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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5 잡초같은 국민, 독초같은 정치
세종시 건설현장 위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거짓말 정부와 간사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인공먹구름이다. 언제쯤 저 먹구름이 걷히고 진정한 '행복도시'가 만들어질런가.   충청투데이 사진부 자료

▶당나라 양귀비는 촉주사호(蜀州司戶) 양현염의 딸로 본명은 양옥환이다. 그녀는 빼어난 미모와 총명함으로 수왕과 현종에게 총애를 받았다. 양귀비는 글래머였는데 항간에선 ‘하얀 돼지’라 불렸을 정도로 살집이 많았다. 또한 미용(美容)을 위해 말을 타고도 한두 달 걸리는 남방지역의 과일 ‘여지’를 구해와 애용했다. 양귀비는 향을 바르다 못해 환약으로 만들어 삼키고, 목욕도 향수 물로 했다. 양귀비 목욕물이 성 밖으로 흘러가면 민초(民草)들은 그 향에 미혹돼 오금을 못 펼 정도였다. 그는 한 떨기 꽃이었지만 황제의 성(性)을 농락한 요화(妖花)였다. 당시 당나라 황제의 주요 임무가 자손번성이었기에 후궁전엔 미인들이 4만 명이나 대기했다. 양귀비는 보잘 것 없는 두해살이 ‘잡초’로 시작해 세상에서 가장 미혹스런 '명화'
(名花)’로 만개했다.

▶‘강아지풀’은 똥개만큼이나 번식력이 왕성해서 흙 한 줌만 있으면 황무지에서도 피어난다. 망초나 쇠비름, 마디풀도 잡초로 태어나 약초가 된다. 별꽃나물과 광대나물도 처음엔 잡초라는 이름표를 달지만 나물로, 약초로 대접받는다. 벼나 콩, 밀도 인간이 손을 대기 전까진 볼품없는 야생초였다. 콩을 재배하는 동안 옥수수나 고구마가 자라면 이 또한 잡초신세다. 여름날, 후끈 달아오른 도로변엔 열기를 피해 밤에만 꽃을 피우는 달맞이꽃이 있다. 해가 지고 선선해지면 꽃을 활짝 피워 야행성 곤충인 박각시나방을 불러들이는 지혜를 발휘한다. 잡초는 바람 불면 쓰러지고, 밟히면 뭉개지지만 끝내 다시 일어난다. 그래서 ‘잡초’는 온갖 시련과 억압에도 삶을 지키는 불멸의 ‘민초(民草)’를 닮았다.

▶‘잡초’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못다 쓴 회고록’에서 “나의 실패한 이야기가 여러분의 성공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실패 원인으로 당정분리, 독선과 아집, 무리한 주문, 언론 흔들기, 관료의 무력화, 말씨와 품위를 들었다. 그리고 ‘대통령 하지 마라’는 대목에서 “역사는 대통령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권력은 민심에 있다”며 “깨어있는 민심이 대통령보다 역사발전에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민초들의 생각을 읽지 못한데 대한 뼈아픈 반성이었다. 그는 생전에 ‘잡초론’을 피력하며 사리사욕과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정치인,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는 정치인,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정치인, 거짓말 정치인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약초가 아니라 독초라는 것이다.

▶‘조선 최고경영자(CEO)’ 세종대왕은 소소한 일은 신하에게 일임했다. 하지만 훈민정음 창제같이 왕의 결단이 필요한 중대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나서 추진과정을 꼼꼼하게 챙겼다. 목표를 정하고 결단을 내릴 때까지 끊임없이 신하들과 의논했다. 백성의 지지가 없으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광대한 대륙을 정복했던 칭기즈칸의 성공은 몽골군의 기동력뿐만 아니라 남다른 ‘포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적군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했으며 ‘잡초’인 민초들의 생각을 정책에 반영했다. 지금 대한민국 파문의 중심에 세종시가 있다. ‘잡초’였던 사람이 ‘잡초’를 죽이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이든, 총리든 처음엔 ‘잡초’였다. 그러나 이제 ‘잡초’ 티를 내지 않는다. 되레 잡초를 뽑으려고만 하고 있다. 신의를 잃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고, 사람을 잃는 것은 정치력을 잃는 것이다. 민초를 짓밟는 정치는 유통기한이 있다. 지금 필요한 CEO는 ‘잡초’를 ‘화초’로 만드는 민생CEO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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