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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8 만만디 정부와 시간싸움 (1)
  2. 200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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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은 보약이다.
잠시잠깐 졸음에 몸을 맡기면 정신은 탁족을 하듯 깨어난다. '낮잠의 대가' 피카소는 침대 옆에 반병두리 같은 철판을 놓고 붓을 손에 든 채 쪽잠을 잤다. 잠이 들어 손에 든 붓이 양철판위에 떨어지면 그게 알람이었다. 하루 3시간 이상 자지 않은 나폴레옹도 토막잠을 잤다. 지중해 주변의 더운 나라에서는 태양이 곧 법이다. 멕시코인은 챙이 넓고 뾰족한 솜브레로 모자로 햇볕을 가리고는 아무 거리낌 없이 단잠을 잔다. 인디언 타임이란 것도 있다. 그들은 상황과 형편을 시간보다 앞세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한 후 나선다. 힘들어도 내일의 시간을 끌어다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사용'은 철저히 인간의 몫이다. 지금 이 순간도 1초 후면 과거가 된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원하던 '내일'이다. 시간은 쓰면 닳아 없어지는 진귀한 소모품이다.


 ▶중국이라는 하나의 이름 안에는 56개의 서로 다른 문화
를 가진 민족들이 있다. 면적만 해도 한반도의 44배, 남한 면적의 약 100배에 달한다. 인구도 13억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 때문에 그들은 낙천적이고 느긋하다. '천천히'라는 뜻의 '만만디(慢慢地)'는 그들의 성격을 대표하는 말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만만디' 성격 자체를 개조하고 있다. 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이 오성홍기의 깃발 속에 숨어있다. 만만디는 초스피드 경제대전(經濟大戰) 시대에 버려야 할 제1목록이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정부는 '만만디'다. 모든 정책의 입안과 추진이 '만만디'다. 지방발전대책을 두 번이나 연기하면서 발표한 대안이라는 게 돈 퍼주기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 그 선심성 혈세도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4대강 사업은 왠지 대운하 동생뻘 같다. 서로 다른 물길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민생경제를 챙겨야 할 때 '삽질경제'를 운운하니 그 또한 미덥지 않다.


 ▶대대적인 고위직 물갈이가 시작되면서 연말 관가가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무풍지대였던 1급 10명이 일괄사표를 낸 것이 신호탄이다. 참여정부가 심어 놓은 '대못'을 뽑아 경제 위기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고, 집권 2년 개혁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MB는 최근 "공무원들이 스피디하게 일하지 않는다"며 로열티(충성심)를 강조했다. 한나라당 간부는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참여정부 사람들로, 중요한 고비에서 몸을 던지지 않고 있다"고 장단을 맞췄다. 정책 추진은 만만디이면서 충성을 강조하고 스피드를 내세우면 누가 뛴단 말인가.


 ▶인간은 25년쯤 잔다. 수면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하면 평생 동안 5만 시간, 약 17.5년을 얻을 수 있다. 하루 4시간을 아껴 쓰면 1년에 1460시간이란 어마어마한 시간이 생긴다. 국민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일터서 땀흘리고 있다. 지자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현실의 벽과 싸우고 있다. 국민이 지치지 않도록 시테크(時tech)를 운용하는 것도 국가의 책무다. 사람은 학습한지 10분이 지나면서부터 망각이 시작돼 한 시간 후엔 50% 이상을 잊고 하루가 지나면 76%, 한 달 후에는 90% 이상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말을 했으면 그것을 지키고, 잊었다면 벌충해야 한다. 지역현안을 쌓아놓고 정부 입만 쳐다보는 사이에 시간은 속절없이 늙어가고 있다. 일도, 반성도 '따끈따끈할 때' 해야지 시간이 지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Posted by 나재필

충청로 2008.09.09 21:58
 ▶말 잘하는 정치인 하면 DJ와 YS가 최고로 꼽힌다. DJ는 당 대변인을 세 번, YS는 두 번을 했다. DJ는 설명조로 느릿느릿 말하지만 잘 갖춰진 논리 속에 해학과 풍자를 섞는다. YS는 그냥 툭 던지는 듯한 어법을 쓰는 데 눌변이지만 메시지 전달력은 더 좋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일본인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등이 그의 작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감성형 달변가다.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등 '솔직한 가벼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해찬 전 의원의 '차떼기 정당'도 유명하고, 노회찬 전 의원이 총선 물갈이론을 펴며 "삼겹살 불판을 갈 때가 됐다"는 말도 반향을 일으켰다. 박희태 대표의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냐"는 말도 오래도록 회자된다. 책 읽듯이 또박또박 말하는 박근혜 의원과 앵커 출신 정동영 전 의원도 웅변가다. 이들은 간투사나 군말을 안 하는 특징이 있다. 아무튼 말을 잘해야만 가질 수 있는 직업으로 사기꾼과 정신과 의사, 정치인을 꼽는다니 정치를 하려면 청산유수가 돼야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민주화운동 등으로 서울대를 25년 만에 졸업했다. 국가기술자격증 8종을 보유할 정도로 바지런하기도 하다. 3선 의원을 하면서 잘한다는 소리도 꽤나 들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수도권지사'라는 이름으로 비수도권 국민들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말'이 있고 '말의 성찬'에 가까울 정도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대한민국은 중국 공산당보다 규제를 더 많이 받는 규제천국"이라 했고, MB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더 심한 정책도 있다"고 비판했다. 청주와 하이닉스 유치경쟁을 벌일 땐 "국가균형 발전 논리를 앞세워 하이닉스 팔을 비틀지 말라 … 이것이 도대체 나라인가"라고 했다. 참여정부를 두고는 "대통령 혼자만으로 부족해서 총리까지도 막말을 거들고 있다"며 "막가파들을 국민의 손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엔 '독'이 있다. 그의 말엔 수도권만 있고 비수도권은 없다. 그는 정객(政客)으로 수도권의 장수일 순 있지만, 난세의 협객(俠客)으로 만인의 수장이 되긴 멀어보이는 듯하다.


 ▶힘없는 개가 잘 짖는다. 말이란 하면 할수록 그 무게를 잃게 되는 법이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고 했고 철학자 에라스무스는 "말 잘하는 요령은 거짓말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있다"고 했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하나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거짓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메모리 640kb면 업그레이드가 필요없다던 빌게이츠, 폐허인 서울을 복구하는 데 100년은 걸릴 것이라던 맥아더. 코카콜라 제조법을 헐값에 팔며 그냥 소화제일 뿐이라고 말한 존 펨버턴은 거짓말쟁이다. 말에도 꽃이 핀다. 향기가 있다. 독설은 맹화(猛火)로 핀다. 하루에 최대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의 말은 수백 가지의 꿈과 좌절로 피고진다. 오는 9일 MB는 전국에 TV로 생중계될 100분짜리 추석맞이 토크쇼를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MB는 화자(話者)가 아닌 청자의 입장에 선다고 한다. 잘된 일이다. 소통은 내 얘기를 하는 것보다 남의 얘기를 듣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이번 토크쇼가 그야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한순간 속이는 '말의 성찬'이 아닌, 국민의 눈물을 닦고 보듬어주는 진정한 '소통의 잔치'가 되길 바란다. 지금 국민들은  많이 지쳐 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