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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9 우정

우정

충청로 2008. 9. 9. 21:45
 

 ▶간만에 자동차 운전대를 떨치고 자유인이 되어 고속버스에 올랐다. 그동안 110㎞의 속도감에서 만나지 못했던 풍경과 바람소리를 느꼈다. '문명의 핸들'을 버린 후의 달콤한 졸음도 좋았다. 고속도로를 내달려 간 광주에서 20년지기를 10년 만에 만났다. 눈가에 패인 잔주름과 빠진 터럭을 제외하곤 말본새와 입성은 여전했다. 대낮부터 소줏집에 눌러앉아 나라 꼴 얘기도 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인생의 굴곡도 이야기했다. 마치 20년 전 캠퍼스 모퉁이서 막걸리를 놓고 못난 세상을 비토(veto)하던 때로 돌아간 듯 했다. 기인 소설가 이외수가 잠을 포기한 채 꼬박 3일 동안 술을 마셨다는 얘기를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소주 반 짝과 맥주 한 짝을 마시고서야 빛고을서 잠들 수 있었다. 1박2일 '진국같은 회포'는 그렇게 몸 안의 세포들을 이완시키며 중년의 세월을 '청년'으로 되돌렸다.


 ▶이해인 수녀는 사랑은 술을 찾게 하고 우정은 같이 마셔 주는 것이며, 우정은 같이 걸어가는 것이고 사랑은 같이 걸어가는 걸 꿈꾸는 것이라 했다. 잘났든 못났든, 잘살든 못살든 인간은 행불행(幸不幸)의 부침 속에서 산다. 저마다 '십자가' 하나씩은 짊어지고 산다. 그것은 세월의 무게가 잔뜩 실린 고통의 등짐이다. 오늘 이 시간이 내일의 과거가 되듯, 어제는 돌아오지 않고 내일은 여지없이 온다. 그렇게 시계추는 늙어간다. 그런 삶 속에서 우정은 같이 걷고 함께 하는 것이다. 이득을 따지지 않고 타박하지 않으며 돌변하지 않는 것이다. 실리외교가 아니라 실용외교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뒤통수를 치는 '배반의 세상'에서 남몰래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여. 너무 일찍 절망하고 너무 빨리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이여. 그럴 때 친구를 만나라. 그럴듯하게 늙어가는 내 나이의 우정을 만날 수 있다.


 ▶일본 강점기 때 얘기다. 한 일본인이 고등어 두 마리를 싸들고 가자 조선인이 웬일인지 물었다. 일본인은 관청에 일을 부탁하러 사바(고등어의 일본말)를 사가지고 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 말이 와전되면서 두 마리의 고등어, 즉 '사바사바'는 뒷구멍으로 일을 처리하는 떳떳치 못한 교섭행위란 의미로 쓰인다. 최근 일본이 또 한번의 '만행'을 저질렀다. 외무성 인터넷 홈페이지에 '다케시마(竹島·일본명)는 일본의 영토'라는 게시물을 내건 것이다. 마치 20일로 예정된 MB의 1박2일 방일에 즈음한 도발처럼 여겨진다. 고이즈미 총리 때도 셔틀외교를 하겠다고 밝힌 뒤 독도를 두고 갈등을 일으켰던 일본이다. 하물며 그들이 낳은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마저 '일본인들은 아직도 전쟁에서 한 짓들을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니 두 말하면 무엇 하랴.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 건실한 사람이었다가도 한 순간 잔인하게 돌변하는 다혈질의 민족성과, 남의 주권을 그악스럽게 밀어내는 야쿠자(Yakuja)식 생떼를 보면 그들의 우정이야말로 두 얼굴의 닌자(ninja·둔갑술) 같다. 사바사바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우정을 언약하고 동반자로 가자는 게 정녕 대한민국의 지나친 욕심일까.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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