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7.07 달이 처음 뜨는 동네, 수암골을 가다 (3)
  2. 2009.06.24 5만원, 너무나 큰 서민들의 고액권 (3)

수암골. 청주시 진산인 우암산 자락에 자리잡은 마을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수동’입니다.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며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60여 호 남짓의 집들이 살갗을 부비며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이곳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졌는데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풍경이 압권입니다. 동네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죠. 수암골 초입에 있는 구멍가게부터 추억여행은 시작됩니다.

소지섭과 한지민이 앉았던 평상, 의자

가만히 있어도 배고프고 아득했던 대학시절의 자취방이 생각납니다. 찬거리는 없어도 모든 게 맛있었던, 안주는 없어도 모든 게 달콤했던 달동네의 허름한 집이 떠오릅니다. 비가 내리면 가난이 한숨되어 뚝뚝 떨어지던, 그래서 처마 밑 평상에서 김치 쪼가리 하나 놓고 소주를 들이켜던 젊은 날의 우울한 초상화 말입니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골목길은 이제 흑백사진처럼 낡고 닳았지만 가슴 속엔 왠지모를 애수가 새록새록 피어나게 합니다.


수암골에 그려진 벽화들은 청주민예총에 소속된 예술가들이 ‘수동 공공예술 프로젝트-골목길 광장을 품다’라는 주제로 그린 작품들입니다.
수암골 사람들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2년간 자취를 한 곳이기도 하고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이 교편을 잡았던 대성여상도 지척에 있습니다. '카인과 아벨'을 쓴 흥행작가 박계옥은 충무로에 있는 시나리오작가협회 영상작가교육원을 같이 다닌 동기생이기도 합니다. 박계옥 씨는 첫사랑사수궐기대회, 행복한 장의사, 천군, 댄서의 순정, 나두야 간다, 투캅스3, 박대박, 돈을 갖고 튀어라, 깡패수업 등을 쓴 훌륭한 작가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작가가 됐고, 저는 달동네의 그늘처럼 '나중'을 생각하며 '양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의 추억을 좇아 모두가 공감하는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손을 대거나 등을 기대지 마십시오. 담벼락이 무너집니다


골목길을 가면 또 골목길이 나옵니다, 휘어지기를 즐기는 그들의 습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남루한 환경에서도 희망은 싹틉니다. 꿈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이제 골목대장도 없고, 가장 먼저 떠오르던 달도 빌딩숲 네온사인에 고개를 숙입니다. 방 2칸 짜리 허름한 터전에서 꿈과 희망을 일구기 위해 언덕길을 오르내리던 서민들의 고달픈 흔적도 사라져갑니다. 그러나 다시 꽃이 피어났습니다. 유년의 무채색 골목이 해맑은 동심의 수채화로 살아났고, 가난과 연탄재가 쌓이던 골목길 계단에도 꽃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수암골. 우리가 유년의 기억을 곱씹듯 미래의 추억을 위해 보존해야 할 우리들의 애잔한 풍경입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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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옆짝꿍 2009.07.08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도 직접 다 찍으신거에요???와우 선배님 사진도 잘찎으시는구나아~ 못하시는게 머에요???

  2. 옆짝꿍 2009.07.08 1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인과 아벨 작가가 선배님하고 동기셨구만요?? 놀랍다..나 완죤 카인과 아벨 왕팬이었는데..선배님!! 동기작가분한테 말해서 저 소지섭 한번만 만나게 해주세요..가능하죠하죠??? 기대할께요 뿅!룰룰루~~~

  3. 기술의 힘, 동기의 힘 2009.07.08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카는 대충 눌러도 잘나오던데...
    그리고 박계옥(여자이름이지만 남자임)하고는 영상작가교육원 5기 동기생인데 그렇게 안친했어...김기덕 감독도 우리 교육원 출신인데
    말 한마디 못했는걸....내가 딴따라신문에 계속 남아있었으면 소지섭 소개해 줄 수 있었을텐데...아쉽군....쏘오리~~~

