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9.09 인생
  2. 2008.09.09 미친 소

인생

충청로 2008.09.09 21:52
  ▶우리는 얼마나 잘 사는가. 아니, 얼마나 재밌게 사는가. '마지막 강의'로 유명한 랜디 포시(47)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어린 세 자녀를 둔 아버지다. 말기 췌장암으로 시한부인생인 그는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는 매 순간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숨겼다. 어느 날 포시 교수는 식료품 상점에서 직접 계산을 하다가 16달러 55센트짜리 영수증 두 개를 받았다. 기계가 잘못돼 두 번 계산된 것이다. 그러나 포시교수는 환불받지 않고 그냥 상점을 나왔다. 살날도 많지 않은데 환불을 받기 위해 15분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별강연에서 자신의 간(肝) 사진을 보여주며 앞으로 살 날이 3∼6개월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단에서 내려와 팔굽혀펴기를 10번 하고는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즐겁게 삽니다"라고 말했다. 샤워를 하면서도 남겨둘 가족 때문에 몰래 울음을 터트렸다며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허락해준 운명에 감사한다. 만약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였다면 가족과 작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며 웃었다. 우리에게 3개월이 남아 있다면 어찌 살 것인가.


 ▶박경리 선생은 '일 잘하는 사내'라는 시에서 다시 태어나면 건장한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 세상풍파와 싸우며 글을 쓰고, 물질문명의 틀 안에 갇혀 산 것에 대한 항거처럼 들린다. 그저 평범한 농투사니의 아내로, 글 짓는 것보다 농사나 짓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가하면 소설가 박완서도 깊고 깊은 산골에서 혼자 먹고살 만큼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 했다. 세금 걱정도 안하고 대통령이 누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며 살고 싶다고 했다. 소설가 신달자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라는 시집에서 인생에 대한 비애를 고백했다. 24년간 뇌졸중에 걸린 남편을 뒷바라지하면서 남편의 마지막 시간이 언제인지 하느님께 몇 번이고 물으려 했다고 한다. 그녀는 베스트셀러작가로 살았지만 삶은 베스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녀가 정작 증오했던 것은 남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고뇌와 고단함이 뒤범벅이 된 '평범한 일상'들을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평범한 행복'을 원했던 작가들이다.


 ▶우리는 언제나 하고 싶은 일들을 팽개치며 산다. 시간 때문에, 일 때문에, 돈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안 된다는 핑계를 대며 시간을 허투루 쓴다. 그렇게 살다보니 사는 재미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핑계 타령에 시간은 늙어가고 있다. 늘그막까지 세월만 갉아먹는다면 억울한 일이다. 우리가 정치에 혐오를 느끼고, 정부의 실정(失政)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네 삶을 재미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살기도 바쁜데 정치가 엉망이고 나라가 엉망인 것을 책망하는 것이다. 바캉스 피크타임이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455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비 지출계획을 물었더니 평균 72만 7000원으로 나왔다. 이는 지난해 평균 61만 원보다 11만 7000원이 늘어난 액수다. 1년에 한 번 가는 휴가에서 만큼은 '통 크게 쓰겠다'는 심산이다. 그런가하면 MB는 심란한 정국 탓에 여름휴가를 일주일서 닷새로 줄이기로 했단다. 휴가 중에 독서삼매경도 좋고 테니스도 좋지만 열심히 일한 국민, 맘 편히 살 수 있도록 소통의 해법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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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소

충청로 2008.09.09 21:46
  ▶요즘 대한민국이 광우병 때문에 울화병이 났다. 캠프데이비드 목장에서 소떼를 몰고 온 MB 때문에 단단히 뿔이 났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시작한 탄핵서명은 한 달여 만에 120만 명을 넘어섰고, 취임 두 달 만에 국정지지율도 20% 후반대로 추락했다. '미친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 편이 낫겠다는 극단적인 민심도 있고 '섬김의 정치'를 한다더니 국민을 상대로 고기흥정과 '어김의 정치'를 하느냐고 야유도 보낸다. 그렇게 질 좋은 소라면 일단 농수산부 장관부터 맛나게 드시라고 비꼬기도 한다. 끓는 민심은 이렇게도 말한다. 잠을 적게 자는 얼리버드론의 MB가 잠이 덜 깨 비몽사몽 하느라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고 말이다. 이는 국민 건강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칼질한 '한없는 가벼움'을 탓하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양치기도 나쁘지만 '텍사스 카우보이'의 융숭한 대접에 잡뼈까지 먹게 만드는 'OK목장 외교'도 나쁘다. 소 팔아 닭 산다는 말이 있다. 큰 것을 희생하여 적은 이익을 보는 경우를 비꼬는 말이다. 정녕 우리에겐 CEO형 리더십이 아닌 민심을 읽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파푸아뉴기니의 풍토병 '쿠루병'이란 게 있다. 이 병은 이 지역 원주민들의 식인 습속으로 발병하는데 치료법이 전혀 없다. 인간광우병도 11개국 207명이 감염돼 7명만 생존하고 나머지는 사망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광우병은 소의 뇌에 구멍을 숭숭 뚫리게 만들어 숨지게 하는 질병으로 익혀도 파괴되지 않고 잠복기간이 10년쯤 된다고 한다. 한국 사람에게 쇠고기는 단순한 육류가 아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 먹는 것이 없다. 뼈와 고기를 고아 만드는 설렁탕, 꼬리곰탕은 물론 내장도 별미로 즐긴다. 미국은 살코기만 잘라 먹고 뼈나 내장 등 부산물 30%는 모두 버린다. 그러니 개도 안 먹는 고기를 수입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더구나 수입 쇠고기를 불매한다고 해도 라면 스프나 화장품, 의약품 등 100가지가 넘는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원료는 막을 길이 없다.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30개월 미만의 '늙은 소' 뿐만 아니라 뇌·눈·척수·등뼈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까지 개방을 허용하는 혼나간 정부. 지금 민심은 수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수입을 하더라도 똑바로 따져서 하자는 거다. 쇠귀에 경 읽는 꼴이니 한심하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족의 살과 뼈인 동물성 사료를 먹이니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AI(조류 인플루엔자)까지 겹쳐 가뜩이나 육식의 공포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단김에 쇠뿔 빼듯 졸속협상을 한 정부는 안전, 안전만 외친다. '일정한 위험'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그러나 광우병 확률이 적다해도 '미친 소' 일지 모르는 고기를 어떻게 어르신과 자식들의 식탁에 맘 편히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 몇 달 전만 해도 미국 쇠고기 금수조치를 내리고 협상을 당장 중단하라고 했던 한나라당의 돌변도 가관이다. 소도 웃고 갈 변덕이다.


 ▶생명과 땅에 대한 연민으로 평생을 '정직한 토지'처럼 산 한국문단의 거목 박경리 선생이 타계했다. 청계천 복원과 한반도 대운하 등 개발 위주의 정책을 비판한 선생이 거세된 '신토불이의 울분'을 안고 흙의 품으로 떠난 것은 아닌지 정녕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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