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5.05 부모님 사랑합니다
  2. 2009.06.20 비를 너무 사랑한 술 (5)
▶한때 사이버공간을 뜨겁게 한 이야기가 있다. 시골 아버지가 대학생 아들에게 꼬박꼬박 부치던 용돈을 끊었다. 아들이 전보를 쳤다. '당신 아들, 굶어 죽음.' 아버지는 이런 답장을 보냈다. '그래, 굶어죽어라.' 화가 난 아들은 연락을 두절한 채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아들은 아버지 전보가 성공의 전기(轉機)가 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둘러 고향집을 찾았으나 이미 아버지는 세상을 떴고 유서 한 장이 남아 있었다. '아들아, 너를 기다리다 먼저 간다. 네가 소식을 끊은 뒤 하루도 고통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언제나 너를 사랑했다.' 보통 아버지들은 정(情)을 드러내지 않는다. 속은 깊은데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아들을 키워보고서야 알았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한 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쓴 신경숙의 어머니(74)는 문맹(文盲)이다. 딸은 가끔 제 소설을 읽어드리지만 어머니는 금세 코를 곤다. 신경숙은 ‘어머니가 졸지 않을 만큼 재미난 이야기를 쓰겠다’는 일념에 베스트셀러 집필을 결심했고 그것이 성공의 모태가 됐다.


▶어머니 때문에 운 적이 많다. 어머니라는 단어만 나와도 온몸이 울었다. 자식 때문에 수없이 울었을 어머니 때문에 울었다. 그동안 그런 마음을 내색하지 못하고 살아온 삶 때문에 울었다. 어머니의 아득한 깊이를 헤아리지 못해 울었다. '천금 같은 내 새끼'로 살아온 뻔뻔함 때문에 울었다. 소싯적 호강시켜드리겠다고 가출했는데 그 날이 어머니 생신인 걸 알고 울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버지 때문에도 울게 됐다. 낡은 자동차를 몰고 헤어질 때 눈물이 난다. 얼굴에 세월의 깊디깊은 밭고랑이 생긴 걸 발견했을 때 눈물이 난다. 앙상한 뼈마디에 찬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 화가 나시면 두 눈에 불꽃이 튀시던 강골의 아버지가 약골이 돼서 눈물이 난다. 왜 사람들은, 아니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인생이 허무한 건 짧아서가 아니라 너무 늦게 깨닫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글피는 어버이날이다. 사흘 간격으로 잔치가 벌어진다. 그러나 웃음이 나지 않는다. 아들로 살 때는 몰랐다. 부모가 늘 상처를 안고 살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다는 것을. 대놓고 걱정하거나 슬퍼할 수도 없었다는 것을.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보이지 않는 눈물이 더 많다는 것을. 그런데 자식을 키워보니 알겠다. 아버지가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어머니가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어머니의 희생이 자식의 성공이 되었음을. 그런데도 마음밖에는 없다. 마음밖에 없으니 괴로운 것이다. 한바탕 장난을 치고 잠이 든 아이들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사랑한다고 말은 안했지만 한없이 사랑스럽다. 아, 우리 부모가 이랬구나. 아, 우리 부모가 이렇게 짠했구나. 부모님께 표현한 적은 없지만 용기를 내본다. … … ….

 '사랑합니다.'
Posted by 나재필


그림 속 멀리 보이는 모퉁이 쪽에서 사랑하는 님이 걸어올 것 같지 않나요? 그럼, 우산을 집어 던지고 달려가세요. 빗물에 세상살이 고달픈 눈물이 가려지도록….

눈물 나게 그리운 날
나는 비가 된다.
우산이 된다.
혼자 걷다 눈물 나면 우산 접고 비를 맞고
비를 맞다 눈물 나면 마음 접고 비를 맞고

눈물 나게 보고픈 날
나는 새가 된다.
창가로 간다.
노래보다 살가우면 날개 접고 노래하고
노래하다 보고프면 창문 열고 살 부비고

눈물 나게 서글픈 날
나는 술이 된다.
망각이 된다.
거나하게 술 취하면 마음으로 다스리고
다스리다 못 견디면 망각으로 앓아야지

아, 눈물 나는 날
난 비가 되고 술이 되고 우산이 된다.



 雨~~悲(비)...............

 비가 오는 날엔 술 생각이 난다. 가끔 그런 것이 아니라 무시로 그렇다. 때문에 우기(雨期) 때면 술 먹는 날이 잦아진다. 비가 술이고 술이 비다. 비가 안주고, 빗물이 술잔이다. 왜 비 오는 날 술이 당기는 걸까. 촉촉이 젖은 비가 축축하게 마음을 적시기 때문일 것이다. 술집 중에서도 멋들어진 레스토랑이나 호프집보다는 비가 보이는, 빗소리가 들리는 선술집이 좋다. 바깥 풍경을 보며 비에 젖는 상념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우산을 쓴 나무들과 우비를 입은 처마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고즈넉한 세상 밖의 풍경과 넉넉한 세상 속의 풍경들이 오버랩 되면서 술잔은 달디 단 풍류가 된다. 실연당한 청춘과 시련의 중년들이 모여 한 순배 두 순배 인생의 고단함을 마신다. 술엔 지짐이가 제격인데 그 중에서도 파전이 으뜸이다. 지글지글 볶아대고 삶아대는 세상처럼, 지짐이는 모든 아픔들을 지지고 볶아 ‘아름다운 보름달’이 된다. 요즘 들어선 두부에 김치를 말아먹는 것도 제법 웰빙스럽게 느껴진다.

 요즘엔 비가 오면 무조건 우산을 뒤집어쓰지만 옛날엔 그냥 비를 맞았다. 비를 맞으면 처음과 끝이 달랐다. 처음엔 추비할 정도로 폼도 안나지만 조금 맞다보면 체온과 섞여 안온했다. 사람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터벅터벅 걸으며 우울한 심사를 털었다. 머리에 오염물질을 뒤집어써야 하는 요즘의 비와는 색깔이 달랐다. 맞고 싶고, 젖고 싶은데 그런 비가 사라진 것이다. 이류 대폿집에서 일류 시인의 시집을 한쪽에 놓고 삼류사회의 기득권을 안주삼아 독주를 들이켜던 낭만은 이제 사라졌다. 비주류(非主流)속 주류인(酒流人)의 애환일 뿐이다.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대폿집에서 돼지고기를 썰고 있는 여자를 훔쳐보면서 빈속에 소주를 들이켜는 나를 만난다. 주독(酒毒)이 올라 음주 횟수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 만나면 쓴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다. 물론 예전만큼 비가 올 때마다 날궂이를 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이 없으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비스듬한 우산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둘이 쓰는 우산이 비좁아도 상대방이 젖을까봐 우산을 기울여주는 아름다운 배려, 넉넉한 희생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의 어깨는 젖어도, 당신은 어깨는 봄볕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오늘도 비가 내린다. 막걸리에 파전 하나 먹으며 로또 얘기를 하면 금상첨화일 듯한데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래서 빗소리를 들으며 비를 구경한다. 그런데 술이 빠지니 영 기분이 안난다. 역시 비엔 술, 술엔 비다.

Posted by 나재필