5만원권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한 23일 한국은행 충북본부에서 직원들이 5만원권 지폐를 들어보이고 있다. 충청투데이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1973년 1만 원권이 발행된 이후 36년 만에 5만 원권이 발행됐다. 5000원 권의 주인공인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5만 원권의 초상인물에 선정돼 ‘모자 화폐’의 효시가 됐다. 1962년 ‘모자상(母子像)’ 초상이 그려졌던 100환권 지폐가 한 달도 못돼 폐기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 화폐에 처음 등장하는 여주인공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고리타분한 여성 비하의식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적황색 계열의 동색(同色)이기 때문에 식별이 만만찮은 단점이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택시비를 10배나 더 물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5만 원권을 5000원 권으로 착각하면 4만 5000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고액권 등장으로 ‘차떼기(뇌물수수)’가 쉬워질 수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사용된 사과상자에는 현금 5억 원이 들어갔지만 5만 원권을 사용하면 사과상자에 25억 원이 들어간다. 과거 1억 원을 전달하려면 007가방 1개가 필요했지만 5만 원권을 사용하면 양주상자 1개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용돈과 세뱃돈, 팁 문화도 그야말로 거나해지고 택시기사와 구멍가게의 거스름돈도 불콰해진다. 500원짜리 껌 한 통을 사면서 5만원 권을 불쑥 내밀면 어쩌랴. 가게 주인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길에 떨어진 10원도 줍지 않는 시대. 10원짜리 제조비용은 평균 40원(현재 20원)으로 한 해 제조비용만 400~500억 원이다. 저금통이나 서랍 밑바닥에 버려진 10원의 운명은 이제 5만 원권의 등장으로 더더욱 찬밥신세가 됐다. 아, 1960년대만 해도 동전 두 닢이면 자장면 한 그릇을 사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달이 떠오르는 동네가 문 빌리지(moon village)다. 집들이 살갗을 부비며 골목길 사이로 극빈을 안고 사는 곳이다. ‘한국의 마추픽추’ 달동네엔 막다른 길이 없다. 가짐보다 더함이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중요하다는 걸 깨우치는 곳이 달동네다. 내 영역을 적당히 내주고 적당히 침범하는 곳. 아랫집의 지붕이 윗집의 마당이 되는 곳. 마음의 빗장을 걸고 철옹성처럼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현대사회에 달동네의 넉넉한 마음은 하나의 보루다. 돈은 없어도, 불도저식 재개발에 담이 헐려도 그들에겐 돈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 그들의 골목길은 가난이 낳은 곡선이다. 가난이란 과속방지턱처럼 항상 덜컥거린다. 배고픈 사람에겐 5만 원이 한 달 일용할 양식이고, 배부른 사람에겐 한낱 팁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턱밑까지 차오른 가난의 행불행에서 5만 원이 주는 의미는 그래서 더더욱 애잔하고 색다른 것이다.


 ▶70년대 주력 수출품은 가발과 오줌이었다. 이쑤시개도 수출했다. 부모 약값, 동생 월사금, 남편 술값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다. 집 전화 한 대를 사려면 서울의 50평 아파트를 팔아야 했다. 78년 백색전화 한 대 값은 260만 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50평짜리 집값이 230만 원 안팎이던 시절이다. 돈의 가치가 이렇게 달라졌고, 이제는 돈의 ‘노예’가 된 세상에서 5만 원은 있는 자의 ‘베팅’이다. 자고로 지갑의 두께만큼 자존심의 두께도 커진다 했다. 5만 원이 바꾸는 세상. 이제 10원, 50원, 1000원, 5000원, 10,000원은 50,000원의 뒤켠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5만 원은 겉으로 드러난 ‘자존’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화폐여야 한다. 허투루 생각하다간 내 지갑의 불행을 맞을 수 있다. 오~만 원.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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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Angella 2009.06.24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상큼한 하루되세요!

  2. 꽃띠 2009.06.25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팬입니다ㅋㅋㅋ

  3. 감사 2009.06.25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젤라,꽃띠님 감사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