다. 저돌성을 넘어 무모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는 특별대책반을 1년 동안 4300여 회나 출동시켜 청계천 상인들을 만나게 했고, 스스로도 현장을 찾아 설득했다. 그 밑거름으로 대통령까지 했다. 그런 MB가 세종시 문제엔 유독 ‘말’과 ‘발’을 아끼고 있다. 더구나 정책당사자들은 현장에 가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수정론을 외치는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였더라도 그렇게 당당했을까. 야비한 정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통령이 ‘세종시’ 현장에 서서 '청계천'때처럼 살피고 답하는 일이다.

Posted by 나재필

충청로 2008.09.09 21:58
 ▶말 잘하는 정치인 하면 DJ와 YS가 최고로 꼽힌다. DJ는 당 대변인을 세 번, YS는 두 번을 했다. DJ는 설명조로 느릿느릿 말하지만 잘 갖춰진 논리 속에 해학과 풍자를 섞는다. YS는 그냥 툭 던지는 듯한 어법을 쓰는 데 눌변이지만 메시지 전달력은 더 좋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일본인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등이 그의 작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감성형 달변가다.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등 '솔직한 가벼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해찬 전 의원의 '차떼기 정당'도 유명하고, 노회찬 전 의원이 총선 물갈이론을 펴며 "삼겹살 불판을 갈 때가 됐다"는 말도 반향을 일으켰다. 박희태 대표의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냐"는 말도 오래도록 회자된다. 책 읽듯이 또박또박 말하는 박근혜 의원과 앵커 출신 정동영 전 의원도 웅변가다. 이들은 간투사나 군말을 안 하는 특징이 있다. 아무튼 말을 잘해야만 가질 수 있는 직업으로 사기꾼과 정신과 의사, 정치인을 꼽는다니 정치를 하려면 청산유수가 돼야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민주화운동 등으로 서울대를 25년 만에 졸업했다. 국가기술자격증 8종을 보유할 정도로 바지런하기도 하다. 3선 의원을 하면서 잘한다는 소리도 꽤나 들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수도권지사'라는 이름으로 비수도권 국민들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말'이 있고 '말의 성찬'에 가까울 정도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대한민국은 중국 공산당보다 규제를 더 많이 받는 규제천국"이라 했고, MB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더 심한 정책도 있다"고 비판했다. 청주와 하이닉스 유치경쟁을 벌일 땐 "국가균형 발전 논리를 앞세워 하이닉스 팔을 비틀지 말라 … 이것이 도대체 나라인가"라고 했다. 참여정부를 두고는 "대통령 혼자만으로 부족해서 총리까지도 막말을 거들고 있다"며 "막가파들을 국민의 손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엔 '독'이 있다. 그의 말엔 수도권만 있고 비수도권은 없다. 그는 정객(政客)으로 수도권의 장수일 순 있지만, 난세의 협객(俠客)으로 만인의 수장이 되긴 멀어보이는 듯하다.


 ▶힘없는 개가 잘 짖는다. 말이란 하면 할수록 그 무게를 잃게 되는 법이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고 했고 철학자 에라스무스는 "말 잘하는 요령은 거짓말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있다"고 했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하나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거짓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메모리 640kb면 업그레이드가 필요없다던 빌게이츠, 폐허인 서울을 복구하는 데 100년은 걸릴 것이라던 맥아더. 코카콜라 제조법을 헐값에 팔며 그냥 소화제일 뿐이라고 말한 존 펨버턴은 거짓말쟁이다. 말에도 꽃이 핀다. 향기가 있다. 독설은 맹화(猛火)로 핀다. 하루에 최대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의 말은 수백 가지의 꿈과 좌절로 피고진다. 오는 9일 MB는 전국에 TV로 생중계될 100분짜리 추석맞이 토크쇼를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MB는 화자(話者)가 아닌 청자의 입장에 선다고 한다. 잘된 일이다. 소통은 내 얘기를 하는 것보다 남의 얘기를 듣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이번 토크쇼가 그야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한순간 속이는 '말의 성찬'이 아닌, 국민의 눈물을 닦고 보듬어주는 진정한 '소통의 잔치'가 되길 바란다. 지금 국민들은  많이 지쳐 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